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학습 통해 인간 닮아가는 컴퓨터
구글, 모바일 이어 머신러닝 영향력 강화
에릭 슈밋 "기계가 윤리적 판단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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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안드로이드폰으로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따로 위치 정보를 지정하지 않았지만 얼마 후 구글은 '파리에서 즐거웠던 날들'이란 제목으로 앨범을 만들어준다. A가 파리에 간 것을 구글은 어떻게 알았을까. 구글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삼각형 모양의 거대 철탑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60)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매직 인 더 머신(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간담회)' 기조연설에서 "머신러닝은 스마트폰, 모바일에 이은 새로운 메가 트렌드"라면서 "앞으로 머신은 과거처럼 차가운 존재가 아니라, 인간만큼 따뜻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은 이미 100개 이상 조직이 머신러닝을 활용해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머신러닝은 선택이 아닌 흐름"이라고 예언했다. 2010년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이후 지난 5년간 '모바일 온리'를 유일한 절대가치로 강조해왔던 슈밋 회장은 지난달 한국 방문에 이어 이날 행사에서 또다시 '머신러닝'을 부각시켰다. 

머신러닝은 컴퓨터에 들어온 정보를 수천 번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정확한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말한다. 수만 가지 데이터로 컴퓨터를 학습시키고 인간처럼 판단·행동하게 하는 측면에서 인공지능(AI)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가령 위치 정보가 없는 사진 속 에펠탑도 인식해 검색어에 '파리'를 입력하면 이 사진을 가져다 보여주는 식이다. 스팸 메일을 자동 삭제해주고 간단한 내용의 메일에는 짧은 대답으로 회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주위에 어린이가 있으면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하는데, 이는 핼러윈 복장 등을 입은 어린이를 인식하는 머신러닝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검색엔진 회사로 출발한 구글이 이를 주도할 수 있었던 건 수억 사용자의 인터넷 활용 정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메일, 포토 등 다양한 서비스에 머신러닝을 도입했다. 지난 5월 출시돼 매달 1억명이 사용 중인 구글포토에는 지금까지 50억장 이상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가히 머신러닝의 보고다.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에 대해 그레그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컴퓨터가 여러 번 반복학습을 통해 이메일에서 스팸을 걸러내는 방식"이라며 "머신러닝은 마술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tool)"라고 말했다. 

머신러닝은 투입과 산출의 중간 과정을 설명하는 알고리즘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공부 시간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하는데, 구글 머신러닝은 이를 찾아내고 학습해 오류가 거의 없는 예측을 만들어내게 된다. 

구글은 특히 인간의 윤리적 판단까지 머신러닝을 통해 익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고장나 질주하는 트롤리 앞에 있는 5명을 살리기 위해 선로를 바꿔 1명만 사고를 당하게 하는 게 옳은지 등을 판단하는 '트롤리의 문제'와 같은 상황도 머신러닝으로 해결할 것이란 얘기다. 슈밋 회장은 "아직 기존 제조업체 자율 주행차의 경우 머신러닝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판단도 기계가 학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구글은 구글포토 소개 외에도 머신러닝의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고 보다 많은 개발자와 협력해 인간친화적인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조성에 이어 머신러닝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간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개발자들이 구글의 표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구글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30년 전부터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는 지속돼왔으나 이를 상용화할 디바이스나 데이터 처리 방법이 없었다"며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쿄 = 이경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72380&yea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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