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창문으로 확 트인 바깥 풍경을 볼 때마다 사실 저는 답답했습니다. 과연 인생을 살면서 저 바깥 쪽에 겹겹이 쌓인 먼지를 닦는 날이 올까요? 아무리 찜찜해도 창문 닦는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게 창문의 먼지는 잊혀갈 때쯤, 호봇(HOBOT-188)을 만나게 됐습니다. 유리창을 닦아주는 로봇이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hobot-188 glass cleaning robot review (1)

 

장점
– 닦기 힘든 바깥쪽 유리창을 상쾌하게 닦을 수 있다.
– 보고 있으면 신기함을 자아낸다.
– 걸레를 갈아 끼우기 쉽다.
단점
– 매우 시끄럽다.
– 전원 케이블이 꼭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 비싸다.

 

창을 닦을 준비물

hobot-188 glass cleaning robot review (2)

손걸레나 신문지가 아닙니다. 이제 로봇으로 창을 닦는 시대가 왔습니다. 호봇에는 여분의 극세사 면포를 비롯해 길다란 전원 케이블, 묵직한 어댑터, 리모콘 등이 들어 있습니다.

 

봉긋한 저 봉우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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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봇은 ‘나 로봇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겼습니다. 스위치도 있고 전원을 연결하는 단자도 있고 불이 들어오는 LED도 있습니다. 밑면에는 걸레가 붙어 있는데 이게 어떻게 창문을 닦는다는 건지, 참 신기한데요.

hobot-188 glass cleaning robot review (4)

작동을 시키면 면포 안쪽에서 바람을 빨아들이며 중앙의 봉우리 구멍으로 먼지가 배출됩니다.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요. 그 흡입력이 굉장히 세기 때문에 유리나 벽에도 안정적으로 잘 붙어있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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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말이죠. 떼어낼 때는 손으로 꽤 힘을 줘야 합니다. 그 정도로 바람의 흡입력이 강하죠. 다만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진공 청소기의 세기를 최대로 올려 놓은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회사에서 붙여놓으니 괜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염한 움직임

2개의 극세사 면포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꿈틀꿈틀 움직입니다. 제조사에 따르면 1제곱미터 면적을 2번 닦는데 4분 정도가 걸립니다. 느릿느릿하지만, 청소는 확실합니다. 면포 한 쪽에 물을 살짝 적셔서 닦게 하니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꽂아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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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느린 것 뿐만 아니라, 사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전원 케이블이 꼭 꽂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충전을 할 수 있어서 무선으로 청소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전원 케이블을 쭉 연결하면 총 5m로 굉장히 길다는 것이죠. 멀티탭과 함께라면 베란다 창문 정도는 큰 문제 없습니다. 무선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호봇이 청소를 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전원 케이블 플러그가 살짝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차없이 우렁찬 비프음으로 경고가 울립니다. 이 때는 청소를 중단합니다. 내장된 배터리로 20분 동안 버티며 구조 요청을 보내죠. 배터리가 있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호봇을 구출하거나 다시 전원을 연결해줘야 합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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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문 바깥쪽을 닦아볼까요. 이 튼튼한 안전 줄을 잘 고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앞 일은 모르는 거니까 몸체와 연결된 안전로프와 카라비너를 주위에 단단히 묶어줍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흡입력이 세다고 해서 안전로프를 묶지 않는 건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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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더러움의 결정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죠.

역시 밖에서도 잘 붙어 있습니다. 떨어지면 안 되는데, 마음이 불안해지지만 호봇을 믿고 청소를 시작해봅니다.

hobot-188 glass cleaning robot review (001)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직접 움직여보다가, 자동 청소 버튼을 눌러 알아서 하도록 놔뒀습니다. 잘 닦고 있네요. 모서리에서는 멈칫거리며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알아서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움직입니다. 기특합니다. 지나간 자리에 먼지가 지워진 흔적이 보이시나요?

 

청소에 성공했어요. 해냈어! 좋은 청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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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분이 흘렀을까요. 창문이 상쾌해졌습니다. 그만큼 면포는 더러워졌습니다. 유리창 바깥쪽을 닦는 날이 오다니, 시끄럽고 케이블 때문에 좀 불편하긴 했어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제 한 번 사용했던 면포는 슥 빼내서 빨래 해주면 됩니다. 하나로 여기저기 사용하면 오히려 더러워지니 주의하세요. 여분으로 6쌍이나 더 들어있으니 마음 놓고 빨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벽도 잘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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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유리 뿐만 아니라 이렇게 울퉁불퉁한 벽에도 잘 붙어서 걸레질을 합니다. 벽에도 먼지가 많이 묻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만 시계나 액자가 걸려있다면 치우고 나서 청소를 하는 게 좋습니다.

 

참은 만큼 상쾌해지게 만드는 청소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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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청소는 사실 매일 하게 되진 않습니다. 가끔 하더라도 보통은 손걸레나 신문지로 쓱쓱 닦기 마련이죠. 그래도 바깥 쪽은 닦기 힘든데, 호봇은 그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줍니다. 다만 좀 참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길고 복잡한 전원 케이블의 번거로움,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 이것만 견딘다면 깨끗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게 있네요. 사느냐 마느냐, 그 고민을 뛰어 넘는 것입니다. 호봇의 가격은 30만원 후반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고민이 꽤 많이 됩니다. 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청소를 도와주는 고마운 기능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저의 경우엔 새로 이사를 가서 누군가가 집들이 선물로 주기까지 조금 참아 보기로 했습니다.

 

사세요
– 유리창 바깥쪽을 꼭 닦고 싶은 분
– 유니크한 집들이 선물을 찾는 분
– 학창시절 유리창 청소에 환멸을 느낀 분
사지 마세요
– 유리창이 좀 더러워도 아무렇지 않은 분
– 시끄러운 걸 못 참는 분
– 콘센트와 창문의 거리가 너무 먼 곳에 있는 집에 계신 분


출처: http://www.earlyadopter.co.kr/65983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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