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경영학회 `최우량기업상`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쓴소리
"제 인생에 멘토가 두 분 있습니다. 한 분은 `성공하면 독식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어머니시고, 다른 한 분은 `투자란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냉철히 구분하라`고 알려준 경영학 교과서입니다. 학창시절 이래 큰 상을 받는 건 오늘이 처음인데요. 제 멘토 중 하나인 교과서를 집필하신 경영학 교수님들 앞에서 이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지난 18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제17회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경영학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산운용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자산의 국제화로 한국의 노후 설계를 더 윤택하게 만드는 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며 최우량기업상을 수상한 소감을 밝혔다.
경영학자 1500여 명 앞에 선 박 회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오늘 받은 이 상을 `미래에셋이 한국의 노후 설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진 연설에서 한국 경제 미래를 얘기하며 한층 무게감을 더해갔다. 중국은 마윈과 같은 창업 세대가 일선을 누비고, 미국은 공정한 자본주의 룰에 따라 회사들이 커 가는데, 과연 한국 기업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박 회장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실종되고 있다"며 "창업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미래 산업이 아닌 기존 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 때문"이라며 "일본 기업이 세계를 리드하다 보니 자신감이 과도했고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는데, 한국 상황이 지금 이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특히 "재벌이 기존 산업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한국 양상이 염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해 "혁신이란 현재의 것을 부정하고 파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을 모험과 도전이 높이 평가받는 `벤처 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는 상식을 가지고 미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특히 관광산업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 동부 연안에 약 5억명에 이르는 소득이 충분한 인구가 있다는 것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여권 소지율이 40%대고 일본은 23% 정도인데, 중국은 4%대에 불과해 앞으로도 기하급수로 늘어날 유커를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에셋도 최근 호텔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면세점을 늘린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들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전라남도를 뉴질랜드처럼 만들어 청정한 농장에서 우유와 치즈를 파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더 먹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들판에서나 볼 수 있는 나비를 전국 최고 축제로 승화시킨 `함평 나비축제`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제조업 로컬브랜드가 급격히 성장해 수입품을 대체하는 실정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 중국도 `유니크`하지 않으면 뚫을 수 없는 시장"이라며 "옥수수를 먹여 사육한 소가 생산한 우유는 살이 찌지만 방목한 소가 생산한 우유는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알리고, 한국에 오면 이 청정한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서울과 제주도만 보고 나가는데, 전국을 다니게 하려면 내륙 관광자원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여기 여수 다도해가 너무나 아깝다. 마구잡이 개발 조짐이 슬슬 보이는데, 성웅 이순신 등 스토리를 입힌 개발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수 = 김태준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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