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형은행 미국서 파산 최악 가정

도미노 부도방지 워싱턴서 모의훈련
금융사, 파생상품 계약해지 보류 합의


유로존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대형 은행 부도ㆍ파산을 가정한 금융 워게임(시뮬레이션 게임)을 처음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월가 대형 금융사들은 무질서한 금융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위기에 빠진 은행 파생상품 해지를 48시간 보류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워싱턴에서 제이컵 루, 조지 오즈번 미ㆍ영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와 금융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HSBC 등과 같은 초대형 은행의 부도ㆍ파산 등을 가정한 워게임을 실시한다. 워게임은 미국 대형 은행이 영국에서 파산하거나 영국 대형 은행이 미국에서 부도를 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뒤 양국 금융감독 당국이 대형 은행 파산이 은행 전체 시스템적 붕괴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사태를 수습할지와 관련한 현실적인 묘안을 찾는 데 맞춰져 있다. 

대형 은행 파산 시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고, 누구에게 통보하고, 대중과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게 되는 셈이다. 미ㆍ영 양국이 대형 은행 파산 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워게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워게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융사의 도미노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집어넣어 대형 은행을 살려내야 했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FT는 진단했다. 

오즈번 장관은 "이번 워게임을 통해 대형 금융사들이 대마불사 문제를 이제는 확실히 다룰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은행에 공적 자금을 집어넣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을 구제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유럽, 일본 대형 은행들이 부도ㆍ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사와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 해지를 최대 48시간 보류해주기로 했다. 대형 은행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돼 시스템적인 위험을 가져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바클레이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18개 글로벌 대형 은행 경영진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하고 이 같은 원칙에 합의했다고 11일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파생상품 계약이 동시다발적으로 해지되면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바 있다. 

이때 리먼브러더스는 쏟아지는 상품 해지 요구에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워 손실을 키웠고, 결국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무질서한 붕괴 상황에 처했고 이로 인해 금융 시스템도 불안정해진 바 있다. 

반면 앞으로 위기 국면에서 이틀간 금융사 상품 환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감독당국이 파산 금융사의 자산ㆍ부채를 가교은행에 넘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돼 그만큼 질서 있는 금융사 퇴출을 진행할 수 있게 되고 전체 금융 시스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WSJ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48시간 환매 보류 조치는 위기 국면에서 금융사들의 상품 해지 권리를 포기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조치는 규모가 너무 큰 대형 은행이 붕괴될 경우 경제ㆍ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정부가 공적 자금을 지원해 살려내야 하는 대마불사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부산한 美 연준…"금리인상 늦출수도" 
美재무 "亞·유럽 통화전쟁 안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2인자인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후원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해외 성장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취약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 연준은 예정보다 통화 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연준은 미국 경제 확장세가 충분한 정도로 진행됐을 때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면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노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와 저인플레이션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후퇴시키는 요인이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해외 성장세 둔화에다 강달러라는 맞바람까지 겹쳐지면서 미국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와 국내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타당한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 10일 CNBC에 출연해 "강달러가 미국 경제에 골칫거리"라고 진단하고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부양을 위해 아시아ㆍ유로존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세를 용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IMF 총회 현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적인 자국 통화가치 절하(competitive devaluation)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루 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앨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가는 "엔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20엔까지 상승하는 등 달러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새로운 환율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 끝없이 추락하는 유가, 브렌트유도 90弗 무너져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중동산 두바이유에 이어 북해산 브렌트유마저 배럴당 90달러 선이 위태롭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1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88.11달러까지 내려가며 90달러 아래를 기록했다.
 2010년 12월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으나 장 막판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간신히 반등에 성공하며 90.21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지난 3일 WTI가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8일에는 두바이유가 9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원유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 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며 경제정책을 재고할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03943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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