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희정 (대구지방경찰청)
거짓말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좋지 않은 행위로 규정되나 사람들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거짓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농담을 하거나 악의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책임을 면하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거짓말을 정확히 탐지하는 것은 무고한 피해자의 발생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잘못된 탐지로 인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어떻게 탐지할까?
현재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 통용되는 거짓말 탐지 기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폴리그래프 검사, 진술분석, 행동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폴리그래프 검사(polygraph)는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폴리(poly)라는 '많다'는 단어와 그래프(graph)라는 '쓰다, 기록하다'는 단어의 합성어로 여러 가지 생리반응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피검사자의 생리반응인 호흡, 피부전기 반응, 심장혈관 반응을 측정하여 진술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기법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발각에 대한 불안과 거짓말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경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호흡, 맥박, 혈압 등의 생리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폴리그래프라는 장비를 활용하여 측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측정하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은 우리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거짓말 탐지기로 알려진 폴리그래프 검사는 과연 거짓말을 탐지하는 것인가? 폴리그래프 검사는 거짓말 시 경험하는 심리적 변화가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말 그 자체를 탐지한다기보다는 심리변화에 따른 생리변화를 분석하여 거짓유무를 추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폴리그래프 검사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거짓이지만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피검사자의 경우 폴리그래프 검사로는 거짓유무를 가릴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은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짓말 시 경험하는 심리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나 목격자가 오기억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지만 경찰, 검찰 등 수사현장에서 용의자의 진술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될 만큼 그 정확성에 있어서는 인정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폴리그래프 검사 정확성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검찰에서 사건 용의자를 대상으로 한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와 법원 최종판결 일치도는 83.6%였으며, 특히 검사 결과가 거짓일 때 일치도는 90.8%로 나타났다(김석찬 등, 2015). 이처럼 폴리그래프 검사는 거짓유무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지만, 결과에 대한 오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두 번째로 진술분석은 용의자 혹은 피해자, 목격자의 진술 내용과 구조를 분석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기법으로 경찰에서는 다양한 진술분석 기법 중 과학적 내용 분석(SCAN; Scientific Content Analysis, 이하 SCAN으로 표기)을 활용하고 있다. SCAN 기법은 이스라엘의 전직 폴리그래프 검사관 A. Sapir가 개발한 것으로 신문하기 전 다른 정보가 오염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한 전후 시간대에 용의자가 행한 모든 행동을 작성하도록 하여 그 진술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용의자가 작성한 자필 진술서는 13개의 준거에 따라 진술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불필요한 내용을 작성하였는지, 진술 흐름에서 벗어난 정보가 있는지 여부 등을 분석한다. 그러나 SCAN 기법은 진실유무를 판단하는 도구로써의 이론적 토대가 부족하고 그 정확도에 대한 경험적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 수사과정에서는 신빙성 판단을 위한 도구보다 진술분석 결과를 통해 수사상 추가적으로 질문해야 할 사항이나 집중 추궁해야 할 부분 등 수사방향 설정 및 수사면담을 안내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행동분석은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여 거짓 유무를 탐지하는 기법으로 특별한 도구나 장소의 제약 없이 "손쉽게"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으며 범죄자의 신문과정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히 활용되고 있다. 행동분석을 통한 거짓말 탐지는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오류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에 대한 거짓유무를 판단할 때 거짓말과는 실제 관련이 없는 행동을 활용하여 거짓말을 탐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Vrij & Semin, 1996). 예를 들어 거짓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시선을 회피하거나 불안으로 인해 손이나 다리를 떠는 등 행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혹 이 사람이 시선을 피할 경우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라는 식의 휴리스틱적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과 관련된 비언어적 행동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피노키오의 코"와 같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나타나는 행동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DePaulo et al., 200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거짓말과 실제 관련이 없는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을 근거로 손쉽게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율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수사상황에서는 행동분석만으로 거짓말을 탐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수사상황에서는 다양한 거짓말 탐지 기법을 활용하여 용의자의 진술 진위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거짓말을 탐지하였느냐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는 거짓 정보뿐만 아니라 진실 정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탐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죄가 없는 용의자가 강압적인 신문으로 인해 거짓자백을 하는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법 중 100% 정확하게 거짓말을 탐지하는 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기법마다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진실을 말하는 용의자를 거짓으로 판단하는 오류긍정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법으로 거짓 유무를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분석기법을 통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며, 나아가 기존 거짓말 탐지 기법에 대한 보완 및 새로운 기법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김석찬, 장은희, 이상현, 방철, 김시온, 김현택(2015). 폴리그래프 검사 요인에 따른 검찰 처분 및 판결 일치도 연구: 검찰청 폴리그래프 실증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법정, 6(1), 13-31.
  • DePaulo, Lindsay, Malone, Muhlenbruck, Charlton, & Cooper(2003). Cues to Deception. Psychological Bulletin, 129, 74-118.
  • Vrij & Semin(1996). Lie experts' beliefs about nonverbal indicators of deception.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20, 56-80.
  • 글. 박희정
  • 경북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오사카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범죄분석관 및 폴리그래프 검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거짓말과 관련된 비언어적 행동 및 감정과 거짓말 판단 정확성 등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거짓말과 생리적 반응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http://webzine.kpsy.co.kr/2016autumn/sub.html?category=14&psyNow=22&UID=178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