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10명중 6명 월수입 100만원미만 고비용 구조에 경쟁 치열‥위험부채 60조조선비즈|박의래 기자

 

대전에 사는 김씨(55세)는 지난해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 퇴직했다. 그러나 딱히 재취업할 곳은 없고, 그렇다고 연금을 타기까지는 아직 10년 정도 남아 고심 끝에 아내와 함께 집 근처에서 작은 커피숍을 열었다. 김씨는 은퇴 후 창업을 했다가 몇 년 만에 망했다는 사연을 많이 들어 나름 창업 학교도 가고, 부부가 함께 커피 학원에 다니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그러면서 3개월 정도 다른 동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노하우도 배웠다. 나름 단골 손님들도 있고, 커피맛이 좋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김씨의 경우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순수익이 생기면 정말 장사를 잘 한거고 100만원 남짓일 때가 대부분일 정도다.

↑ 그래픽=이현지(hjlee5219@gmail.com)

이처럼 수익이 적은 것에 대해 김 씨는 생각보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매달 재료비 20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2명의 인건비 150만원, 월세 130만원, 기타 대출 이자 및 공과금, 잡비 120만원 등 매월 고정적으로 600만원 정도 들어간다. 김씨가 고정비용을 다 내고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달에 4000원짜리 커피 1500잔을 팔아야 한다. 주말이면 손님이 확 줄어드는 상황과 초기 투자금 8000만원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평균 80잔은 팔아야 적자가 안나고, 한달에 200만원 정도 집에 들고 가려면 매일 100잔 이상은 팔아야 한다.

김씨는 "이 나이 먹고 남의 눈치 보면서 돈 벌기 싫고, 부부가 같이 일 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거지 수익이나 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각자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 낫다"며 "회사다닐 때는 연말, 연초면 성과급도 받아 지갑이 좀 두툼해 지는 편인데, 커피숍은 겨울이 비수기고 1월에는 하반기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하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월 수입 100만원 미만…비싼 임대료·고금리 대출·각종 수수료로 고정비용 부담 커

그나마 김씨의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 10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사업자 10명 중 6명 가량은 한달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적은 것은 출발부터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의 '2013년 상가건물임대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의 월 평균 상가 임대료는 111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은 176만원이었다.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포함하면 200만원 이상의 돈이 매장 임대료 및 관리비로 나간다. 게다가 비싼 임대료는 계약을 새로 할 때마다 올라간다.

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 한도는 계약시 임대료의 9%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상한선이 너무 높다. 대부분의 임대인이 이를 임대료 인상 기준으로 삼고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이 크다. 서울의 경우에는 환산보증금(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에 전세보증금을 합친 것)이 4억원(수도권은 3억원, 광역시는 2억4000만원)을 넘으면 이 기준 마저 적용되지 않는다.

이자 부담도 고정 비용을 올리는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자영업자는 평균 8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원리금 상환을 위해 월 평균 78만원을 쓰고 있다.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는 응답 비율은 72.3%에 달했고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다'고 답한 비율도 7.7%나 됐다. 이처럼 원리금 부담이 큰 이유는 자영업자들이 일반 가구에 비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37%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받은 것이었다.

각종 수수료도 부담이다. 연 매출 규모에 따라 1.5~2% 정도의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고 각종 할인쿠폰이나 할인카드 혜택을 줄 경우에도 일정부분 자영업자가 부담을 져야 한다. 백화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정기적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던가 각종 수수료를 내는 등 앉아서 나가는 돈들이 많다. 음식점 개인사업자의 경우 새해부터 재료비에 들어가는 부가세를 환급해 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매출액의 50%(매출액 4억 초과시 40%)까지만 인정해 주기로 해 비용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

◆ 자영업자 위험부채 60조로 금융계 부담…실버 자영업자 대책 없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기형적으로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도태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자영업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광범위한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퇴직하는 사람들이 쏟아지면서 늘기 시작했다. 2002년에 820만명까지 늘어난 뒤 2011년 640만명까지 줄어들었다가 2012년 다시 700만명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38.8%로 최고점을 찍은 이래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2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자영업자 비중(15.9%)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2007~2011년 동안 자영업자 수는 전 연령층에서 감소하고 있지만 50대 이상은 증가해 자영업자 가구 중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구주인 경우가 29.7%로 30%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미용실은 1㎢당 평균 35.95개가 입점해 있고, 일반교과 학원 12.6개, 치킨점 6.3개, 제과점 5.1개가 몰려있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다보니 그만큼 수익이 나기 힘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영업자들이 폐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폐업한 자영업자는 18.5%였고 3년 이내에 폐업한 곳은 46.9%였다.특히 음식점의 경우에는 3년 이내 폐업하는 경우가 52.2%나 됐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문제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450조원 가량 된다. 이 중 잠재위험부채는 60조7000억원, 고위험부채는 13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잠재위험부채는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비율(DSR)이 40%이상이면서 주택담보비율(LTV)이 70% 이상인 대출이고, 고위험부채는 잠재위험부채이면서 60세 이상이 보유한 대출이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소득이 15% 감소하고 자영업자가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30% 하락할 경우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2%를 밑도는 등 시스템적인 문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영업자 문제가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출처: http://media.daum.net/economic/finance/newsview?newsid=2014010306011095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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