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다로치 클레어몬트대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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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는 스마트폰 라임(Rhyme)을 선보였다. 고객들은 제품 색상을 보라색, 은색, 검은색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고, 블루투스 헤드셋, 거치대 등 이전 스마트폰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액세서리를 받았다. 즉, 라임은 HTC가 여성들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은 좋지 않았다. 클레어몬트대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제니 다로치(Jenny Darroch)의 저서 '여성을 겨냥한 마케팅이 소용없는 이유(Why Marketing to Women Doesn't Work)'에 따르면 심지어 한 블로거는 라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일반(regular) 휴대전화 제품을 사용할 만큼 똑똑하지 않은 존재들인가?" 

여성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HTC의 차별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매일경제 MBA팀은 다로치 교수를 인터뷰했다. 여성 소비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여심공략'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데, 다로치 교수는 인터뷰에서 "현재 기업들이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마케팅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단언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단순하게 성별로 구분하고 모든 여자들이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다음은 다로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현 마케팅 전략이 여성 고객들에게 통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들이 모든 여자들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각 여성 고객들의 다른 점을 봐야 하는데(기업들은 여성 고객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본다). 또 다른 잘못된 인식은 성별(gender) 차이로 소비자 행동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사실 남성과 여성 고객들의 소비행동에는 거의 차이점이 없다. 

―당신은 기업들이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할 때 세 가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고객들이 어떤 일을 성취하려 하는지 △여성 고객들을 하나의 통합된 그룹으로 생각하지 않고 △명확했던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나타내는 기업마케팅이 있다면. 

▷두 가지 광고를 얘기하겠다. 최근 아우디 광고를 보면 출장을 가는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를 아버지와 딸이 공항에 데려다 주는 장면이 있다. 웰스파고은행의 광고는 유치원생인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두 가지 광고는 남성과 여성 역할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실 여성들을 하나의 통합된 그룹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질 수도 있다. 그들은 어머니, 직장인, 아내 등 다양한 역할을 도맡고 '역할전환'을 한다. 회사들이 정형화된 여성의 모습을 그리면 여성 소비자들에게 불쾌함을 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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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많은 시범테스트를 한다. 시범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잘못된 여성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것인가. 

▷그렇다. 기업들은 시범테스트를 (제품에) 알맞은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올바른 질문을 한다고 넘겨짚는다. 

―각 기업엔 여성 마케터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 마케팅 방향이 잘못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회사에는 여성 마케터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 브랜드의 여성 마케터들의 지위는 시니어 포지션이 아니다. 내가 성별과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마케터들과 나누면, 많은 사람들은 마케팅을 하기 위해 조사한 자료들이 '당신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와 같이 (단순한 방법으로) 모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즉, 다양한 유형(type)의 여성 고객들을 파악하진 않는다. 

마케팅 리서치 데이터의 또 다른 문제는 구체적인 맥락을 기반으로 해서 세분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로, 내가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제품을 구입할 때와 경영자로서 어떤 물건을 사는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를 수 있는데, 이런 정밀한 정보를 분석하긴 어렵다. 

―빅데이터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세부적인 정보 획득이 더 쉬워졌을 것 같은데. 

▷빅데이터가 큰 트렌드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업들은 카테고리를 성별로 나누고 모든 여성들이 똑같다고 짐작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 성별을 기준으로 시장 세분화를 하려는 기업들이 많다. 

―성별에 따라 구입하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세분화를 그렇게 한다는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 회사들은 고객들이 구매하기까지 거치는 각 단계에서 누가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예로 자동차 산업을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딜러들을 찾아갈 때 어떤 자동차를 사고 싶은지를 미리 결정하고 간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딜러숍에서 협상은 남자들이 한다. 그런데 협상은 남자가 하더라도 여성들이 자동차를 산다고 마음먹고 왔고, 그들이 결국 차를 타고 다니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구매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여성도 '참여하는 단계'가 많지만 구매결정 단계에서 누가 얼마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확실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성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힘든 분야가 있다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남성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산업(예로 모터스포츠 부문)이나 반대로 여성 소비자들로 가득 찬 향수나 화장품 산업이다. 그렇지만 여성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후자에는 미세한 변화가 있다.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3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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