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월 시모어파월 창업자가 말하는 `디자인 혁신`

"이게 왜 좋아?" 보다 "한번 해볼까?" 식으로 접근해야 혁신 가능성↑
혁신의 열쇠는 CEO…R&D팀서 반대해도 방향 맞다면 밀고나가야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디자인이 혁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디자인 혁신 컨설팅 기업인 시모어파월(Seymourpowell) 창업자 딕 파월(Dick Powell)의 주장이다. 제품 디자인을 혁신해야 한다거나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뛰어넘는 차원의 이야기다. 1984년부터 파나소닉, 유니레버, 칼스버그 등 업계 대표 기업들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해온 시모어파월은 그동안 세계에서 최초로 무선 전기포트, 이동전화를 만드는 등 혁신의 중심에 있어 왔다. 최근 방한한 파월은 한국 기업에 "단순한 소비자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대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라"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의 손목에는 명품시계 대신 애플 스마트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미래의 헬스케어를 완전히 바꿀 혁신을 일으킬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에 기업이 디자인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려줬다.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디자인과 창의성을 기업의 DNA에 심으라고 조언한다고 들었다. 다수 기업이 이제 많은 자원을 디자인에 투입함에도 말이다. 어떤 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아직까지도 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투자나 혁신이 부족하다. 특히 아시아에서 그렇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수 기업이 여전히 디자인을 외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성을 아직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또 디자인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종이와 같은 사무용품을 구매하듯 디자인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디자인은 혁신으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하는데 말이다. 

디자인은 아이들이 먹는 젤리에 비유될 수 있다. 흥미롭고 맛있어 보이니까 투자도 많이 하고 에이전시들도 고용해서 변화를 도모하는데, 젤리는 탄탄하지 않고 흔들린다. 모양이 막 흔들리다 보니 불안해서 다시 옛날대로 원상 복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진정 혁신적인 기업은 그 젤리를 조각내 샅샅이 뒤져본다. 안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파악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문화 자체를 디자인과 혁신을 지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나간다. 

―기업 내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의 탄생을 가로막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너무 많다. 첫째, 변화를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태도다. 젤리를 다 부숴 보고 그 안에 있는 요소를 낱낱이 관찰하고 처음부터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많은 기업이 이것을 주저한다. 변화에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둘째, '와이(Why)'라는 질문이다. 상당수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이게 왜 좋은 아이디어지?" "여기에 우리는 왜 투자를 해야 하지?"라고 질문한다. '와이'라는 질문은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시킬 수 있는 방해막이다. 그런데 정말 혁신적이고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기업은 '와이 낫(Why not·제안)'이라고 묻는다. "이거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이 시장 카테고리에 들어가볼까?"라는 식으로 질문한다. 혁신적인 기업은 어떤 아이디어가 던져졌을 때 그것을 단순히 이성적으로 따지고 드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감정적·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와이 낫'은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 '와이'는 관리자 정신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다. 

―혁신적인 기업이 정서적으로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는 건 무슨 뜻인가. 

▷우리가 상점에 방문해서 가구나 물건을 살 때 처음 나타나는 반응은 정서적이다. "이거 정말 좋아" "이거 싫어" "이게 뭐야"라는 식으로 정서적 반응이 먼저 나노초(Nano second)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에 발현된다. 이후에 논리적 평가가 이뤄진다. 실용성, 가격, 기능, 브랜드, 제품에 대한 신뢰성. 이런 논리적 평가는 정서적 평가 이후에 들어간다. 그래서 진정 혁신적이 되려면 논리적이기 이전에 정서적인 구역을 먼저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탁기를 사는 사람들이 세탁기 문을 열고 닫을 때 "롤스로이스처럼 부드럽다"고 먼저 반응했다면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만나서 디자인을 통해 이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 처음에는 공감을 하다가도 곧 "그래서 얼마죠"라는 회계적인 부분으로 따지고 들어간다.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해왔는데 컨설팅을 잘 받아들여서 디자인 혁신이 많이 나온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나. 

▷훌륭한 CEO다. 혁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CEO다. 그들은 미래 비전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내부 연구개발(R&D)팀에 "이게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이 방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개발해달라"고 요청한다. 물론 R&D팀에서는 "완전 미친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웃음). 예를 들어 프랑스 기업인 테팔은 25년 동안 우리와 함께 일했는데, 세계 최초로 무선 전기포트를 개발하는 등 다수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미국 스킨케어 업체인 뉴스킨이 있는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애플리케이션)가 결합된 화장품을 출시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악천후에도 견뎌낼 수 있는 의류제품을 우리와 함께 개발한 코오롱스포츠를 들고 싶다. 이들은 웨어러블 기술을 본인들 제품에 처음 접목해봤음에도 기꺼이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투자했다. 

―반대로 컨설팅 이후에도 잘 바뀌지 않았던 기업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 

▷아주 많은 회사가 있다. 아시아에서 더 빈번히 보인다. 아시아 기업들에선 수직적인 위계 구조가 강력해 상사의 상사의 상사를 거치게 되는 보고 라인이 걸림돌이 된다. 관료제는 혁신을 죽인다. 이건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모금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제품 출시도 하는 스타트업과 관료제 문화가 강한 대기업을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박창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41952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