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에 황사에 노출되면 눈 상피세포 손상시켜 세균감염

기관지벽 헐어 협착 일으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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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5년 만에 최악의 겨울황사가 닥친 데 이어 이달에도 몇 차례 강력한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황사경보는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넘게 800㎍/㎥ 이상, 황사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넘게 400㎍/㎥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3~4월 한반도를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의 불청객' 황사는 중국 북부의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및 황하 상류지대의 흙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가 초속 30m 정도의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현상이다. 황사는 실리콘(석영), 알루미늄, 구리, 카드뮴, 납 등으로 구성된 흙먼지가 주성분으로 이 현상이 발생하면 하늘색이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가시권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빨래와 음식물은 물론 대기까지 오염시켜 눈병,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황사는 중국 발원지에서는 20㎛보다 큰 입자가 관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관측되는 크기는 1~10㎛ 정도의 미세먼지다. 황사 발생 시 대기의 먼지농도는 평소의 4~5배에 이르는데 이 미세먼지가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폐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 나게 하거나 가래나 염증을 일으키며, 심지어 기관지 벽을 헐게 하고 협착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사망률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농도가 1㎡당 10㎍이 늘어날 경우 1일 사망률이 1%씩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병덕 고려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황사는 감기 천식 후두염 등 호흡기 질환과 자극성 각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건성안 등 눈병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황사현상이 심한 3~4월 전후에는 야외운동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사가 건조한 날씨와 맞물리게 되면 심한 감기나 후두염, 천식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의 일차방어막인 코와 기관지점막이 말라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며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때는 가습기나 젖은 수건으로 실내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내습도 조절과 함께 평소 따뜻한 물이나 음료수를 적어도 하루 1.5ℓ 이상 마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면 좋다. 

황사는 직접적인 접촉이 이뤄지는 안구를 자극해 자극성 각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그리고 건성안에 이르기까지 각종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황사 속에 포함된 철, 규소, 구리,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대기 중 오염물질은 눈 속에 들어가 자극 증상과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황사 먼지는 눈에 자극을 주며, 이차적으로 먼지 입자가 각결막 상피층에 손상을 주어 이로 인해 2차 세균 침투로 인한 안질환을 유발한다. 황사가 발생하면 눈이 간지럽고 이물감을 느끼며 눈물을 자주 흘리고 눈이 붉게 충열되기도 한다. 또한 눈이 붓거나 심한 경우 각막 상피가 벗겨져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황사에 포함돼 있는 여러 중금속은 세포의 생존력을 떨어뜨리고 '산소 유리기(oxygen radical)'를 발생시켜 세포를 손상시킨다. 특히 눈은 '각결막 상피세포'를 손상시킴으로써 안구건조증, 알레르기성 결막염, 자극성 결막염, 나아가 세균 감염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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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결막염뿐만 아니라 각막 상처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소프트렌즈는 재질이 무르기 때문에 작은 이물질들이 안구 및 렌즈 표면에 침착될 수 있어 보다 더 큰 질병을 유발한다. 하드렌즈 역시 안구 표면에서 계속 움직여 눈과 렌즈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가 각막 표면에 찰과상을 낼 수 있다. 

강수연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황사가 발생하면 렌즈보다는 가급적 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면 어디서나 렌즈를 세척할 수 있도록 세척도구를 구비하고 이물감, 충혈, 자극증상 등이 발생하면 즉시 렌즈를 깨끗한 손으로 제거하고 세척해야 하며, 안과에 내원하여 바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사가 심할 때는 일일 착용 렌즈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사는 직접 노출되는 피부에도 피해를 준다. 황사에 잠깐 노출됐다고 피부에 바로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에 쌓인 이물질들이 모공이나 땀구멍 등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발진이나 두드러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황사가 나타나는 날에는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잠깐이라도 외출했다면 귀가한 후에 피부나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노약자는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보호안경, 마스크,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소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제품용기 또는 포장에 '의약외품'이란 문자와 '황사방지 또는 황사마스크'라는 표시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식약처에서 허가한 황사마스크인 KF80과 KF94 표시를 확인하고 고르라"고 조언한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KF80(황사마스크)은 평균 0.6㎛ 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고 KF94 또는 KF99(방역용 마스크)는 평균 0.4㎛ 입자를 94% 또는 99% 이상 차단할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황사용 마스크는 약국, 마트,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황사보다 더 무섭네
발암물질 포함 폐포까지 침투…외출 삼가고 방진마스크 사용을
 

황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실 '초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이 10㎛(PM-10) 이하인 부유 먼지를 말한다. 이 미세먼지 중 지름이 2.5㎛(PM-2.5) 이하인 것들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뤄져 있으며, 7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와 대기오염은 물론 인체에 해롭기까지 하다. 

미세먼지는 황사와 혼동할 수 있지만 다르다. 황사는 사막의 흙먼지가 제트기류를 타고 퍼지는 반면 미세먼지는 대도시 공업 밀집지역 등에서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발생 원인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다르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중국발 스모그에 포함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심장·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초미세먼지는 다량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초미세먼지(2.5㎛)를 포함한 미세먼지(10㎛)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하버드대학이 미국 6개 도시 거주자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망률과 도시 오염도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연구에서 10㎛ 이하 먼지가 공중의 건강을 해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 입자상 물질의 오염도가 높을수록 사망률도 거의 정비례하게 증가되는 것을 발견했다.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는 깨끗한 도시에 비해 젊은 나이에 숨질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인체에 위험한 이유는 너무 작다는 것 때문이다. 평균 50~70㎛인 머리카락과 비교해보면 10㎛인 미세먼지는 7배, 2.5㎛인 초미세먼지는 30배가량 작다. 이처럼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고 화석연료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우리 몸의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에 위치한 폐포까지 침투해 축적될 수 있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미취학아동, 노약자, 임산부, 심장·호흡기 질환자에게는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하면 마스크를 1차적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수영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천 마스크와 황사 마스크는 10㎛ 이상 먼지를 걸러낼 수 있지만 10㎛ 이하 미세먼지는 걸러낼 수 없다"며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를 막으려면 환경부 인증 마크가 있는 방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평균 120㎍/㎥ 이상인 상황이 2시간 동안 지속되면 외출을 삼가고 외출 후에는 손과 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특히 호흡기관인 코와 입은 물로 자주 헹궈주는 것이 좋다. 또한 몸 밖으로 가래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수분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예로부터 천식 등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배즙을 먹는 것이 좋다. 기관지 확장 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제로 사용되는 테오필린(theophyline) 성분이 많은 녹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가정에서 청소할 때에도 창문을 닫고 청소하는 것이 좋으며, 미세먼지를 걸려주는 헤파(HEPA)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 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고 미세먼지가 쉽게 쌓일 수 있는 카펫이나 침구류, 인형 등 섬유 재질로 되어 있는 실내 물건들은 수납장에 넣거나 덮개를 덮는 등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미세먼지가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공기 중 미세먼지가 도로, 건물, 나무 등에 내려앉아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뒤에도 하루에서 이틀 동안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2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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