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가 말하는 미래 인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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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컬처혁신'이란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스타트업 문화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유도해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직원 수 10만명의 거대 조직인 삼성전자가 과연 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이 이 작업을 준비하면서 벤치마킹을 했다면 틀림없이 빼놓지 않았을 기업이 있다. 

바로 직원 수 33만명의 미국 최대 제조기업인 GE다. GE는 최근 몇 년간 금융사업부를 매각하고 자체 운영시스템(OS)을 만드는 등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하드웨어 변화의 내면에는 소프트웨어(인사제도와 기업문화)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스타트업' 문화를 2013년부터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최근 방한한 수전 피터스 GE 글로벌 HR 총책임자로부터 GE가 디지털 산업 기업이 되기 위해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들었다. 피터스 총책임자는 "GE는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모두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면서 124년 전통을 가진 기업이면서도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속히 변하는 이 시대에 맞춰 GE가 인재를 양성하는 기본 철학과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피터스 총책임자는 "'우리는 모두 함께 성장한다(We all rise)' '우리가 모두 다 리더(We are all leaders)'라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그리고 인재들은 급속히 변하는 시대에 빠르게 배우고, 또 배운 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하는 그와의 일문일답. 

 GE는 최근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 GE는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변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의 변화를 모두 요구한다. 하드웨어의 변화는 회사의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꾼다는 의미다. GE의 금융서비스는 축소시키는 반면 지난해 11월 알스톰을 인수하면서 디지털 사업은 새롭게 시작한 경우를 포트폴리오 변화 일례로 들 수 있다. 포트폴리오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해 GE는 디지털 산업을 창조해냈다. 디지털 사업과 역량을 각 GE 8개 사업 영역에서도 강화시켰다. 

물론 우리는 기업 문화와 연계되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변화도 하드웨어 측면과 연계돼야 한다. 기업 문화는 더 빠르고, 간소하며, 고객을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GE는 인재 양성에서 계속 변신을 추구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간소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 문화 방식을 도입한 것과 연관 있나. 

▷ GE는 항상 외부 기업에서 배우려고 한다. 한국 기업과 파트너를 맺으면서도 많이 배웠고, 다른 전 세계 기업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실리콘밸리에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의 운영 방식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일을 했다. 어떻게 간소함과 신속성으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될 수 있었는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철학과 역량을 바탕으로 '패스트웍스'라는 새로운 경영 혁신 도구를 개발했다. 패스트웍스란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이 시제품에 대한 고객 의견을 듣고, 의견을 수렴해 다시 제품을 개선해나가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GE 같은 대기업들은 제품을 완성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일련의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리콘밸리의 방식을 도입했고, 이 방식을 기업 문화와 혁신 프로세스에도 적용하고 있다. GE의 모든 요소가 '패스트웍스' 정신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에 대해 시험해보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기초해서 다시 더 전진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서 직원들은 실패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을 통해 예전보다 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사 담당자들이 인재를 관리하고 육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본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GE에서는 '모든 개개인이 다 리더(We are all leaders)'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리더십의 핵심은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다. 우리는 직원의 이런 의지를 충분히 활용하고 끌어올리고자 한다. 따라서 직원들이 좋은 코칭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경험과 임무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상적인 롤모델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요소를 통해 개개인은 성장한다. 이에 따라 그들은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두 함께 성장한다(We all rise)'는 인재 육성의 기본 철학이다. 이 철학을 기반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관리한다.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에 기반해 최근 도입한 'PD(Performance Development)'라는 평가 방식을 개발했다. 성과 관리 방식에서의 큰 변화다. 대부분 기업들은 연평가보상제도 방식이나 등급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PD는 동료나 매니저를 실시간으로 언제나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앱으로 나중에 1년 동안 총체적으로 평가를 수집하지만 1년 내내 실시간으로 누구든지 동료나 매니저 등 모든 직원을 직접 평가할 수 있다. PD는 지금까지 우리가 기치로 내세운 것을 대표한다. 신속성, 유연성, 피드백을 강조하는 새로운 기치를 통해서 언제나 모든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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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제조업 시절 인재와 GE가 디지털 기업으로서 요구하는 인재의 차이는. 

▷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변하려면 몇 가지 필요한 사항이 있다. 우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경우 소프트웨어적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물론 소프트웨어 측면뿐 아니라 통합적으로 기존의 GE 시스템과 관련해 제품을 잘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GE는 전반적으로 인재들이 디지털 전환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 인재들은 이미 디지털 역량이 출중하다. 따라서 GE는 그들의 역량이 전반적인 사업과 잘 어우러지도록 노력한다. 한편 몇몇 직원들은 디지털 역량이 부족하다. 이 같은 직원들을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디지털이 무엇인지,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서 GE가 어떻게 운영될 것이며 이런 변화가 리더십이나 행동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또한 인재들이 리더십 함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GE는 교육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모든 직원들의 레벨에서 체계적으로 리더십을 개발하는 교육을 통해 디지털 산업 기업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도 벤처기업 문화 도입, 스피드 경영, 고객 중심 등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GE나 한국 대기업과 같은 거대 규모의 조직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어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 또 극복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은 항상 도전적인 과제다. GE는 도전적인 과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앞서 말한 하드웨어 변화와 소프트웨어 변화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패스트웍스, PD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GE는 2014년 'GE 빌리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GE 빌리프란 GE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정립한 개념으로 '고객이 우리의 성공을 결정한다' '속도를 내려면 군살을 빼라' '이기려면 배우고 적응하라' '서로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성과를 올려라' 등 5가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업 조직 구조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예전에 대기업들은 많은 계층으로 이뤄진 수직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점점 수평적인 세계로 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임무 기반 팀(mission based team)'을 구성했다. 특정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과 영역으로부터 인력을 구성한 팀이다. 이 조직은 수평적인 구조로 팀원 각각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이런 구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패스트웍스, PD, GE 빌리프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후 실제 사내 분위기나 직원들의 의식 변화를 체감하나. 조직 변화 후 실제 업무 일선이나 사업 성과 측면에서 변화를 주는 사례가 있나. 

▷ 실제로 회사, 인력, 기업 문화의 변화를 크게 느끼고 있다. 기업 전체적으로는 디지털 산업 기업이 되겠다는 믿음이 신속하고 간소화된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본다. 또 이런 변화는 빠르고 유연한 사내 문화로 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업적인 면에서는 매우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제품생산 주기(cycling time)'가 줄어들었다. 

패스트웍스라는 경영 방식을 통해 제품이 시장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 아울러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개진하려는 의지와 개방성도 더 늘고 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천 개의 아이디어가 모든 직군과 계층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개진하지 못하던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GE 내부 업무 방식에서도 아이디어가 유동적이고 개방적일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결국 기업적인 측면에서는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제품의 신속한 출시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 개방성, 공유성을 느끼고 있으며 인재적인 측면에서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내놓는 데 기꺼이 의사표현을 한다는 면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다. 

 GE 내에는 한 사업부만 해도 수많은 임원이 있다. PD, GE 빌리프 등 문화 혁신 후 GE 내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의 역할이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떻게 달라졌나. 

▷ 패스트웍스, PD, GE 빌리프 등은 새로운 스킬과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모든 직원에게, 특히 매니저급 임원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임원들의 행동은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E는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GE 빌리프를 얘기할 때 전체 GE 임원 30~50명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며 주인 의식을 갖고 소통하고 있다. 항상 리더들과 소통을 하면서 이분들이 새로운 변화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HR 차원에서 코칭도 하고 있다. 

특히 GE는 각 다른 영역에서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GE 헬스케어는 GE항공이나 GE파워에서 배울 수 있다. 따라서 GE 리더들은 롤 모델과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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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임원을 채용하고 교육해왔다고 들었다. 성공하는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GE는 외부에서도 인재를 영입해 기른다. 기본적으로 성공하는 리더는 어느 정도는 똑똑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성공에 기여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진실성이 있어야 하며, 또한 비즈니스 언어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 비즈니스 언어는 금융에 국한돼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뿐 아니라 디지털과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지식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좋은 결과를 내놓으려는 의지다. 그런 리더와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고 따르고 싶어한다. 

아울러 성공하는 리더는 어렵고 복잡한 것을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줄 알며 쉬운 설명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끌면서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 

실패하는 리더가 주로 범하는 행동은 동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료들이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가르쳐줄 때 리더십도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기대치의 격차다. 한 직원이 성장하면서 기대치도 올라가는데, 기대치가 더 빨리 올라갈수록 개인 역량과의 차이가 커진다. 만약 그 개인이 빨리 그 기대치에 따라 성장하지 못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 GE는 실패할 기미가 보이는 리더들에게 코칭을 통해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그렇다. 매우 오랫동안 GE에서 근무했다. 37년간 GE에 몸담고 있다. 물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그럼에도 GE에 남아 있었던 이유는 GE 안에서 항상 새로운 도전을 맞았고, GE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일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다양하고 훌륭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GE의 성과나 역량 기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항상 나 자신을 끌어올리고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다른 환경에서는 이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싶다. GE가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점이 만족스러웠고, 그리하여 세상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 오게 된 일도, 전 세계 많은 직원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다. 이런 요소들이 GE에서 일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다. 

 예비 사회인들, 또는 직장인들에게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 간단하게 대답을 하겠다.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재빨리 배울 수 있는 능력, 또 배운 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보통 배울 수 있는 능력보다 배운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더 어렵다. 우리는 주변 환경과 경험으로 배우고 습득하며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색다른 사고, 운영, 행동, 지도 방식에 대해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인재를 가르치면서 과거를 보내버릴 수 있으면서 새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직장인들과 예비 직장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받아들이고 또 과거에 배웠던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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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 is… 

수전 피터스 인사관리(HR) 총책임자는 1979년 GE 가전사업부에 처음 입사해 GE 플라스틱, NBC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의 HR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7년에는 GE 부사장으로 임명됐으며, 2007~2013년 GE의 중역 개발 담당 부사장 및 최고교육책임자(CLO)로서 GE 크로톤빌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30만명에 달하는 GE 직원의 인사와 GE 고위 임원 600여 명의 교육, 관리 및 승계 등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김미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471616&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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