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광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창작의 기술’ 세미나가 지난 10월 2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15 대한민국과학기술창작대전’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마련된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한국인의 창작 DNA, 첨단기술과 만나다’였다. 

권강현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를 비롯해 오성수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장, 최재규 매직에코 대표,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 등 전문가들이 창작경연대회에 나선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전했다. 


집요한 관찰을 바탕으로 조합하라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올까. 광고 기획 전문가인 오성수 소장은 “아이디어의 출발은 관찰”이라고 강조했다. 집요한 관찰을 바탕으로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오 소장은 과거 트롬의 CF카피인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를 예로 들며 “보통 선물 받은 블라우스, 아끼는 청바지 등은 세탁기에 돌리기에 앞서 멈칫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 모습을 집요하게 관찰했기 때문에 뻔할 수 있는 세탁기 광고들 사이에서 그 광고가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절차조직 사회에서 객체지향 사회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 사회는 계층적 적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다. 대기업 등 큰 조직에서 창의력이 발현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강현 교수는 "큰 조직일수록 개인은 일종의 부속품"이라며 " 남들과 다른 창의를 허용하면 (제어나 관리 차원의)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우려면 조직 안에 작은 조직 형태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가지를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창작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오성수 소장, 최연구 단장, 최재규 대표, 권강현 교수가 토론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메이커에 대한 지원과 창업 육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삼진에도 아웃을 당하더라도 다시 타석에서 서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는 것. 

 

콘텐츠 한류, 앞으로도 경쟁력 있다

오성수 소장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광고 등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콘텐츠 한류에 대해 앞으로도 희망적일 것으로 점쳤다. 또 "다양한 요소를 버무려내고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능력 등을 잘 살린다면 영상콘텐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구 단장은 “작은 실패를 많이 해봐야 한다.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무릎이 까지는 실패를 많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메이커 운동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재규 대표는 “메이커 운동이나 창업 DNA라는 작은 씨앗을 계속 뿌리다보면 자연스럽게 발아하면서 한국에도 새로운 형태의 창업 생태계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 성혜련

창조문화는 어떻게 만들까.... 토론회 말말말

“결과보다 기초, 원리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최연구 단장(사회) : 우리나라 창작 문화의 부족한 점, 또는 강점은 무엇인가.

권강현 교수: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은 분명 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단박에 성공하는 사례는 없다. 먼저 시작하기는 하지만 조금씩 개선하는 것은 약하다. 기존의 것을 잘 이어가기 위해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때로는 뒤집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산업화의 관성 때문에 무조건 큰 것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작은 개선은 눈에 안차는 것이다. 개선하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성공은 쌓아가는 데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기성세대가 줘야 한다.  

오성수 소장: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동전의 양면 같다. 모바일 시대에는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검증이 된 이후에는 늦다. 하지만 빨리 가려고 뛰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을 꼼꼼히 찾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최재규 :대표 아두이노 등 창작 관련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질문하지 않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에는 봇물 터지듯 질문이 쏟아진다. 질문하지 않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장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사회 : 중국은 짝퉁문화에 기반해 제조업이 크고 있다. 1억 명의 메이커를 키우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창조경제를 말하지만 메이커 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창작 문화가 제2의 새마을 운동처럼 퍼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권강현 교수: 기업은 결과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모든 일이 열매를 맺었는지 꽃을 피웠는지 하는 결과에만 점이 맞춰진다. 토양을 가꾸고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하는데 꽃꽂이에 급급하다. 창조는 어제 내린 눈과 같다. 처음에는 새로웠지만 오늘은 쓰레기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리를 찾는 일인데 현실은 성공사례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인문학 해석과 같이 원리를 배우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사회 : 지금까지는 매뉴얼에 따라 만들었다면 이제는 각자에게 재료를 주고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메이커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까. 

오성수 소장: 스스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시행착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나 엑기스만 빨리 얻으려고 한다. 낙오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짓누르고 있다. 실패해도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권강현 교수: 맞다. 하지만 실패를 용인한다고 모든 실패를 껴안을 수는 없다. 실패의 과정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평가해야 한다.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데도 크게 일을 벌여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작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기회를 줘야 한다. 

최재규 대표: 요즘 해커톤 대회 방식으로 메이커 행사들이 종종 열리고 있다. 이런 대회에 열심히 참가한 사람들의 스토리나 성과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뭐가 만들어졌는지 1년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홍보가 돼야 한다. 1997년 IMF 이후 박세리가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듯이 메이커 운동에서도 스타가 발굴돼야 창작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스타 과학자, 스타 메이커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1호(2015년11월) 기사입니다>


출처: http://www.techm.kr/home/bbs/board.php?bo_table=people&wr_id=204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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