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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달려왔던 올 한 해도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저마다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세진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실적에 대한 강박관념과 인사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걱정을, 대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받게 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유익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해치게 된다.스트레스는 라틴어로 '팽팽히 죄다'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는 대개 무리한 욕심이 그 불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철석같이 믿어오던 희망이나 생각이 무너질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고, 또한 유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병이 된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신체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부신피질호르몬, 지질 및 면역기능에 변화가 오고, 혈압, 위산분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과에 입원한 환자의 약 70%, 암 환자의 약 50%가 스트레스와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긴장성 두통과 같은 근골격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위장관계, 심혈관계 등이 스트레스에 의한 영향이 크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만병의 적"이라며 "고혈압, 위장질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이 스트레스로 악화되는 대표적 질병인데, 최악의 경우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나 급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해 13만7000명이 '신체형 장애'로 진료를 받았다. 월별로 보면 설 명절, 졸업과 입학 등 가정 대소사가 많은 3월에 병원을 찾은 스트레스 환자가 다른 달보다 약간 많다. 전체 환자 중 여자가 남자보다 약 2배 많고 40대 이상이 80%를 넘는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자율신경계를 가장 먼저 자극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낮 동안 활동을 지원)과 부교감신경(밤의 휴식·수면을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건강하고 평온하게 사는 것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는 덕분이다. 교감신경이 너무 활성화하면 부교감신경이 이를 눌러주고 너무 침체되면 교감신경이 다시 흥분하면서 신체 균형이 유지된다. 교감신경이 '양(陽)'의 신경이라면 부교감신경은 '음(陰)'의 신경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작동한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과 혈당이 올라간다. 땀이 많이 나고 머리카락과 털이 곤두선다. 당장 급하지 않은 식욕과 성욕이 억제되고 소화기관 운동도 멈춘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아주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이차적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나오고 신체기관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는 마음도 아프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이들 물질은 뇌세포 사이 메신저가 돼 감정상태를 조절하는데, 세로토닌 균형이 깨지면 우울해지고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신경이 예민해져 화가 잘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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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을지대병원 교수는 "스트레스는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적정량의 스트레스는 삶에 활력을 준다"며 "그러나 스트레스가 개인 노력과 주변 사람들 도움으로도 해소되지 않거나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했을 경우에는 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해답은 '나'에게 있다. 셰익스피어 '햄릿'에 나오는 '세상엔 좋거나 나쁜 게 없다. 그저 생각이 그렇게 만들 따름이다'라는 구절처럼 부정적 환경에서도 본인이 마음가짐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힘들다고 하지만 제3자 시각에서 보면 결국 그들도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때문에 화병에 걸렸다고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 며느리 때문에 열통이 터진다. 부하는 상사 때문에 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지만 그 부하 때문에 미치겠다고 푸념하는 상사도 많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란 외적 요인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반응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스트레스를 다스린다는 것은 외적 상황을 회피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계속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는 각자 성격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바이너(Weiner)라는 학자는 똑같은 상황에서 스트레스 강도가 다른 것을 '귀인(歸因)이론'으로 정립했다. 긍정주의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역시 나는 운이 좋아. 다음에는 잘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비관주의자는 "난 늘 이 모양이야"라고 반응한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 운명이 달라진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우종민 교수는 "의학적으로 수면은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성해 피로와 감염에 대해 싸울 힘을 비축하고 낮에 소모한 에너지를 회복시킨다"며 "잠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우뇌 기능이 활발해져 낮에 쏟아져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 전환이 된다.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과 같은 물질이 뇌에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신체에너지가 생성돼 자신감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일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7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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