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패스트패션 백화점 의류매장 잠식

온라인 매출은 1%서 10%로 광폭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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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변화에 민감한 소비시장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이 때문에 소비는 한 시대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고도 불린다. 매일경제신문사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총 10년간 롯데백화점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트렌드 변화를 짚어봤다. 

2005년 백화점은 '비싼 브랜드 집합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패스트패션(SPA·제조일괄 유통형 브랜드)이나 명동·홍대·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명 '길거리(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백화점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05년 전국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SPA 브랜드는 '유니클로'와 '망고' 단 2개 브랜드, 총 7개 매장뿐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돼 지갑 열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유행을 빨리 반영하고 가격이 저렴한 SPA ·길거리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현재 롯데백화점 전 점포 내 SPA 브랜드 매장은 총 85곳, 스트리트 브랜드 매장은 300곳에 달한다. 길거리 브랜드 매장 중 일부는 유명 온라인쇼핑몰(스타일난다) 브랜드로 채워졌다. 당시 0.2% 수준이던 SPA·길거리 브랜드 매출은 여성 의류 매출 비중의 약 10%까지 올라왔다. 

10년 전 남성들은 아내, 여자친구, 엄마 손에 이끌려 백화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젊고 세련된 외모와 생활방식을 지향하는 중년 남성인 노무(nomu)족이나 외모를 가꾸는 남성인 그루밍(grooming)족이 등장하는 등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자 관련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랜 불황에 10년 새 여성 패션 상품 객단가는 9만7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3% 줄었지만, 남성 패션 상품군은 2005년(12만원)보다 지난해(16만1000원) 무려 34% 이상 늘었다. 10년 새 남성 패션 백화점 매출은 100% 이상 신장해 여성 패션 신장률(60%)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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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기업들의 출근 복장 규정 완화다. 2008년 삼성이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을 권고한 후 LG, SK 등 주요 기업들 기본 출근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로 정착됐다. 지난여름에는 삼성이 주말 반바지 착용까지 허용하는 등 격식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덕분에 2005년 남성 패션 중 정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33%로 줄었다.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트렌드) 상품군 매출 비중은 14%에서 30%로 껑충 뛰었다. 백화점도 남성 화장품 편집 매장, 남성 액세서리 편집 매장뿐 아니라 의류 매장과 수염 손질·이발 등을 할 수 있는 바버샵을 결합한 매장까지 속속 입점시키고 있다. 

2015년 현재는 백화점에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 간혹 '장을 보러' 가기는 하지만 오로지 식사나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가는 일은 일상적이지 않았다. 

강남권에 위치한 롯데백화점들 매출을 놓고 봤을 때 2005년 전체 중 9.5%였던 식품 매출은 14.2%까지 올라왔다. 식품 중에서도 축산, 선어, 가공식품 등 '장 보기용' 제품들 매출 비중은 크게 하락한 반면 디저트 카페 등 백화점에서 먹고 즐길 수 있는 식품 내 매출 비중은 15%에서 25%로 10%포인트나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소득 수준과 연관 지어 설명이 가능하다. 2006년 첫 2만달러에 진입한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3만달러 수준에 가까워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민소득 수준이 개선되면 패션보다 외식·여가·리빙 분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년 새 1%에서 10%대까지 치솟았다. 특히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10년 연평균 매출 신장률이 5.4%지만 온라인 매출 성장률은 무려 36%로,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온라인 쇼핑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뛰어넘고 사상 처음으로 유통채널 1위를 차지했다. 백화점은 온·오프라인(백화점)을 결합한 쇼핑 형태인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온라인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고객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매장에서 물건을 찾고 교환할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나 백화점 매장에서도 모바일 도구를 활용해 할인쿠폰 등을 받을 수 있는 '비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새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1230828&yea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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