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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고용] 골리앗이 된 귀족노조, 비정규직 희생 위에 쌓은 정규직 高임금·철밥통

insightalive 2014. 12. 4. 08:24

근로자 몫 늘어날수록 勞勞 임금격차 더 커져
정규직 과보호 없애야


◆ 노동시장 새틀 짜기 / 1부 - 골리앗 귀족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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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입사 25년차인 이 모씨(52)는 지난 7월 일반직에서 생산직으로 전환해 지금은 울산3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스스로 포기했다. 

‘관리직’과 ‘승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포기한 것은 ‘노조원’이라는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에서는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 자격이 박탈된다. 노조원은 정년이 보장되지만 승진한 과장은 보장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생산직의 인기가 훨씬 높다. 잔업수당과 특근수당까지 받다보니 임금도 관리직 간부보다 더 많다. 그래서 이씨처럼 사회적 통념을 거슬러 ‘생산직 노동자’로 돌아서는 정규직들이 여럿이다. 

이씨는 “사무실에 있을 때는 5분이라는 시간도 아까웠지만 현장에서는 내 할 일만 하면 돼 여유가 생겼다”며 “무엇보다 고용 안정성과 높은 임금이 동시에 보장돼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은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버렸다. 한때 골리앗 크레인 위에 올라가 민주화와 노동3권을 외쳤던 그들 스스로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골리앗이 된 셈이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더 이상 총액을 늘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체 임금소득에서 임금 근로자 1명이 얼마의 잉여를 가져가는지를 의미하는 ‘임금 근로자 1단위 몫’은 한국이 0.70으로 일본 0.62, 독일 0.64, 미국 0.61보다 더 크다. 이는 한국의 임금근로자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들 국가 근로자들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더 많은 몫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근로자들이 가져가는 몫은 늘었지만 근로자 내부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1993년 기준 대기업(300인 이상)과 중소기업(5~299인) 근로자의 임금격차는 40%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56%까지 확대됐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2001년 0.63에서 2013년 0.56으로 확대됐다. 

임금 근로자 중 하위 10%에 대한 상위 10%의 임금수준을 뜻하는 임금십분위배율도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4.5배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6위였다. 이 배율이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5.1배), 칠레(5.1배), 터키(4.8배), 미국(4.8배), 헝가리(4.8배) 등에 불과했다. 이처럼 임금 근로자 한 명이 가져가는 몫은 높지만 임금 근로자 간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근로자 임금이라는 파이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 내부의 분배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임금 근로자 내에서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하는) 종사자의 지위, 사업체의 규모에 따라 격차가 매우 크다”며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세대와 청년들에게는 기회와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과보호’를 거론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고용안정성과 높은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 차별을 용인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박태주 노동교육원 교수는 ‘노사의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 = 김기철(팀장) / 신현규 기자 / 서대현 기자 / 장원주 기자 / 최승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90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