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거미줄의 확대.


유승화 교수

강하고 질긴 ‘인공 거미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KAIST 연구팀이 개발했다. 단백질로 된 거미줄은 의료용으로 써도 부작용이 없다. 연구진은 “상처를 꿰매거나 인공장기를 만드는 생체섬유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거미줄을 모사한 인공 생체섬유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거미줄은 잡아당길 때 버티는 힘(인장 강도)이 강철과 비슷하다. 반면 단위 면적당 밀도는 강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같은 무게일 때 인장 강도는 강철의 5배나 된다. 더구나 나일론만큼 탄력이 좋아 큰 힘을 받아도 잘 갈라지지 않는다. 재료의 질긴 정도를 가리키는 인성(靭性)이 방탄복 소재인 케볼라 섬유를 웃돈다. 

문제는 거미는 누에처럼 고치를 만들지 않고 사육도 어려워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KAISTㆍ서울대 공동연구팀은 대사공학을 이용해 거미줄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거미줄 만드는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 증식시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단백질로 실제 거미줄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거미는 몸 안(거미실샘)에서 만든 단백질 용액을 미세한 관(거미실관)을 통해 밖으로 내뿜는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분자들이 서로 연결돼 거미줄이 생긴다. 하지만 어떤 원리를 통해 거미줄이 강하고 질겨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승화 교수팀은 거미줄 단백질 분자의 상호작용을 모사하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거미줄 단백질 용액은 거미실관을 통과할 때 마찰력 때문에 중앙은 빠르게, 가장자리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렀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분자가 물과 잘 결합하는(친수성) 부분과 잘 결합하지 않는 부분(소수성)으로 재정렬됐다. 이 비율에 따라 거미줄의 강도가 달라졌다. 소수성 비율이 적으면 강성이 약해졌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거미줄이 생기지 않고 한데 뭉치기만 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인공거미줄을 만들었다. 박테리아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단백질을 거미실관을 모사한 주사기로 뿜어내자 실제 거미줄이 만들어졌다. 강도와 탄성은 ‘자연산’에 비해 아직 부족했지만 연구팀은 "체계적 설계를 통한 인공 생체섬유의 제작이 가능함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강도·인성·탄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인공 거미줄 제작 공정과 응용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 MIT대, 플로리다주립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 판에 소개됐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출처: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29934&cloc=olink%7Carticle%7Cdefault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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