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간편히 즐기는 `스낵컬처` 대중문화 소비트렌드로 자리잡아 7초 동안의 짧고 굵은 위로메시지…`콤팩트`한 시간이 더 큰 `임팩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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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팍팍하고 고달픈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잘 안 보인다는 게 우리를 더 힘 빠지게 한다. 그래서 가끔씩 들려오는 미담들은 우리의 건조한 삶을 잠시나마 촉촉하게 해준다. 얼마 전 따돌림을 당해 괴로워하던 여고생이 마포대교에 섰을 때 여순경이 우산을 씌어주며 "얼마나 힘들었니"라고 다독거리자 그녀가 마음을 돌렸다는 사진 한 장이 퍼졌다. 또 국수를 먹고 돈이 없어 황급히 도망가는 노숙자에게 던진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라는 주인 할머니의 한마디가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들렸다. 한순간의 한마디가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될 수도 있지만 촌철활인(寸鐵活人)이 될 수도 있음이 사뭇 놀랍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들 인생에서 이렇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극적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우리들 인생에서는 그저 작은 응원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일상 속 순간이 더 많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문제는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세태를 꼬집은 공익광고 한 편에 공감이 가면서도 일견 씁쓸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광고에선 오랜만에 밥 한 번 사는 선배에게 깍듯이 고맙다고 하고, 매일매일 따뜻한 밥을 지어주시는 엄마에겐 퉁명스럽게 물이나 달라고 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마워요" 라는 말 한마디가 효도라고 마무리한다. 

정작 감사와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 안 해도 알겠지. 뭐 우리 사이에…"라며 더 무심해지기 쉽다. 또 실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사람을 위로하는 건 오히려 섣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조심스럽게 된다. 청춘을 위로하던 한 베스트셀러를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환자다"라며 살짝 삐딱하게 보는 건 실제 이 땅의 청춘들이 너무 아파서일 것이다. 

어떤 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도움을 못 줄 바에야 그저 내 말 한마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무기력감에 어떤 말조차 건네지 못하기도 한다. 마음을 전할 소통의 방법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우리는 진정한 마음을 얼마나 전하고 사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큰 맘 먹지 말고 그냥 마음 그대로를 쉽게 보여주고 전할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떠올랐다. 스낵을 가볍게 집어 먹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원래 2007년 미국 정보기술(IT) 매거진인 와이어드(WIRED)에서 처음 언급됐던 말로 당시 패션계에서는 한창 성장세인 SPA브랜드와 패스트 패션을 지칭했는데,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대중문화 전반과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의 메가 트렌드 키워드가 되었다. 많이 알려진 스낵컬처는 몇 컷으로 만든 웹툰, 10분도 안 되는 짧은 웹드라마, 뉴스를 짧게 정리·가공한 카드뉴스 등이 있다. 

요즘은 TV프로그램도 클립 형태로 잘라 핵심적인 것만 골라보고,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지식도 엑기스만 섭취하고 있다. 또 이런 스낵컬처는 소통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트위터도 140자까지만 쓸 수 있고, 인스타그램은 한 장의 사진과 간단한 해시태그로 소통하고, 최근 트위터가 만든 바인(Vine)은 6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채 10초도 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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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낵컬처가 한 기업의 광고 속으로도 스며들어왔다.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가볍게 위로와 응원을 건넬 수 있는 힐링 플랫폼을 제공한 SK텔레콤 '연결의 토닥토닥'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하고 싶었지만 잊고 지냈던 응원의 말 한마디,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건네지 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7초에 담아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주자는 프로젝트다.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어도 괜찮고, 속 깊은 고민 상담이 아니어도 된다. 그저 한마디의 짧은 말, 너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끄덕거림, 살포시 내민 손만으로도 우리에겐 힘이 되고 치유가 된다.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자 하는 거한 무게감이나 심각함이 아니라 젊은 타깃의 눈높이에서 유쾌하고 가볍게 잠시나마 어루만지고 싶다는 요즘 감성을 읽어냈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7초를 차별적 프레임으로 택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시간은 7초면 충분하다. 글, 말, 노래, 춤 등 무엇이든 좋다. 7초도 꽤 담아낼 게 많고, 짧으면 더 쉽게 보고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몇 분도 아까운 사람들에겐 기승전결이 필요 없고, 바로 하고 싶은 본론으로 훅 들어간다. 7초는 오히려 콤팩트해서 더 큰 임팩트로 다가올 수 있다. 짧고 굵은 응원과 위로가 다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넘어져 있던 누군가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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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토닥토닥을 받은 사람들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모두가 힘들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마음의 허기짐을 채우고 온기를 느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람이니까! 2인조 인디밴드 십센치의 "토닥토닥 토다닥디다리디독 해드릴까요. 쓰잘 데 없던 나의 손이 이런 용도일 줄이야"라는 노래 가사처럼 토닥토닥은 참 쉽다. 그러나 토닥토닥은 위대하다. 우리의 연결이 있다면. 

[이명숙 SK플래닛 M&C부문 CP6 팀장]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343270&year=2016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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