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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경제/노벨상] 산업조직론에 게임이론 적용…독과점정책 새 지평 열어

insightalive 2014. 10. 14. 08:47

산업조직론에 게임이론 적용…독과점정책 새 지평 열어

노벨경제학상 장 티롤 佛 툴루즈1대학 교수
기존 수요·공급 뛰어넘는 플랫폼이론 개발
구글·페북같은 네트워크 산업 특징 규명
외부경제효과 낳는 뉴비즈니스 부상 예측


◆ 노벨경제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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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독과점 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어렵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독과점 산업에 대한 규제당국의 대응과 관련한 프랑스 미시경제학자 장 티롤 툴루즈1대학 교수의 연구에 주목했다. 독과점으로 인해 시장 효율성이 저해된 `시장 실패`에 대해 시장 특성과 산업별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1988년 티롤 교수가 펴낸 `산업조직론` 교과서는 현재까지도 미국 대학가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독과점 산업에서는 대부분 상품 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장벽을 만들어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 경제적 폐해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독점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에 가격 상한선을 두거나, 기업 간 담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정책 등이 도입됐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장 티롤은 규제당국의 대처 방법에 대해 달리 해석했다. 산업별로 조건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독과점 규제 역시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상품 가격 제한은 시장 지배적인 기업에 비용을 축소시켜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초과적인 이익을 용인하게 된다. 이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경쟁기업 간 담합 역시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만, 특허 사용권 등에 서로 협력한다면 사회적인 후생이 오히려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또 기업 간 합병은 경쟁을 저하시키지만 오히려 혁신을 주도할 수도 있다. 

티롤 교수는 경쟁정책이 각 산업의 특별한 조건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벨위원회는 "티롤은 이 같은 정책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통신산업에서부터 은행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왔다"며 수상 이유를 전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론을 집대성한 인물"이라며 "산업조직론과 관계된 모든 토픽 중에서 티롤 교수 손을 벗어난 게 없다. 한 가지 업적을 남겼다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두루 업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과점시장에서 게임이론 도입은 티롤 교수가 최초나 다름없다. 이전까지 경제학 이론에서는 수요ㆍ공급 곡선으로만 설명됐지만 티롤 교수 연구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고 말했다. 

티롤 교수 업적은 독과점 규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티롤 교수의 `플랫폼이론`은 구글 페이스북 등 21세기 네트워크 산업 특성을 가장 잘 정리한 이론이기도 하다. 20세기 제조업이 제품을 생산해서 시장에 내다파는 `단면시장(one-sided market)`이라면 21세기 네트워크 산업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s)이나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s)이라는 것이다. 

티롤 교수는 두 개 또는 그 이상 차별되는 고객군을 상호 연계해 거래 상대를 찾게 해 주고 고객군 간에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을 다면시장 또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신용카드나 SNS, 검색엔진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다. 

이런 네트워크 산업에 있어서는 정부가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나 담합,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부당성이나 불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단면시장에서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티롤 교수는 주장한다. 단면시장에서는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 책정은 약탈 가격에 해당하지만, 양면시장에서는 이를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정당한 가격 책정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면시장에서는 두 집단 중 어느 한쪽 가격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비약탈적인 가격이라도 한계비용보다 낮거나 무료도 가능하며 심지어는 마이너스 가격도 가능하다. 구글이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래서 가능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티롤 교수의 플랫폼 이론은 네트워크 시대에 무궁무진하게 탄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이론은 경제학에서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학에서도 마케팅과 경영전략에서 기업의 가격 정책과 생산 전략을 설명하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티롤 교수는 주전공인 산업조직론과 게임이론 외에 자산거품을 연구하는 거시 분야에서도 빛나는 업적을 이뤄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도 자산 거품이 생기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규명해낸 것이다. 

티롤 교수는 `자산거품과 중첩세대(Asset bubbles and Overlapping generation) 이론`을 통해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도 실질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부동산과 증시에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한 나라의 실질금리가 실질성장률 수준까지 떨어지면 세대 간 소비와 저축에 영향을 미쳐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게 된다는 것이다. 

정형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팀장은 "최근 티롤 교수는 기업 자금 조달 방식 분야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은행에 대한 규제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롤 교수는 2000년 중반부터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동안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거행된다. 상금은 800만 스웨덴크로나로 약 12억원이다. 노벨 경제학상 발표로 올해 노벨상은 6개 부문 수상자 선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 He is… 

△1953년 8월 9일 프랑스 트루아 출생 △1976년 에코르 폴리테크닉 대학 엔지니어링 학사 △1981년 MIT 대학원 박사 △1988년 `산업조직론` 저술 △1991년 `게임이론` 저술 △1984~1991년 MIT 경제학 교수 △1991~현재 프랑스 툴루즈1대학 교수 △프랑스 툴루즈1대학 산업경제연구소 소장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최승진 기자 / 박윤수 기자 / 김태준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08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