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즐거움에 대한 욕구는 감수성의 원동력

 

4. 상상의 세계에서 순간순간을 즐겨라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조용하고 가늘게 떨어지는 빗방울, 수 많은 가수들이 노래한 빗방울은 서정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오늘따라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김추자 선생님의 봄비’가 귀에 착착 감겨온다.

 

오늘은 비와 관련된 상상을 해 보자. 단, 서정적이 아닌 유쾌한 발상을 사용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 우산을 쓰고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혹시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 기억이 있는가? 혹시, 아이고, 어제 세차했는데……’ 또는 '옷이 젖으면 어떡하지?' '흙탕물이 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가득차지는 않았는가?

 

여기, 이런저런 걱정을 말끔히 날려버릴 유쾌운 상상이 있다.

인터넷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Flickr)의 사용자 bryanboyer 'Urban Combat Umbrella'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저격용 총에서 볼 수 있는 조준기 모양을 우산의 가장자리에 달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겨냥하여 빵~ ~ 하고 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총알이 발사되는 것은 아니지만서부 영화에서처럼 깡통이나 병이 튕겨져 나갈 것만 같다.

평소 마음에 안 드는 대상을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부으며 통쾌해 할 수도 있는데, 거리가 멀지 않다면 총 소리는 속으로만 내야 한다. '빵~ 빵~'

이 우산이 상품화된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나를 조준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IT 엔지니어라면 'Urban Combat Umbrella'로부터 많은 파생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GPS도 달고, 무선 네트워크도 추가하고,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접목하여 실제의 총격전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아이디어가 추가됨에 따라 즐거움이 반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쾌한 상상은 광고 쪽에서 많이 활용한다.

작년 초, 몬도 파스타의 재미있는 광고가 유행했는데, 선박의 닻줄이 달려있는 부분에 남·녀의 얼굴을 그려, 마치 파스타를 먹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아니 수 없이 많이 보았을 부둣가 풍경이지만, 어떤 이는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어떤 이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이끌어낸다그 차이가 바로 감수성에 의해 결정되며, 재미와 즐거움에 대한 우리의 갈증은 감수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잠시 일 손을 멈추고, 여러분의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에 유쾌한 상상을 첨가해 보라. 그리고 옆 사람에게 얘기해 보라. 줄줄이 넘어지는 도미노처럼 즐거움이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전자신문 2009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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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모양 USB허브...모양, 생깔 등 어울림 미학 담아

 

3. 디지털에 '아날로그 상상' 첨가하라

 

거리에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하고, 윤중로의 벚꽃은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다. 날이 풀리고 봄이 좀 더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자 전국 명소를 찾을 것이다. 자연을 보며, 상상을 위한 감수성의 레이더를 펼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 상상을 결합해 보자. 그것이 바로 '디지로그(digilog)'다.

 

봄 소식을 알리는 튤립축제가 시작됐다. 형형색색의 튤립을 보고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봄 기운을 만끽하는 데 푹 빠진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틈이 있을까?

 

그런데, 빨간 색의 튤립 모양을 절묘하게 USB 허브에 접목한 이가 있다. 하얀 색의 플라스틱 화분에 4개의 튤립 봉오리가 있으며, 봉오리 하나 하나가 USB로 연결된다. 튤립의 줄기 부분을 구부리면 좀 더 멋진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22달러의 이 제품은 여러분의 정원을 꾸밀 수도,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도 없지만, 복잡하게 얽힌 채 컴퓨터에 연결된 케이블, 그리고 그 가운데에 무미 건조하게 서 있는 USB 허브를 생각하면 우리들의 책상을 좀 더 화사하고 부드럽게 바꾸어 줄 것이다. 딱딱한 디지털 기술을 부드럽고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디지로그의 매력이 아닐까?   

(출처: http://www.likecool.com)

 

유의할 것은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무조건 결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양, 색깔, 크기 등 어울림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테일과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USB 허브를 보여 떠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아날로그적 상상은 무엇이 있을까? 거북이, 오징어, 지네, …… 집게발이 있는 꽃게를 결합해보면 재미있겠다.

 

감성적 영감을 고취하기 위해사례 하나를 더 소개하고자 한다.

은은한 커피 향이 피어나는 커피숍에서, 예쁜 종이에 쌓여있는 각설탕을 꺼내 커피에 떨어뜨리는 느낌이 참 좋다. 이 각설탕에도 짙은 감성의 아날로그적 상상을 첨가할 수 있다.

 

히딩크와 박지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거주하는 ‘JUNG YOU’라는 디자이너는 눈물 모양을 한 각설탕 ‘Sweet Tear’를 디자인했다. 커피에 각설탕을 떨어뜨릴 때마다 눈물이 떨어지듯 뭉클한 감성이 살아 숨쉰다.

 

(출처: http://jungyou.com/?p=596)

 

비록 지금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살 수 있지는 않지만, 정육면체 각설탕 아이디어로 성공한 헨리 테이트의 상상 만큼이나 훌륭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튤립 USB 허브에도 좀 더 진한 감성을 첨가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전자신문 2009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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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베개가 연상시키는 포근함에서 새 상품 착안

 

2. 안아줘 베개 (Hizamakura knee lap pillow)

 

세상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모태와 같다. 복잡한 사고기법을 생각하기 전에, 창의적인 사람들의 상상 매커니즘을 살핌으로써 익숙함의 무의식 속에서 감수성을 깨워보자.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에서, 손예진은 정우성의 팔을 베개 삼아 누운 채 애틋한 연기를 보여준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장면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까? 아이디어 보다는 극 중 손예진처럼 사랑스러운 누군가에게 팔을 내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이제, 감수성의 레이더를 작동시키고, 다시 한번 영화 속 장면 혹은 여러분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어떠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Kameo사의 사장 Tomoki Kakehashi는 팔베개의 포근함과 편안함에서 새로운 상품을 착안했다. ‘Hug Me Pillow’라는 이 베개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되어 있으며, 남자 친구의 팔베개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당시 이 제품은 일본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처: http://www.hemmy.net)

 

감수성의 레이더로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포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결시키고 나면,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또 다른 아이디어들을 불러온다. 구체화된 아이디어나 제품을 보면 다양한 파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팔 베개의 경우에도 멋진 색깔을 입힌다거나, 옷 스타일을 다양화할 수 있으며, 죽부인처럼 여름에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남성용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가능하다.

 

Trane KK사의 Mitsuo Takahashi 씨는 'Hizamakura'라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 모양을 한 베개를 만들었다. 우레탄 재질을 사용하여 실제와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이 제품을 고안할 때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판매를 해 보니 20대에서 60대 남성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출처: http://www.gizmodiva.com)

 

2월 14일, 3월 14일, 애인이 없어 초콜릿, 사탕을 주고 받지 못한 남녀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 위로한다는 Black Day에 판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편안한 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을 수도 있겠다.

 

무릎 베개의 파생 상품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기능, 두피 마사지를 해 주는 기능, 귀를 파 주는 기능을 추가하면 어떨까?

 

상상의 세계에서 최초’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 많은 파생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최조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것이 바로 감수성이라는 것이다.

 

전자신문 2009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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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서도 감수성은 창의적 아이디어 만들어

 

1. Xposed Bag

감수성이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을 지칭킨다. 필자가 성장할 때까지,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말은 예술가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었으며, 회사원 같은 보통 사람들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단어였다. 감수성이 예민다하는 것은 곧 '유악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감성, 창의성이 중시되면서 감수성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데, 상상의 세계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모태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창의적 아이디어로 연결시켜 주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답을 못 한다. 사람들은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 대해선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것들을 '주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 그것이 바로 감수성의 역할이며, 창의력의 대가 에드워드 드 보노가 주창한 수평적 사고의 핵심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상상가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익숙함의 더미 속에서 상상의 재료를 찾아 재미있는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예를 살펴보자.

해외 여행을 하려면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한여름 같은 성수기에는 한참 동안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이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공항이 처음인 몇몇 관광객을 제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안은 채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 보안 검색대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며, 더 이상 그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간혹 X-ray 투시기에 비친 가방이 신기해 보이긴 하지만 곧 익숙한 광경이 되어 버린다.

 

Luke Boggia라는 디자이너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 다른 예민한 감수성을 발휘했는데, ‘X-ray에 투과된 가방의 이미지를 그대로 제품화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이다. 곧 머리 속으로 여러 가지 디자인들을 떠올렸다.

 

그가 디자인한 Xposed Bag이라는 가방은 X-ray로 투시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현금, 깡통, 향수병, 심지어는 권총이 그려져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었던 이 가방은 11.95 달러에 판매되었다.

 

 (출처: http://www.yankodesign.com/product_info.php?products_id=1875)

 

감수성은 좀 더 찰나적인 순간에도 발휘되는데,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는 찰나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재미있는 상상으로 이끌어낸 이가 있다. 'Pick Your Nose Party Cup'이라는 이름의 이 컵은 수염 달린 남성의 코 모양을 컵에 적용하여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출처: http://shop.neatorama.com/product-info.php?pick-your-nose-party-cups-pid276.html)

 

위의 예들은 복잡한 사고기법을 적용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제품에 옮겼을 뿐이다. 사고기법 보다 '세상을 관찰하는 감수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본 칼럼은 예민한 감수성이 창조로 이어진 사례들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필자와 함께 주변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 보자. 늘 그 자리를 지키던 사람과 사물이 여러분께 새로운 상상을 선사할 것이다.

 

전자신문 2012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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