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대변인 박재원이 간다] <4>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

-상류층 가족, 채권ㆍ채무관계 변질

과도한 사교육비 투자한 부모

자녀에 성적으로 효과 입증 요구

‘대치동 불패’ 실제론 일부에 그쳐

성공해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삶

-가족의 돌봄기능 회복이 중요

더 나은 미래 기대하기 어려운

자녀 세대, 부모가 이해해야

함께 독서하고 대화하는 환경

자녀 교육에 가장 큰 영향


개인 상담의 한계를 깨닫고 가족 상담을 공부하던 때 책 ‘가해자의 가족’을 봤다. 당사자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하는 가족들, 특히 부모들의 삶은 참담했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권력과 함께 동반 몰락하고 있는 엘리트들의 부모, 한때 집안의 자랑이었던 자식이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의 삶이 떠올랐다. 가장 불행한 부모가 아닐까? 같은 부모 처지에서 가슴이 아팠고, 예방 가능한 길이 있다면 찾고 싶었다. 끈질긴 탐문 끝에 7일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50) 박사를 찾아 고견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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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는 7일 서울 서초동 이지브레인의원에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 만나 “자녀의 훌륭한 성장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돈과 정보가 아니라 독서 환경과 어른들과의 대화라는 것을 학부모들이 이제는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재훈 기자
타락해버린 엘리트, 그리고 그 부모 


-돈도 능력도 충분하지만 주로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범법자가 되는 엘리트의 타락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이미 계층 이동이 어려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한편 절망하면서도 더 좁아진 관문을 자기 자식만큼은 통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여전합니다. 특히 하나나 둘뿐이라 더욱 집착하는 부모들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가야 하는 아이들도 많이 힘들죠. 그런 경우 대부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들이 지불한 만큼 우리 사회가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동기를 가지고 성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부심보다는 특권의식이 강하죠. 결국 성공한 엘리트들의 부도덕한 인성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비친 그들은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한 모습인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사실 상류층은 자식들에게 교육이 아니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이 기업화 되었다고 생각해요. 결혼도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지요. 이익이 되면 인정 받지만 안 되면 퇴출됩니다. 이익이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 정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그런 사람들은 이익을 앞에 두고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부모의 투자만큼 그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 중요하니, 성적이 중요하니’라고 물으면 성적이라고 말합니다. 가족 간의 소통과 공감도 성적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가족의 정서적인 기능이 많이 파괴되었다고 보는데 그러면 비정한 사람이 되는 거죠.” 

-상류층의 자녀 교육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그들 세계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자식을 성공시키는 경우는 일부입니다. 또 성공하는 경우에도 정직성이나 진실성이 훼손되는 바람에 우울해지거나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사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요구하고 지불하는 거래관계가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너 자꾸 그러면 내 자식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아요. 가족끼리도 능력주의거든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 이런 말도 아이들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인데, 쓸모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성공하면서도 화나고, 실패하면 버림 받을 것 같아 불안하고. 결국 어떤 경우에도 자기가 ‘케어(care)’를 받지 못했다, 가족으로부터 상처 받았다, 이런 얘기들을 흔히 합니다. 명문대까지는 부모의 힘으로 왔지만 부모가 기대한 만큼 대학 와서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어떻게 갚나, 이런 호소를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특히 잘사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맞는 부모들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 때리는 아이들은 다양하게 많죠. 정서적으로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게 문제예요. 반복적으로 해야 할 것만 계속 요구 받다 보니, 한계점에 이른 아이가 반항하게 됩니다. 자기 삶을 부모가 망쳤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를 폭행한다든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합니다. 부모가 ‘너 1등 해와’ 했던 것처럼 부모한테 ‘5,000만원만 가져와’ 하는데,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측면에서 둘은 똑같아요. 그런 지경이 되면 부모가 놀라서 ‘이제 알았으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더 이상 공부 잘하라는 말 안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까지 내가 한 게 공부밖에 없고 좋아하는 것은 하나도 못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그게 말이 되느냐’며 부모에게 자기 삶을 다 책임지라고 하죠. 부모가 자기 삶을 종속시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부모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더 이상 책임 못 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폭발하는 거 같아요. 마치 자식ㆍ부모가 채권ㆍ채무관계로 얽힌 사람들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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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현수(사진 왼쪽) 박사가 7일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상류층 자녀교육 방식 무작정 좇지 말아야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대물림 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굳어졌다.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면 동의하지만, 자녀 교육 방식으로는 도무지 인정할 수 없다. 부자들의 자식 농사는 흉작이 없는 것처럼 믿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내가 대치동에서 확인한 사실은 많이 달랐다. 주로 사교육의 마케팅 결과로, 한 명이 성공하면 금방 열 명, 백 명처럼 부풀려진다. 반면 훨씬 많은 열 명, 백 명의 실패 사례는 한 명도 없는 것처럼 감춰진다. 창피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숨긴 결과다. 이런 기현상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미 대세를 장악한 대치동 불패 신화를 어떻게든 전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늘 갖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김 박사가 강력한 지원군처럼 느껴졌다. 

-상류층도 아니면서 그들의 자녀 교육 방식을 추종하는 대다수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득권 유지를 위한 상류층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식은 사실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학부모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그들입니다.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가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제도와 문화가 나타나고 있는 과도기입니다. 부모가 중심을 잘 잡아야 몰락하는 낡은 체제에 휩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역사는 짧지만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온 분들의 행복한 삶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플랜B도 있고 플랜C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혁신학교를 포함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유형의 성공적인 삶의 목표나 방정식을 학부모들한테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학부모들도 용기를 갖고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일본처럼 가는 거죠.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면서 중산층은 해체돼 하류사회로 흘러가고 지배층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게 되겠지요.” 

-요즘 부모들을 만나면 아이 키우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혼자이거나 많아야 둘이 함께 크기 때문에 굉장히 외롭고 힘듭니다. 부모 세대만 해도 사회 전체가 전반적으로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살았던 만큼 힘들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습니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린다는 믿음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요즘 청소년ㆍ청년들은 자기가 더 나은 미래에 살 것 같지 않다는, 그런 비관적인 느낌으로 살아갑니다. 이런 시대와 세대의 차이를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면서 아빠는 옛날과 똑같이 바쁘고 엄마도 바빠졌고 모두 피곤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가 제일 큰 위로로 삼는 게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이어서 아이도 피곤합니다. 모두 결핍을 갖고 만나 서로를 채워 달라고 합니다. 그러니 섭섭한 마음이 들고 자주 싸우게 되죠. 제가 상담하는 아이가 그러더군요. 제발 엄마 아빠가 자기한테 ‘너도 힘들지 않니?’, 이렇게 물어봐 주길 바란대요. 그런데 그런 말을 안 한대요. 그래서 아이가 먼저 ‘엄마 힘들지, 아빠 힘들지!’ 이야기하면 엄마 아빠가 굉장히 고마워한대요. 그런데 자기한테도 이제 ‘너도 힘들지 않니?’ 하고 물어봐 달라고 하면 ‘네가 뭐가 힘드냐’고 한대요. 그래서 굉장히 속상하다고 하더라고요. 부모가 먼저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주고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면 나아질 것 같은데, 힘들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부모가 나오니까 아이들과 더 갈등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부모들은 평소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가족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입니다. 가족의 돌봄 기능이 회복돼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족 관계에서의 행복과 편안함과 안락함 같은 느낌을 충분히 받고 사회에 나와야 자기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너무 피곤합니다. 사교육비와 정보를 부모들에게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는 상류층 방식을 좇기 때문이죠. 새로운 학부모 문화가 필요합니다. 또 사회복지 차원에서 부모 역할을 공공 영역이 많이 지원해야 합니다.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부모 개인적으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배경으로 독서와 대화의 기능에 주목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돼도 아이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부모가 너무 바쁘거나 빈곤한 아이들에게 결여된 것은 사실 독서와 대화거든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성장 환경은 바로 책 읽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과 개혁이 절실한 시대 상황이다. 김 박사의 얘기는 부모들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 아닐까. 어버이날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 1순위로 전교 1등 성적표를 꼽은 학생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아이의 성적에만 집착하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추락한 엘리트 부모들이 흘리는 피눈물은 무엇을 의미할까. 몹시 편협한 대한민국의 학교 성적표에 담기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전교 1등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혁신과 역할의 개혁을 학부모들에게 기대하는 건 아직도 시기상조일까. 타락한 엘리트들의 오만한 태도는, 자식을 자기처럼 만들고 싶어 안달하는 학부모들을 향한 비웃음 아닐까. 대다수 아이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그들만 승자로 인정하는 구조의 동조자ㆍ방조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김현수 박사는 


-이지브레인의원 정신과 전문의 

-1966년 서울 출생 

-중앙대 의대 졸업, 아주대 병원 정신과 수련 

-경기도 정신건강증진센터장,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 중앙심리부검센터장 등 역임 

-현재 성장학교 별 교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 중독정신의학회 행위중독 특별위원장 

-‘공부상처’, ‘무기력의 비밀’, ‘중2병의 비밀’, ‘교사상처’,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등 저서 다수 


출처: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oid=469&aid=0000173391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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