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만 만들었던 소니…고가카메라 도전에 임직원도 반대

"카메라의 모든 기능에 도전"…100년 전통 캐논·니콘 따라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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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일본 도쿄 소니 본사 사무실. 소니의 최고경영진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토론의 주제는 소니가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진출할지 여부. 반대하는 경영진의 논리는 간단했다.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로 구성된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은 이미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캐논과 니콘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소니가 후발주자로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이었다. 소니는 기껏 '똑딱이'라고 불리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격론 끝에 진출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소니가 전자 제품에서 갈고닦은 카메라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카메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결국 2006년 7월 소니는 신제품 '알파100'을 출시하며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때 소니는 "카메라에 숨겨진 모든 가능성에 도전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10년이 지난 지금 소니의 선택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소니는 올해 1~7월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점유율 56%로 5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와 성능은 같으면서 크기와 무게는 크게 줄여놓은 렌즈교환식 카메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도 소니는 점유율 35.4%로 6개월 누적 기준 처음 1위를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소니가 10년 만에 100년 역사를 가진 경쟁사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업계는 이에 대해 이미지 센서, 휴대성과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 다양한 렌즈군 네 가지로 분석한다. 소니는 디지털 카메라 개발을 통해 이미지 센서(CMOS)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지 센서는 디지털 카메라에 탑재해 외부에서 빛을 받아들여 전기적 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 소자다. 기존 디지털 카메라보다 고급 사양인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고성능의 이미지 센서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는 세계 디지털 이미징 시장 5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인 이미지 센서의 제조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소니 카메라는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또 콤팩트 카메라만큼 작고 가벼운 보디를 통해 크고 무거운 DSLR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소니는 카메라 제조업체 중 유일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과 함께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 최다 60여 종의 렌즈군을 갖추고 있다. 올해에만 7종의 신제품 렌즈를 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니 특유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빼놓을 수 없다. 소니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이미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세계 최초 수식어가 달린 카메라를 연거푸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예컨대 소니는 1981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상용화했다. 이때 나온 카메라가 바로 '마비카'다. 다른 카메라 업체들이 아날로그 필름 방식의 카메라를 고수할 때 소니는 이미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기술력을 한발 앞서 시작한 것이다. 마비카는 첨단 광학기술을 탑재해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 가지 부족한 게 렌즈 기술이었는데, 소니는 세계 3대 렌즈 업체인 칼자이즈와 손잡고 렌즈를 공동개발했다. 소니는 1999년 칼자이즈 렌즈를 탑재한 첫 번째 카메라를 출시했다. 

소니는 2004년 자체 생산한 CMOS를 탑재한 디지털 카메라 'R1'을 출시해 카메라 사용자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R1은 DSLR급 하이엔드 일체형 카메라였다. 

소니는 이어 2006년 세계적인 광학기술과 렌즈 제작 기술을 가진 미놀타를 인수함으로써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진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소니는 2006년 7월 첫 번째 렌즈교환식 카메라인 알파100을 출시함과 동시에 세상에 없던 카메라를 잇달아 선보였다. 

경쟁사 카메라가 렌즈에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된 것과는 달리 알파100은 카메라 보디에 손떨림 보정 기능을 내장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촬영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08년엔 세계 최초로 LCD 화면을 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라이브뷰'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출시했고, 2010년엔 세계 최초 반투명 미러기술을 탑재한 렌즈교환식 카메라 DSLT-A55를 출시했다. 

소니의 혁신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두드러졌다. 2010년 세계 최소형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NEX-5를 출시했고, 2012년엔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180도 돌아가는 LCD를 탑재해 셀피족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13년에는 세계 최고 AF 속도 0.06초를 탑재한 렌즈교환식 카메라, 세계 최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냈다. 현재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소니밖에 없다. 

소니는 카메라 사용자 서비스도 강화했다. 소니는 자사의 디지털 이미징 제품을 사용하는 전문 사진, 영상 작가를 위한 특별한 고객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니 이미징 프로 서포트' 제도와 소니 카메라 사용자에게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카메라 강좌를 제공하는 '알파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 권위의 사진대회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를 후원하는 등 사진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소니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던 카메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발상으로 카메라에 숨겨진 모든 가능성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며 "소니는 현재 이뤄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카메라에 대한 진정성과 도전 정신을 통해 카메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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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 2% → 18% 끌어올린 소니코리아 '작가주의' 마케팅 

소니코리아가 2006년 첫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시장에 출시한 이후 10년 만에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배경에는 '마케팅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철저히 한국의 상황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마케팅이 크게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다. 소니코리아의 카메라 마케팅은 2008년 '작가주의'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 소비자들은 소니 카메라의 높은 성능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다. 이에 소니코리아는 사진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소지섭을 모델로 선정하고 작가주의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 캠페인은 '그 누구의 사진과도 똑같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제로 사진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때부터 소니 카메라에 고급스러움과 고성능 이미지가 더해졌다. 

덕분에 소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시장 진출 초기 2%에서 2008년 18%로 급격히 올라갔다. 당시 전 세계 소니의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점유율이 약 10%임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니 일본 본사는 한국에서 진행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작가주의 광고 포맷을 거의 그대로 일본에도 적용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은 2010년 소니코리아가 NEX라는 콤팩트 사이즈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이때 소니가 니콘을 처음 추월했다. 소니코리아는 2014년 배우 송혜교를 후속 모델로 기용하면서 여성 소비자를 확고히 사로잡으며 2014년 2월 월간 기준 국내 렌즈교환식 시장에서 처음으로 캐논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소니는 35.4%로 확고한 1위를 지켰다. 소니코리아 카메라 마케팅을 담당하는 배지훈 부장은 "한국의 카메라 전문가와 취미 사진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카메라가 나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 펼쳐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윤원섭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4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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