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CEO] 저희 회사 고지서 받으면 72%가 에너지 아끼더군요
"옆집보다 더 쓰네요" 한마디 했을뿐인데…
■ 알렉스 래스키 오파워 공동창업자ㆍ사장

한국은 여름이면 블랙아웃의 공포에 휩싸이곤 한다. 전력 사용이 급증해 아예 전력이 끊길까 걱정이다. 해결책으로 곧잘 발전소 증설이 거론된다. 그러나 원전을 더 짓자는 쪽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는 쪽으로 패가 갈려 싸우곤 한다. 그러나 다수가 놓치는 해결책이 있다.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은 블랙아웃의 공포가 엄습하는 여름에도 에너지를 펑펑 낭비한다. 이런 현실을 고치면 블랙아웃의 공포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물 쓰듯 쓰던 에너지를 갑자기 아껴 쓰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성공 사례가 나왔다. 2007년 창업한 에너지 절약 기업 오파워(Opower)는 고객들을 설득해 전기ㆍ가스를 아껴 쓰도록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껏 오파워가 절약한 에너지는 5조와트시(watt-hour)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연간 태양력 발전의 2배, 미국 뉴햄프셔주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오파워는 비즈니스위크 선정 `꼭 알아둬야 할 세계 50대 스타트업`,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미국 10대 환경기술 기업`으로 꼽혔다.
오파워는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켰을까. 비결은 오파워가 고객들에게 보내는 전기ㆍ가스 사용 고지서에 있다. 여기에는 비슷한 규모의 이웃집보다 얼마나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했는지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6~9월 여름기간에 당신은 냉방에 매달 67달러를 썼습니다. 이는 이웃보다 78% 더 많은 금액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이웃보다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최근 방한한 알렉스 래스키 오파워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환경보호라는 도덕적 대의, 비용 절약이라는 금전적 이득으로 고객을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대신 이웃과 비교해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 사람들은 에너지를 아껴 쓰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파워 고지서를 받은 고객 중 72%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동 변화를 보였다는 게 래스키 사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래스키 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오파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공동창업자인 대니얼 예이츠와 함께 환경을 위해 뭔가를 하자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 그런데 당시 내 차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였고, 예이츠의 차는 연비가 나쁜 SUV였다. 예이츠는 나와 대화 중에 자기 차가 얼마나 연비가 나쁜지 알게 됐다. 예이츠는 당혹스러워했다.
그 순간, 우리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알리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예이츠가 그랬듯이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나와 에이츠는 우리 아이디어에 대한 행동과학적 근거도 갖게 됐다. 2004년 여름 캘리포니아 샌마르코스에서 진행된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실험을 진행한 대학 연구진은 집집마다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서 에너지를 아끼자`는 내용의 전단을 걸어놓었다. 다만 왜 에어컨을 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르게 했다. 한 그룹의 주민들에게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적어 놓았다. 다른 한 그룹에는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또 다른 그룹에는 `매달 54달러씩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달아 놓았다. 마지막 그룹에는 `조사 결과, 당신 이웃의 77%가 에어컨을 끄고 있다`는 내용을 전단지에 적어 놓았다. 이들 중 마지막 그룹만이 에어컨 사용을 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용절약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환경보호라는 대의에 동참해 달라는 설득도 효과가 없었다. 그저 이웃들이 이미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만이 행동을 바꿨다.
-오파워 고지서를 보면 자신이 이웃보다 얼마나 전기ㆍ가스를 많이 쓰고 있는지 알게 된다. 덕분에 고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 기존 고지서는 (에너지 절약의) 기회를 낭비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들은 고지서를 받으면 고지서에 적힌 대로 돈을 낸다.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는 고지서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회를 창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성공 사례가 나왔다. 2007년 창업한 에너지 절약 기업 오파워(Opower)는 고객들을 설득해 전기ㆍ가스를 아껴 쓰도록 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껏 오파워가 절약한 에너지는 5조와트시(watt-hour)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연간 태양력 발전의 2배, 미국 뉴햄프셔주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오파워는 비즈니스위크 선정 `꼭 알아둬야 할 세계 50대 스타트업`,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미국 10대 환경기술 기업`으로 꼽혔다.
오파워는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켰을까. 비결은 오파워가 고객들에게 보내는 전기ㆍ가스 사용 고지서에 있다. 여기에는 비슷한 규모의 이웃집보다 얼마나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했는지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6~9월 여름기간에 당신은 냉방에 매달 67달러를 썼습니다. 이는 이웃보다 78% 더 많은 금액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이웃보다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최근 방한한 알렉스 래스키 오파워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환경보호라는 도덕적 대의, 비용 절약이라는 금전적 이득으로 고객을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대신 이웃과 비교해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 사람들은 에너지를 아껴 쓰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파워 고지서를 받은 고객 중 72%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동 변화를 보였다는 게 래스키 사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래스키 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오파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공동창업자인 대니얼 예이츠와 함께 환경을 위해 뭔가를 하자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 그런데 당시 내 차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였고, 예이츠의 차는 연비가 나쁜 SUV였다. 예이츠는 나와 대화 중에 자기 차가 얼마나 연비가 나쁜지 알게 됐다. 예이츠는 당혹스러워했다.
그 순간, 우리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알리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예이츠가 그랬듯이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나와 에이츠는 우리 아이디어에 대한 행동과학적 근거도 갖게 됐다. 2004년 여름 캘리포니아 샌마르코스에서 진행된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실험을 진행한 대학 연구진은 집집마다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서 에너지를 아끼자`는 내용의 전단을 걸어놓었다. 다만 왜 에어컨을 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르게 했다. 한 그룹의 주민들에게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적어 놓았다. 다른 한 그룹에는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또 다른 그룹에는 `매달 54달러씩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달아 놓았다. 마지막 그룹에는 `조사 결과, 당신 이웃의 77%가 에어컨을 끄고 있다`는 내용을 전단지에 적어 놓았다. 이들 중 마지막 그룹만이 에어컨 사용을 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용절약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그룹이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환경보호라는 대의에 동참해 달라는 설득도 효과가 없었다. 그저 이웃들이 이미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만이 행동을 바꿨다.
-오파워 고지서를 보면 자신이 이웃보다 얼마나 전기ㆍ가스를 많이 쓰고 있는지 알게 된다. 덕분에 고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 기존 고지서는 (에너지 절약의) 기회를 낭비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들은 고지서를 받으면 고지서에 적힌 대로 돈을 낸다.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는 고지서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회를 창조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밥 스미스 씨가 받은 오파워 고지서
-이웃과 에너지 사용을 비교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수많은 개인의 전기ㆍ가스 사용 데이터를 얻어야 할 것 같다.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머리숱이 없는 이유도 데이터를 얻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다.(웃음) 많은 전력회사를 다니면서 데이터를 달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2~3곳의 회사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처음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4만여 가구의 데이터를 받았다. 통제집단(일반 고지서를 받는 가구)과 비교해 우리 고지서가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오파워의 실험에는 SMUD와 PSE 등 전력ㆍ가스회사와 예일대 법대 연구팀이 참여했다. 실험 결과, 에너지 사용량이 1.2%(PSE)와 2.1%(SMUD) 감소했고, 이 같은 효과는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지금은 100개에 가가운 전력ㆍ가스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데이터를 얻고 있다. 이제 우리는 5000만 가구와 기업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얻어 분석한다. 미국 전체 가구의 37%를 커버한다.
-2009년 구글과 MS가 오파워와 비슷한 서비스인 파워미트와 홈(Hohm)을 각각 론칭했으나 실패했다. 왜 구글 등 거대 기업은 실패했고, 오파워는 성공했나.
▶구글과 MS가 시장에 들어왔을 때 겁도 났다. 당시 우리는 직원 수가 50명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이겼다.
그 이유는 첫째, 집중이다. 오파워는 에너지에 집중했지만, 구글ㆍMS는 그렇지 못했다. 구글 등은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고루 적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성공했다. 반면 우리는 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했다. 둘째 이유는 전력회사와의 파트너 관계다. 구글ㆍMS는 자체 브랜드 파워만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 전력회사를 배제했다. 이게 실수였다. 전력회사들은 구태의연한 모습도 있지만, 이들의 협조는 필수다.
-오파워는 고지서를 만들 때 행동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고 들었다. 샌마르코스에서의 실험 결과를 적용해 고객들이 이웃과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사례는 없나.
▶네 가지 정도가 더 있다. 첫째는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책무(commitment)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서면으로 책무를 약속하면 지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파워는 예를 들어 소비자가 전년 같은 달보다 에너지를 5% 덜 쓰겠다는 식의 책무를 약속하도록 이끌어낸다.
둘째는 이익보다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실회피 성향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파워는 (에어컨을 덜 쓰면) 얼마의 돈을 더 번다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을 하면 얼마의 돈을 손해 보게 된다는 식으로 정보를 준다.
셋째는 보상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을 받으면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고지서를 받으면 `전력 회사가 나를 위해 이런 특별한 리포트를 작성해주었구나`라는 생각을 갖도록 고지서를 디자인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자는 전기를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넷째는 애초부터 우리 고지서를 소비자에게 기본(default)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우리 고지서가 싫은 사람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다른 형태의 고지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다른 고지서를 기본으로 받는 사람을 설득해 우리 고지서로 바꾸도록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오파워는 고지서를 통해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을 위한 팁도 함께 제공한다고 들었다.
▶(각 개인의 에너지 사용 습관을 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방식의 팁을 제공한다.(예를 들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소비자에게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에너지 절감 방법을 알려준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고객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력ㆍ가스 회사는 오파워를 통해 어떤 혜택을 얻는가.
▶오파워 고지서를 받는 고객들 만족도가 올라간다. 그러면 회사는 고객들과 더욱 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콜센터 운영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파워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피크 타임에 폭주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도 감소한다.(오파워는 소비자들에게 고지서를 발송하는 대가를 전력ㆍ가스 회사로부터 받는다. 매출도 이를 통해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982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025만달러)보다 48%보다 증가했다.
■ WHO HE IS…
알렉스 래스키는 2007년 대니얼 예이츠와 함께 오파워를 창업했다. 예이츠는 CEO를, 래스키는 사장을 맡고 있다. 래스키는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해외 진출 등을 총괄한다. 다포스포럼에 기술 분야 선구자로 초대받았으며 포천이 꼽은 `40대 이하 40인`에 포함됐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했으며 앨 고어 미국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에서 여론 분석 및 선거전략가로도 활동했다.
[김인수 기자]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머리숱이 없는 이유도 데이터를 얻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다.(웃음) 많은 전력회사를 다니면서 데이터를 달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2~3곳의 회사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처음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4만여 가구의 데이터를 받았다. 통제집단(일반 고지서를 받는 가구)과 비교해 우리 고지서가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오파워의 실험에는 SMUD와 PSE 등 전력ㆍ가스회사와 예일대 법대 연구팀이 참여했다. 실험 결과, 에너지 사용량이 1.2%(PSE)와 2.1%(SMUD) 감소했고, 이 같은 효과는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지금은 100개에 가가운 전력ㆍ가스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데이터를 얻고 있다. 이제 우리는 5000만 가구와 기업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얻어 분석한다. 미국 전체 가구의 37%를 커버한다.
-2009년 구글과 MS가 오파워와 비슷한 서비스인 파워미트와 홈(Hohm)을 각각 론칭했으나 실패했다. 왜 구글 등 거대 기업은 실패했고, 오파워는 성공했나.
▶구글과 MS가 시장에 들어왔을 때 겁도 났다. 당시 우리는 직원 수가 50명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이겼다.
그 이유는 첫째, 집중이다. 오파워는 에너지에 집중했지만, 구글ㆍMS는 그렇지 못했다. 구글 등은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고루 적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성공했다. 반면 우리는 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했다. 둘째 이유는 전력회사와의 파트너 관계다. 구글ㆍMS는 자체 브랜드 파워만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 전력회사를 배제했다. 이게 실수였다. 전력회사들은 구태의연한 모습도 있지만, 이들의 협조는 필수다.
-오파워는 고지서를 만들 때 행동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고 들었다. 샌마르코스에서의 실험 결과를 적용해 고객들이 이웃과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사례는 없나.
▶네 가지 정도가 더 있다. 첫째는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책무(commitment)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서면으로 책무를 약속하면 지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파워는 예를 들어 소비자가 전년 같은 달보다 에너지를 5% 덜 쓰겠다는 식의 책무를 약속하도록 이끌어낸다.
둘째는 이익보다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실회피 성향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파워는 (에어컨을 덜 쓰면) 얼마의 돈을 더 번다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을 하면 얼마의 돈을 손해 보게 된다는 식으로 정보를 준다.
셋째는 보상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을 받으면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고지서를 받으면 `전력 회사가 나를 위해 이런 특별한 리포트를 작성해주었구나`라는 생각을 갖도록 고지서를 디자인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자는 전기를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넷째는 애초부터 우리 고지서를 소비자에게 기본(default)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우리 고지서가 싫은 사람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다른 형태의 고지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다른 고지서를 기본으로 받는 사람을 설득해 우리 고지서로 바꾸도록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오파워는 고지서를 통해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을 위한 팁도 함께 제공한다고 들었다.
▶(각 개인의 에너지 사용 습관을 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방식의 팁을 제공한다.(예를 들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소비자에게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에너지 절감 방법을 알려준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고객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력ㆍ가스 회사는 오파워를 통해 어떤 혜택을 얻는가.
▶오파워 고지서를 받는 고객들 만족도가 올라간다. 그러면 회사는 고객들과 더욱 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콜센터 운영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파워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피크 타임에 폭주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도 감소한다.(오파워는 소비자들에게 고지서를 발송하는 대가를 전력ㆍ가스 회사로부터 받는다. 매출도 이를 통해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982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025만달러)보다 48%보다 증가했다.
■ WHO HE IS…
알렉스 래스키는 2007년 대니얼 예이츠와 함께 오파워를 창업했다. 예이츠는 CEO를, 래스키는 사장을 맡고 있다. 래스키는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해외 진출 등을 총괄한다. 다포스포럼에 기술 분야 선구자로 초대받았으며 포천이 꼽은 `40대 이하 40인`에 포함됐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했으며 앨 고어 미국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에서 여론 분석 및 선거전략가로도 활동했다.
[김인수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32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