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기 | 2013/10/25 02:31

 

안녕하세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디자인 학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은기 입니다. pxd의 통신원으로 첫 포스팅을 하게 되어서 참으로 기쁩니다 :) 오늘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 10월 3, 4일 양일에 걸쳐 미국의 Adaptive Path가 개최한 Service Experience 2013 컨퍼런스의 후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세계 디자인 계에서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데요, 본 컨퍼런스를 통해 미국의 서비스 디자인 최근 실무 및 업계 동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컨퍼런스 웹사이트

두 편에 나눠서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몇몇 발표들과 생각들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1) 먼저 컨퍼런스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이 컨퍼런스에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발표자들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참여한 컨설팅 회사들을 살펴보면, Gravity Tank, Adaptive Path등의 디자인 컨설팅, 비즈니스 컨설팅 (Booz Allen), 개발도상국 사회혁신 컨설팅 (Reboot), 그리고 Forrester와 같은 전통 시장조사 컨설팅 회사들이 있습니다.

참여한 일반 기업들을 살펴보면, 기술기반 인터넷 서비스업, (Airbnb, Groupon, OpenTable) 제조업 (Philips Healthcare, GE), 전통 서비스업 (Mayo Clinic, Marriott, USAA - 미군 현역 및 전역자 대상 보험업체, AT&T) 들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와 디자인의 만남에 관심을 가지고 실무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서비스 디자인 컨퍼런스들을 보면 주로 학계나 컨설팅 회사들로 라인업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컨퍼런스에서는 일반 기업의 내부 조직에서 서비스 디자인이 어떻게 내재화 되어 실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서 특히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컨퍼런스는 샌프란시스코의 Financial Disctrict 에 위치한 Julia Morgan Ballroom 에서 열렸습니다. pxd의 이전 포스팅에도 간간히 등장했던 Adaptive Path의 디자인 디렉터 Jamin Hegeman의 오프닝으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150여명 가까이 되었으며 저와 같은 학교의 연구원과 학생, 교수들을 비롯 스타트업, 실리콘 밸리 인근의 부띠끄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 Google과 같은 기업 등 서비스와 디자인의 만남에 관심이 많은 각계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2) Dave Gray (Liminl - 조직 변화 및 혁신 컨설팅) 
   "When Service Meets the Divided Company"


첫번째 발표는 디자인 사고에 기반한 조직변화 (Organization Transformation)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Connected Company의 저자인 Dave Gray가 "When Service Meets the Divided Company" 라는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행사의 첫 발표가 일견 서비스 디자인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이는 조직 변화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 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은 조직의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은 영국의 서비스 디자인 회사 engine의 공동창립자인 Oliver King이 몇년 전 부터 줄곧 주장하던 바인데요, 올해 4월 Andy Polaine과 Live|Work 공동창업자가 집필한 Service Design: from Insights to Implementation에서 이 부분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서비스의 수혜자 (일반적으로 고객 (Customer)) 는 서비스를 하나의 단일한 경험 (Unified Experience) 로 인식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조직에서 만들어지고 전달되어 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파편화된 개별 조직들 (Silo) 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가 많아 단일한 경험을 만들어 내는 데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Service Design: from Insight to Implementation (Andy Polaine 외, 2013) p19, 23 에서 발췌. 왼쪽 그림은 서비스가 거대 조직 내에서 분업화 되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을, 오른쪽 그림은 고객이 서비스를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olaine의 이 책은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카네기멜론을 비롯하여 해외의 많은 디자인 학교 서비스 디자인 수업에서 해당 도서를 교과서와 참고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Dave의 기조 연설은 서비스 디자인 계의 숙원: 일부 접점(touchpoint) 들에서 작용하는 인공물을 디자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이 원활하게 서로 맞물려 일관된 서비스 경험과, 나아가 가치를 창출하는 제반 프로세스를 디자인 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루고 있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인 일반 기업들에 내재화된 서비스 디자인 실무 사례 공유에 대한 예고편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Dave가 하나의 방법으로 제안한 '조직 문화 매핑' 방법 에 대해서는 더 많은 숙고와 점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Kyle Vice (Philips Healthcare, Senior Service Designer)
    "Shaping Conversations and Establishing Common Ground"


두번째 발표는 전체 컨퍼런스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게 들은 발표 중 하나였습니다. Philips 헬스케어 사업부의 Senior Service Designer인 Kyle Vice가 기업 조직 내 서비스 디자인의 업무의 실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조언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부상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제조업의 서비스화일 텐데요, 고가의 헬스케어 장비를 제조하여 B2B방식으로 유통하는 필립스의 헬스케어 사업부에서 서비스 디자인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위의 두 슬라이드가 Kyle의 발표를 요약하고 있는데요, 요지는 서비스 디자인을 멋들어진 서비스 블루프린트, 고객 여정맵을 디자인 하는것에서 끝내지 말고, 디자이너들이 그것을 가지고 조직 내부의 다양한 팀들과 탄탄한 후속작업 (internal alignment)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 Kyle의 발표 제목, 'Establishing Common Ground' 가 시사하듯, 서비스 블루프린트를 서비스 디자인 실행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내부 조직 이해관계자들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공유된 캔버스 (shared canvas) 로 활용하는 사례를 다뤘습니다.

Kyle은 실제 필립스 헬스케어 서비스 디자인 팀이 업무시 활용하는 블루프린트의 골격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널리 공유되었던 전형적인 블루프린트의 포맷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립스 헬스케어 디비전의 업무 특성상, 그들이 제조하여 판매하는 기기는 최소 세 종류의 사용자 - 의사, 간호사, 환자 - 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병원에서 관리하여 주는 직원들도 포함할 수 있지요. 이렇게 복수의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서비스 연계 시스템을 디자인 하기 위해서 필립스의 디자인 팀은 위 슬라이드에 보이는 다섯 가지 서로 다른 기능의 팀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고, 그 근간으로 서비스 블루프린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4) Peter Merholz (Groupon, Vice President, Design Group)
    "Product Design : Service Design : Product Management :: ???"


이러한 기업 내 (서비스) 디자인 팀의 역할 변화 내진 확장은 Groupon의 Design 그룹 임원인 Peter Merholz의 여섯번째 발표에서도 반복되어 강조되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부상 배경을 이야기 할 때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개념 중 하나는 Pine과 Gilmore의 경험 경제 (Experience Economy) 입니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경험 경제에 더하여 연결된 시대 (Connected age)가 많이 언급되는 것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Peter의 발표 제목은 Product Design : Service Design : Product Management : ???? 입니다. 이는 제품(디지털 재화 포함) 디자인 - 서비스 디자인 - 제품 관리로 이어지는 디자이너의 역할 확장을 뜻하며, ????이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Groupon 디자인 조직 사례 공유와 함께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Groupon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 커머스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데요, 아래 슬라이드에서 볼 수 있듯 인하우스 디자인 팀은 50여명으로 크지 않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규모의 디자인 조직이 큰 서비스 비즈니스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서로 다른 조직 간의 간극을 매워 주는 풀(glue)과 같이 활동하게 된다고 Peter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Polaine 책에서 소개된 조직 내 서비스 경험 창출에 있어 내부 부서 간 간극의 문제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Peter는 결국 ???를 Design(+) 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적절한 워딩이 아직 떠오르지 않아서일까요? 여하튼 Peter는 기업 내 디자인 부서가 협업 부서의 요구사항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서비스 론칭 및 고객 관리에 이르기 까지 follow up 하는 사례를 공유하였고, 궁극적으로는 디자이너들이 조화로운 서비스 경험의 설계자 (Architects of Coordinated Service Experience) 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단어는 '조화 (Coordination)'인 것 같습니다. 이는 서비스 경험 창출을 위한 내부 부서간의 협업 조율임과 동시에, 나아가 사용자들이 서비스 여정에서 접하는 다양한 접점들의 조화이기도 합니다.


5) Melanie Huggins (Richland Library, Executive Director)
    "It's Experience that Matters"


이어진 일곱번째 발표는 Richland Library의 경험혁신 사례였습니다. Richland Library는 미국 South Carolina주의 컬럼비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장인 Melanie Huggins가 직접 열정적인 발표를 진행해 주었습니다.

Melanie는 모든 것이 '도서관 카드를 갖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단순히 카드를 예쁘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사용하는 사람 (People), 도서관이 위치한/섬기는 커뮤니티 (Community), 그리고 도서관의 시스템 (System) 간 상호작용에서 창출되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Richland library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User Experience로 아래와 같이 이 내용을 구성한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미처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Melanie는 Richland Library 서비스 디자인의 네가지 P를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사람 (People), 장소 (Places), 프로세스 (Processes), 프로그램 (Program) 으로, 경험 디자인의 네 가지 소재를 뜻합니다. 여기서 '사람'을 디자인 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도서관 카드의 수납 처리를 담당하는 대면 (face to face) 업무 직원들의 신입 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한 사례를 들어주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서관 카드가 생기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특별한 일만은 아닙니다. 도리어 여러가지 복잡한 서류 처리를 생각하면 짜증나는 일에 더욱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첫째, 카드 발급 프로세스를 간소화 하는 것, 둘째, 그리고 카드를 발급 받은 우리 멤버들이 도서관에 올 때 정말 가슴 설레이게 하는 것. 이 두 가지 과제 설정을 통해 리치랜드 도서관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Melanie는 앞서 언급한 도서관 신입 직원 및 사서들의 교육 프로그램 리디자인과 더불어 인테리어 리디자인, 고객 동선 리디자인, 사서 예약 (Book a librarian) 프로그램, 지역 청년들을 위한 커리어 상담 프로그램 도입 등 리치랜드 도서관의 다양한 사례를 전방위적으로 소개하여 주었습니다.

Melanie 관장님이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것이 모바일 App과 웹사이트 개편이었는데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서비스 디자인을 이렇게 스크린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논의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리치랜드 도서관 경험 디자인 프로젝트에 있어서 디지털 접점은 앞서 Groupon의 Peter가 말한 것처럼 다른 접점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일부 개체로서 작동하고 있었으며, Melanie 역시 "도서관 경험은 스크린보다는 현장에 존재한다" 는 점을 십분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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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이번 포스팅에서는 컨퍼런스의 구성, Philips Healthcare, Groupon, Richland Library 발표를 소개하여 드렸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Mayo Clinic, Gravity Tank, Airbnb, GE 등의 발표를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이다보니 발표 별로 간략하게 적어 아쉬운 점이 많은데요, 더 궁금하신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더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서비스 디자인##]
[참고##해외교육##] 

 

출처: http://story.pxd.co.kr/m/79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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