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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취업]졸업생만 2500명…발 디딜 틈없는 서울대도서관

insightalive 2014. 12. 15. 08:25

6000석중 최대 40%…3년만에 2배
취업난에 공부할 곳 없어 인파 몰려


# 서울대를 졸업한 박 모씨(29)는 대표적인 ‘도돌이’다. 도돌이란 ‘도서관 죽돌이’를 일컫는 말로 졸업을 한 후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계속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박씨는 지난해 졸업했지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1년째 열공 중이다. 아침 7시 서울대 도서관으로 출발해 밤 11시에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온다는 박씨는 “독서실을 이용하면 한 달에 10만원인데 학교 도서관은 1만원이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이 아닌 서울대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서울대 졸업생 수가 사상 첫 2000명대를 돌파했다. 계속되는 구직 한파 속에서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 졸업생마저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도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1년 동안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졸업생은 2546명으로 개교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대 졸업생이 6000여 석의열람실을 가진 중앙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선 졸업생 출입증을 발급받거나 동문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졸업생 출입증은 1만원을 내고 1년 동안 도서관 출입과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동문회원은 10만원을 내고 출입과 열람은 물론 자료 대출과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2010년 졸업생 출입증과 동문회원을 신청한 사람은 786명이었으나 지난해 1609명으로 약 3년 만에 104% 증가했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 신청자가 2546명으로 지난해 대비 58%나 폭증했다. 추가적으로 연말 신청자까지 합치면 이 수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서울대 졸업생들이 ‘도돌이’가 되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 습득·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졸업생 출입증은 일반 독서실의 일주일치도 안 되는 가격으로 1년간 열람실을 보장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스터디룸을 이용해 취업·면접 스터디를 비싼 스터디 카페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저렴한 학교 식당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것도 주머니가 가벼운 졸업생에게 장점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인 조 모씨(29)는 “안 그래도 논술 과외를 하는 돈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데 학교 도서관이 아니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졸업생이 도서관 이용을 위해 후배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1일 임시 통행증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취업난으로 인해 도서관을 찾는 졸업생이 늘어나고 후배 신분증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 모씨(26)는 “과거엔 선배들이 종종 신분증을 빌려 도서관을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취업이 힘들다 보니 정보 습득이나 공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졸업생이 많아져 졸업생 출입증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신청자 대부분이 고시나 취업준비생”이라고 전했다.  

[송민철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26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