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고속도로·세동맥 일반도로·모세혈관은 골목길
모세혈관 혈류따라 몸 구석구석에 영양·산소 공급
머리카락 굵기 10분의1…막히면 각종 질환에 노출
격렬한 운동보다 가벼운 걷기운동 혈류 개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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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체기관은 혈관이다.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에 달한다.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길이다. 

    혈관은 동맥(심장에서 나가는 피)과 정맥(심장으로 들어오는 피), 모세혈관으로 크게 구분하는데, 길이는 5대5 비율로 동맥과 정맥이 같다. 

    동맥은 대동맥·세동맥으로, 정맥은 대정맥·세정맥으로 세분할 수 있다. 혈액량은 길이와 달리 동맥 20%, 정맥 80% 비율로 흐른다. 

    특히 대동맥~세동맥에 전체 혈액량의 15%, 세정맥~대정맥에 64%가 흐른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피)은 대·중·소동맥을 거쳐 세동맥까지 운반되고 모세혈관, 세정맥, 소·중·대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혈관의 95%는 온 몸에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모세혈관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혈류는 바로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을 가리킨다.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잇는 가느다란 혈관을 말하며,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모세혈관의 지름은 5~1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5~10㎜)이며, 모세혈관을 지나는 적혈구와 백혈구의 지름은 7㎛이다. 

    모세혈관은 60조개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 구석구석에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한다. 혈관이 건강해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공급되면 세포가 활성화되고 재생능력이 상승해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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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고 호흡해 몸 안으로 들어온 영양소와 맑은 산소는 모세혈관을 통해 세포에 도달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며,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 즉 산소·영양소와 이산화탄소·노폐물의 물질 교환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가가 건강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대동맥을 고속도로, 세동맥을 일반도로, 모세혈관을 집 앞 골목길에 비유했을 때 집(세포) 앞 골목길에 다른 차가 주차돼 장애가 된다면 짐(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트럭(적혈구)은 집 앞까지 들어올 수가 없다. 

    만약 트럭이 집 앞까지 올 수 없으면 쓰레기(이산화탄소·노폐물)를 회수해 가지 못해 순식간에 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운동 부족, 수면 부족,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이 노화되고 혈류 순환이 악화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피부 탄력이 없어지고 기미나 주름이 증가하듯이 혈관도 노화가 진행된다. 전형적인 혈관 노화 증상이 바로 '동맥경화'이다. 

    혈관을 회춘(回春)하고 모세혈관의 혈류를 개선하는 방법은 바로 식생활 개선, 스트레스 줄이기, 적당한 운동,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등이다. 운동은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다. 격렬한 운동은 혈류 속도를 지나치게 높여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 노리오 일본수면의학협회 이사장은 '기적의 수면법(덴스토리 출간)'이라는 책에서 "혈류 하면 대동맥 혈류나 모세혈관 혈류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심장박동수를 올리는 격한 운동을 하면 대동맥과 모세혈관이 받는 충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타니 이사장은 "포유류의 심장박동수는 평생 23억회 정도라고 한다"며 "격렬한 운동은 그만큼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면 대동맥에서 모세혈관까지 전체 혈관의 혈류 속도가 상승하는데, 격렬한 운동은 모세혈관의 혈류가 지나치게 빨라져 모세혈관의 벽 틈과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세포액에 스며들 틈도 없이 다시 정맥으로 되돌아간다. 

    운동 가운데 정맥에 고인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골격근을 단련하는 운동이나 걷기처럼 가벼운 운동은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을 개선한다. 가벼운 운동은 정맥에 고인 혈액을 밀어내 심장박동수를 올려 순환혈액량(1분간 혈관계를 순환하는 혈액량)을 증가시킨다. 그렇게 되면 모세혈관의 혈류량도 증가해 몸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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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맥에 있는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은 △골격근펌프 △호흡펌프 △심장수축 펌프 등 세 가지다. 정맥은 동맥에 비해 혈관 벽이 얇아 혈관이 근육에 쉽게 눌린다. 혈관이 눌리면 혈관에 있던 혈액은 심장 쪽으로 밀려난다. 이때 두 팔과 두 다리의 정맥 속에는 정맥판막이라는 얇은 주름이 일정 간격으로 붙어 있어 심장을 향해서만 혈액을 밀어낼 수있다. 근육을 움직이면 정맥이 눌려 혈액이 심장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팔다리를 자주 움직여주면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골격근 펌프로 양발에서 올라온 혈액은 호흡으로 인한 가로막의 움직임으로 가슴과 배의 정맥으로 빨려 올라간다. 이를 호흡펌프작용이라고 하며, 가슴의 정맥까지 올라온 혈액은 심장이 확장될 때 심장수축펌프작용으로 빨려 올라가 심장으로 들어간다.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이 잘 이뤄져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이 몸 전체의 혈관을 한 바퀴 도는데 30~50초 걸린다. 그만큼 빠르게 흐르는 혈액이 온 몸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순환에 차질이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혈관은 상처가 나면 피가 흘러나와도 혈관 자체가 목이나 위(胃)처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없다. 이 때문에 혈관은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혈관의 침묵은 일단 사고가 나면 곧바로 목숨을 앗아갈 만큼 무섭다. 혈관 사고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협심증을 들 수 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뇌나 심장질환이 아니라 혈관 사고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핏덩어리가 뇌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속에 출혈이 생기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발생하면 피가 돌지 않아 뇌 조직이 산소와 영양 부족으로 굶어죽는다. 목숨을 건져도 몸 한쪽에 마비가 오거나 실명, 시력저하,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뇌출혈은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뇌출혈의 70%를 차지한다. 뇌의 거미막과 뇌 사이 공간(거미막밑)에 있는 혈관이 손상돼 끊어지면서 생기는 '거미막밑 출혈(지주막하 출혈)'도 뇌출혈질환에 속한다. 뇌출혈이 생기면 의식장애나 운동마비, 감각장애,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심장이 괴사(壞死)하는 질병이고,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되는 병이다.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심장이 혈액 부족 상태에 빠져 가슴과 등 부위에서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액순환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면역학의 권위자인 아보 도루 박사는 "암은 신진대사이상으로 모세혈관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있다"고 밝혔다. 모세혈관의 혈류가 좋아지면 혈액 속 적혈구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체온이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암세포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반대로 혈류가 나빠져 저산소·저체온 상태가 되면 암세포는 활성화된다. 따라서 암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는 저산소·저체온 상태가 되지 않도록 혈류를 개선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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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73390&year=201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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