‘안티카페’라는 말에 처음에는 멈칫했다. 싫어하는 연예인을 성토하기 위해 흔히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티카페(Anti Cafe)'는 커피등 식음료는 무료, 대신 카페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요금을 계산하는 신 개념 카페를 말한다. 식음료 서비스에 주된 고객 가치를 뒀던 여느 카페와는 달리, 커피보다 ‘휴식 공간’을 찾는 현대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에 충실하려는 역발상이 ‘안티’라는 이름에 반영된 것이었다.

출처: ziferblat.net/en

     
이러한 시간제 카페 시스템은 지난 2011년 모스크바에서 1분당 1루블(우리 돈으로 약 30원)을 받는 ‘치페르블라트(Ziferblat)’라는 카페가 개설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치페르블라트는 독일어로 ‘시계’라는 뜻.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이 곳에서 사용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무엇이든 무료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어 창업자의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안티카페는 이렇게 카페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고객들은 비싼 음료값을 내면서도 조용하게 머무를 수 없는 기존 카페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카페 운영자 역시 커피 한 잔 시켜놓은 채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소위 ‘진상’ 고객들에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된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는 안티카페. 마침 우리나라에도 서울 신도림역 부근에 성업 중인 곳이 있다고 해 기자가  찾아가 봤다.
 
◇카페 안에서 대화는 금물…대화는 바깥 복도나 휴게실로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머무를 시간을 카운터에 말하고 출입카드를 받으면 됐다. 최소 2시간에 6000원부터 시작해 3시간에 8000원, 종일권 등이 있었다. 월회원권 결제도 가능하며 토론, 미팅 등을 원하는 경우 스터디룸을 사전 예약하면 된다. 


안티카페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카페 안에서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대화는 물론  전화 통화조차 실내에서는 금지이며 원할 경우 바깥 복도나 휴게실을 이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설마, 다들 조곤조곤 말하고 있겠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그 곳은 외부와는 단절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사각사각 종이 위에 볼펜 굴러가는 소리, 책장 넘어가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노트북 타이핑 소리가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대부분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이용객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책이나 인터넷 강의 등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카페를 한 바퀴 둘러봤다. 전 구역 와이파이존에 책상마다 구비된 컵홀더와 6구 멀티탭까지,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한 세심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훌륭한 바깥 전망도 이 곳이 내세우는 장점이었지만, 이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창가 자리는 이미 매진된 지 오래인 듯 보였다.
 
500여권에 달하는 전문 서적과 최신 잡지 또한 기자를 반겼다. 이어 카페 한쪽에는 각종 커피, 차 티백, 음료수가 준비돼 있어 각자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의 안티카페들과 달리 빵이나 과자 등은 없었다. 몰래 외부 음식을 반입한다고 해도 카페 내부가 너무 조용해 무언가를 부스럭거리며 먹기는 불가능한 분위기였다. 카페 측은 아침에 이 곳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토스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용객들 “조용해서 집중 잘 돼”
     
카페 매니저를 만나 안티카페를 기획하게 된 의도를 물었다. 황태원 매니저는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들이 주변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머물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본의 비슷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난 2013년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용객 현황을 묻는 질문에 조수란 매니저는 “월회원은 80~90여명, 일일회원은 한 달 기준 700~800여명”이라며 “취업준비생 등 20~30대가 주 이용층이고 저녁엔 프리랜서, 강사, 작가나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용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이창현(29) 씨는 “여느 카페들에 비해 조용하고 전망이 좋아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또 취직 준비 중이라는 고모(27)씨는 “분명 독서실보다는 비싸지만 분위기, 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어 이 곳을 다닌다”고 전했다.


김윤호 인턴기자(fau12345@)


출처: http://news1.kr/articles/?2473714#mtNewPop=Y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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