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아르키메데스, 킹 질레트, 이순신, 아인슈타인(왼쪽부터)은 순발력보다 지구력을 원동력 삼아 혁신을 이룬 인물들이다.
면허시험이나 수학능력시험은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문제를 푸는가로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한다. 고사장에서 고득점을 하는 비결은 주어진 시간 안에 빨리 문제를 푸는 순발력에 있는 것이지, 우직하게 한 문제를 오래 붙잡는 지구력에 있지는 않다. 위대한 혁신에는 순발력보다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 혁신은 단 몇 분, 몇 초 만에 빨리 문제를 푸는 두뇌회전보다 며칠 몇 년을 한 문제에 매달리는 집요함에서 나온다.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 알아낸 아르키메데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일회용 면도기를 발명한 킹 질레트, 뉴턴 물리학을 뒤엎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모두 끈질긴 집념으로 문제를 파고들어 혁신을 이루었다. 

히에론 2세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자신의 금관을 진짜 순금으로 만들었는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어떻게 왕관을 녹이지도 않고 진짜인지 알아낼까 아르키메데스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는 '유레카'라고 외쳤다. 과학의 재미를 돋우는 스토리텔링의 동화는 실제로 어떻게 문제 해결이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욕조의 물이 넘쳤으니 물통에 금관을 넣었을 때 넘친 물의 양으로 순금 여부를 알아냈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물의 표면장력 때문에 넘치는 물의 양으로 순금 여부를 알아내기 힘들다. 생각을 더 해야 문제가 풀린다. 수조에 같은 무게의 순금과 가짜 왕관을 넣으면 평형을 이루지 않는다. 순금과 가짜 왕관은 밀도가 달라 평형을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1597년 7월 15일에 칠천량해전에서 조선은 왜적에 대패했다. 8월 18일 회령포에서 12척의 배를 인수한 이순신은 9월 16일에 명량해전을 치렀다. 결전을 앞둔 이순신은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이길 방도를 찾느라 밤잠을 설쳤다. 조금도 눈을 붙이지 못해 눈병까지 얻었다. 백의종군으로 행군하던 이순신은 1597년 6월 4일에 개벼루(지금의 합천군 율곡면 영전리와 문림리 사이에 있는 기암절벽)라는 천 길 낭떠러지 좁은 길을 지나게 되었다. 그날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이같이 험한 곳을 눌러 지킨다면 1만명이라도 지나가기가 어렵겠다"고 적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서 이순신은 "천 길 낭떠러지 좁은 길목을 한 사람이 지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오자병법을 떠올렸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좁은 명량에서 일렬종대로 다가오는 왜적 133척의 배를 물리쳤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1895년 어느 날 질레트는 면도를 하다가 면도날에 피부를 베이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질레트는 일회용 안전면도기를 생각했다. 아주 얇은 강철로 면도날을 만들면, 재료값은 싸면서도 다 쓴 면도날을 새것으로 교체하게 되어 지속적으로 매출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면도날의 문제 해결은 질레트가 생각한 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값싼 일회용 면도날을 만들려면 알루미늄 포일처럼 아주 얇은 강철을 재료로 사용해야 했다. 아주 얇은 강철은 수염을 벨 정도로 강도가 세지 못했다. 질레트는 아주 얇은 강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담금질을 했지만 문제를 만들었다. 

질레트는 샌드위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즉, 얇은 강철의 위아래에 구리와 철을 덮어 담금질을 하는 것이었다. 구리와 철은 열팽창계수가 서로 달라 담금질의 팽창과 수축 과정에서 상쇄 작용을 하여 얇은 강철이 휘는 것을 막았다. 결국 질레트는 1903년에 면도날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질레트는 생산에서 혁신을 이루었지만 이번에는 마케팅 문제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은 일회용 면도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질레트는 일회용 면도기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소비 경험을 갖도록 묘책을 짜야 했다. 궁리 끝에 질레트는 소비자들에게 면도기를 공짜로 나누어주고 면도날을 반복 구매하게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공짜 마케팅을 펼쳤다. 

1916년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다. 100년이 지난 올해에 드디어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중력파를 연구한 학자들은 약 13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하나로 합쳐지는 0.15초의 과정에서 생기는 중력파의 파동 변화를 측정했다.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이 연구는 두 블랙홀이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중력파의 파동이 겹치면서 점차 커졌다가 블랙홀이 하나가 된 순간에 중력파의 파동이 사라지는 것을 측정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95년 16세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약 빛의 속력으로 날아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았다. 그는 빛의 속력이 항상 일정하다면 뉴턴의 법칙에 모순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렸다. 뉴턴까지는 물체에 힘을 가하면 그만큼 물체의 속력이 증가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물체에 무제한의 힘을 가하면 속력이 무제한으로 증가하게 되어 가장 빠른 빛의 속력을 추월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그 에너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의아해했다. 그는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였고, 1916년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위대한 창의적 문제 해결은 일순간의 통찰이 아니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집요함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자가 드물다. 혁신이 드문 이유는 끝까지 하는 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133679&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