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부장][[줄리아 투자노트]]

"요즘 독자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는데 옛날처럼 큰 관심이 없어요. 한 때는 돈을 모으려면 통장 4개를 굴리라는 책이 유행했는데 요즘은 재테크 서적도 시들하구요. 출판계 전반이 불황이지만 경제·경영 서적이 제일 타격이 커요."

최근 만난 출판사 편집자의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돈 모으기 힘들고 부자 되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서인지 재테크 서적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대신 개인의 소소한 행복이나 마음의 평안, 힐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하긴 가족 팽개치고 수면시간 줄이고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며 아등바등 살아봤자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회의를 단 한번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랴. 개인생활을 희생해 남들보다 약간 더 많은 돈, 약간 더 많은 권한, 조금 더 빠른 승진을 얻는다 해도 때로는 건강의 상실, 가족간 친밀도 감소, 일 외엔 할줄 아는 것이 없는 무미한 인생을 대가로 치러야 하니 말이다.

미국에서 가장 '핫(hot)'한 언론사 중 하나인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도 같은 생각이다. 그녀는 지난주 뉴욕 트라이베카에 마련한 자신의 새 아파트에서 '제3의 평가법: 돈과 권력을 넘어 성공에 대한 재정의'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열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에 가득찬 200여명의 사람들을 향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온 성공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며 "더 많이, 더 크게, 더 잘,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성공을 재정의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치러야 하는 개인적인 대가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기존의 성공에 따라오는 부작용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40%,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60% 더 높다는 사실을 들었다.

허핑턴이 뜬금없이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성공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최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람들은 성공적인 삶을 구성하는 요인으로 건강,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쓸 수 있는 여유시간, 행복한 결혼과 인간관계,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아는 것 등을 꼽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퓨처스 컴퍼니는 1971년부터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값비싼 자동차를 성공의 징후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조율, 조정할 수 있는 것을 성공의 잣대로 여기고 있었다.

퓨처스 컴퍼니의 부사장인 피터 J. 로즈는 "물질적 성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다만 행복한 결혼이나 원할 때 휴가를 낼 수 있는 것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점점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때마침, 지난 14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승진이 싫다고 말해야 할 때'란 제목의 칼럼이다. 이 칼럼은 지금까지 승진은 그간의 노력과 성취에 대한 보상으로 높이 평가됐지만 최근들어 승진은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깨는 부정적 요인으로도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에서 임원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존 맥키는 승진을 하면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오히려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일주일에 60시간씩 일하고 휴일에 출장 가고 때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재테크 서적의 인기가 가라앉고 부쩍 인문학에 대한 서적이 늘어난 것을 보면 한국에서도 성공에 대한 인식 변화는 뚜렷해보인다. 조만간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좌절하는 사람보다 승진했다고 실망하며 "저, 승진 안하면 안될까요?" 요구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

머니투데이 권성희부장 shkwon@


출처: http://m.media.daum.net/m/media/economic/newsview/2013072007001164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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