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 : 네이버영화 '사고친후에')


“짝짓기 가치(mate value)”는 사화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주제입니다. 최근 발표된 이 분야의 한 연구는 영화 “사고친 후에(Knocked Up, 2007)”와 소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데이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사고친 후에”에서 덜떨어지고 촌스런 세스 로건은 누구도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상대입니다. 게다가 실업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마리화나를 피우며 연애인들의 벗은 사진만을 감상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는 짝짓기 가치의 중요한 요소들인 호감가는 외모, 재산, 사회적 위치와는 한참 동떨어진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서 잘나가는 텔레비전 방송인이며 끝내주는 몸매를 가진 캐서린 헤이글과 맺어지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이야기를 남자 작가의 말도 안 되는 환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최소한 어느 정도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졌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찌질이가 퀸카를 얻는 이야기는 시장에서 잘 검증된 스토리입니다. 아담 샌들러는 이런 영화들로 꾸준한 성공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꿈은 남자들만의 것도 아니지요.

“평범한 여자와 인기 있는 남자”로 분류되는 수많은 로맨스 소설들이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키 크고 잘 생긴 “귀족” 다아시는 엘리자베스 베넷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의 외모에 가차없는 평가를 내립니다. “그녀는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 들 정도로 미인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표현합니다. “그녀의 외모가 완벽한 균형을 갖추었다고 말하기에는 한 가지 이상의 문제가 있다.”

게다가 부유한 다아시는 그녀 집안의 사회적 지위를 “나에 비해 명백히 떨어진다”고 평하기까지 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런 그의 반응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일리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아름다움과 육체적 대칭성은 상대방의 건강과 유전적 적합도를 나타냅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확률을 높여줍니다.

높은 짝짓기 가치를 가진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상대방을 찾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나 스피드 미팅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짝이 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결혼에 있어서도 관찰됩니다. 매력적이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며 수입이 많은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려 합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이런 “동류 짝짓기(assortative mating)”가 수입의 불평등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봉이 높은 두 사람이 연봉이 낮은, 혹은 한 명만 돈을 버는 가정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가치를 평가할 때 얼마나 잔인하게 속물로 변하는 것일까요? 작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같은 수업을 듣는 이성을 평가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를 조사했습니다.

학기가 시작할 때, 학생들은 누가 가장 이상적인 상대방인지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뒤에는 누가 멋있는 지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다양해졌습니다.

“서로 시간을 같이 보내다보면 상대방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이죠” 이 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발표했던 대학원생 루시 헌트의 말입니다.

“그 영화를 세스 로건의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이가 어떤 이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뜻에서 말이죠.” 헌트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 현상도 있어요. 어떤 이들은 점점 더 매력을 잃어가죠.”

이 연구를 같이 진행한 폴 이스트윅은 이런 변화가 더 많은 사람들이 짝짓기를 성공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곧 모든 사람이 단 한 명의 이상적인 상대방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가장 매력적인지에 대한 합의가 사라지면서 경쟁도 줄어듭니다. 내게 가장 이상적인 사람을 당신도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이들은 노스웨스턴 대학의 일라이 핑켈과 함께 이 효과를 확인했고, 그 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이달 호에 실렸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50년간 결혼생활을 한 이도 있었고, 그저 사귄 지 몇 달이 되지 않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를 오래 알았던 이들도 있었고, 만나자 마자 사귀기 시작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녹화되었고, 또 다른 일군의 사람들이 이들의 외모를 각각 평가했습니다.

이들의 점수를 비교하자, 이 점수의 차이와 이들이 연애를 시작하기 전의 기간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곧, 그들이 만난지 한 달 안에 연애를 시작한 경우, 이들의 외적 매력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연애 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이들은, 혹은 연인이 되기 전 친구로 지냈던 이들은 한 명의 외모가 뛰어날 때 다른 이의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인 매치닷컴에서 미국의 싱글들에 대한 연례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킨제이 연구소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이런 상대방에 대한 변화가 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2012년 설문조사의 한 질문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16세기 시 구절을 변형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자 중 첫눈에 반하지 않은 자 누가 있는가?(Who ever loved, that loved not at first sight?)”

설문조사에 답한 남자 중 33%가, 그리고 여자 중 43%가 첫 만남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 상대와 사랑에 빠지게 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피셔는 이런 사랑을 “느린 사랑(slow love)”이라고 이름 붙였고, 결혼이 늦어지는 오늘날 이런 사랑이 더 빈번해진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같은 속물적인 몇 가지로 상대방을 판단하지요. 틴더 같은 앱에서는 그저 상대방을 손가락 하나로 넘기게 됩니다. 모두 이런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과정은 사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일단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는 변하기 마련입니다.”

설문조사는 또한 왜 상대방에 대한 느낌이 변했는지를 물었습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대화가 잘 통했다”는 것과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그녀의 유머를 이해하게 되었죠”였습니다.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 역시 똑같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대화하면서 그는 그녀의 재치를 즐기게 되었고, 그녀의 외모조차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특별히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이 그와 그의 친구들에게 분명해지자마자, 그는 그녀의 짙은 눈동자 속에 그녀만의 특별한 지성에 의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마침내 그녀가 “내가 아는 모든 여성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그녀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바꿀 수는 없었고, 다아시는 그녀의 매력을 뿌리치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할 경우 처가의 “열등함”과 “낮은 지위”를 견뎌야 할 것이라고 자신에게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는 엘리자베스를 재평가한 끝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내 고민은 헛된 일이었소,”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말합니다. “이제 그러지 않겠소. 나는 내 감정을 속이지 않을 거요. 내가 얼마나 격하게 당신을 원하고 사랑하는지를 당신에게 고백하게 해주시오.”



출처: http://psytik.blog.me/220411062714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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