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경제] 수익은 개선, 매출은 후퇴… 상장사 '불안한 흑자'
[628개社 상반기 실적 분석]
수출·내수 부진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원가 줄어
수익성은 작년보다 개선돼
KT·SKT 등 통신업종은 영업이익 증가율 2856%
전기가스·증권도 좋은 성적
상반기(1~6월)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매출과 이익이 모두 1년 전에 비해 뒷걸음질했다. 내수 침체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돌발 변수가 튀어나오고,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이익률(5.83%)은 1년 전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기업들이 선전(善戰)했다기보다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덕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하락으로 생산원가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지난해에 비해 개선됐지만, 매출이 늘지 않으면서 수익은 좋아지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상장사들이 부진한 성과를 나타낸 데 반해,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상장사들은 외형과 이익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저유가 인한 '불황형 흑자'
18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628개사의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533조746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8% 줄어들었다. 영업이익(31조3659억원)도 2.1% 줄고, 순이익(27조7520억원)은 5.9% 감소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이익도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83%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상반기 중 1만원어치를 팔아 583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지난해는 5.61% 수준이었다. 김창연 신영증권 부장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은 다소 좋아졌지만 매출이 감소해 질적인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악재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향후 영업환경도 밝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시장의 12월 결산 902개 상장사의 올 상반기 성적표(개별·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50조23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0.8% 증가했다. 영업이익(2조8186억원)도 0.46% 늘고, 순이익(2조2866억원)은 10.47% 증가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648개사의 매출은 5.28% 늘어 어느 정도 외형 성장을 이어나갔다.
조승빈 대신증권 과장은 "하반기에는 원화 약세 흐름 속에 상반기에 부진했던 수출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최근 원화 약세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수요 회복 여부가 하반기 실적 회복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전기가스·증권 등 빛 본 업종도 있다
자회사 및 해외 법인 실적까지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9.78%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7.85%, 24.93%씩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이 올해도 발목을 잡은 것이다. 또 다른 대장주인 현대자동차 역시 상반기 매출(-1.44%), 영업이익(-17.06%), 순이익(-13.8%) 모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동원수산(5077.14%), 대한제강(2249.21%), 무림페이퍼(1265.50%) 순이었다.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SK텔레콤·KT 등이 속한 통신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2856%에 달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2분기에 KT가 명예퇴직을 시행하면서 인건비 지출이 커져 대규모 적자(8000억원)가 났었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실적이 이처럼 안 좋다 보니 올 상반기 통신 3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전·지역난방공사 등이 속한 전기가스업종은 저유가 기조로 연료비 절감 효과가 커지면서 영업이익 증가율(475%)이 높아졌다. 증권업(315%)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매매 수익에 증시 호황으로 수수료 수익이 많이 남았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원가 절감 효과가 생긴 운수창고업(96%)과 화학업(85%)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다른 업종의 흑자 증가율을 압도했다. 반면 조선주가 속해있는 운수장비는 적자로 전환했고, 기계업종도 영업이익이 42% 줄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전략부장은 "하반기에도 금융·화학은 계속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건설은 이른 시일 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18/20150818039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