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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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뉴욕 웨스트 빌리지의 카페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한 남자가 실수로 옆 테이블에 커피를 쏟자 이에 화가 난 여자와 다툼이 일어난다. 여자는 초능력을 사용해 남자를 벽쪽으로 밀쳐내고 천장으로 솟구치게 하는 등 카페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 비현실적인 2분 24초짜리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500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이를 온라인 광고비로 환산했을 때 80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했을 때 성과와 맞먹는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동영상을 기획ㆍ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통시켰을까. 동영상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의문점이 풀린다. 

개봉을 앞둔 영화 `캐리`의 한 장면이다. 스티브 킹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1976년 제작된 공포영화로 2013년 리메이크됐다. 주인공 캐리의 초능력을 소재로 한 이 깜짝 동영상을 사람들은 기업의 마케팅용 콘텐츠로만 인식하지 않았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런 콘텐츠를 `프랭크버타이징(Prankvertising)`이라 부른다. 농담 섞인 장난을 뜻하는 `Prank`와 광고를 뜻하는 `Advertising`을 조합한 신조어다. 이런 새로운 툴을 통한 색다른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등장과 유행에는 마케팅 환경의 세 가지 중요한 변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마케팅에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설득의 대상이었던 소비자들의 변화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기업의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전파하는 존재가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이 원하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유통시키는 스마트한 존재로 진화했다. 

둘째, 미디어 환경의 변화다. 일본 소셜 컨설턴트 요코야마 류지가 말했듯이 전통적인 미디어(TVㆍ신문ㆍ잡지), 즉 기업이 돈을 지불하는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만으로는 효율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어렵게 됐다. 소비자가 접하고 소비하는 미디어들이 다양하게 분화됐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페이드 미디어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체 미디어 역할을 하는 오운드 미디어(Owned media),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 유통시키는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등을 함께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트위터 혹은 블로그와 같은 디지털 소셜 채널들은 오운드 미디어이면서 동시에 언드 미디어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이런 트리플 미디어(페이드ㆍ오운드ㆍ언드 미디어)를 잘 활용해야 마케팅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이유로 버진항공ㆍ칼스버그ㆍ폭스바겐ㆍ하이네켄 등 무수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프랭크버타이징` 스타일의 소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와 공유를 이끌어내고, 이를 마케팅과 브랜딩의 새로운 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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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도 이런 새로운 소셜 콘텐츠를 활용한 캠페인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캠페인은 단발적으로 소셜상에서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의 프로모션이나 전통미디어의 광고 혹은 마케팅 PR와도 연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소셜 콘텐츠 중심의 통합마케팅(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형태의 캠페인이 등장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다운재킷을 입어보기 위해 들어갔다 나온 탈의실이 눈 덮인 북극으로 변해 있다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동영상을 만들었다. 동영상에는 눈밭 한가운데 `제한시간 60초! 안에 얼음을 깨면 다운재킷을 획득할 수 있다`는 푯말이 보인다. 고객들은 신나게 얼음을 깨 다운재킷을 획득한다. 영등포의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은 단시간에 유튜브에서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 `프랭크버타이징`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초코파이 뇌과학테스트`라는 주제를 가지고 프랭크버타이징 실험을 했다. 기존 초코파이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려 습관적으로 경쟁사의 초코파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기획됐다. 

여의도 IFC몰에서 진행된 이 실험에서 소비자들은 눈을 가린 채 롯데제과와 경쟁사의 초코파이를 먹게 되는데, 이때 각각 뇌파를 측정한다. 어떤 초코파이를 먹었을 때 긍정의 뇌파를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에 설치된 투명한 연구소 부스와 뇌파 테스트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와 콘텐츠 이용 행태가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콘텐츠들을 제작ㆍ유통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프랭크버타이징` 스타일 콘텐츠를 가미한 새로운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국내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심은 여전히 항상 소비자와 고객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들고, 기업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캠페인들만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상진 대홍기획 디지털마케팅본부장]


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84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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