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크리스티나 시몬 IE 비즈니스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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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Miguel Panadero

경영학계 구루 게리 하멜은 몇 년 전 '일단 관리자들을 몽땅 해고하자'는 제목으로 된 글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했다. 그는 '감독 지배구조'가 내부 분위기를 잡고 있으며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왜 아무도 직원들이 여러 층에 걸친 관리자들 감독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지 않는지를 꼬집었다. 

현실적으로 여러 층으로 이뤄진 관리 구조를 회사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관리자들에게 지급하는)높은 급여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멜은 미국 토마토 가공회사인 모닝스타를 예로 들며 '조직 내 관리층'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모닝스타에는 직급이나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팀을 만들어 서로를 위한 '행동규약'을 조율하고 작성한다. 직장 동료들끼리 세운 규칙과 목표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아웃도어 의류 소재 회사인 고어텍스 역시 비슷한 업무 환경이다. 

모닝스타와 고어텍스는 조직 내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물론 회사 내 민주주의는 정치세계 민주주의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사내 관리자들이 제안하는 각기 다른 안건에 대해 모든 직원이 정기적으로 투표하는 것은 어렵다. 사내 민주주의 목적은 결정을 짓는 데 있어서 직원의 높은 참여율을 끌어내고 (특정한 업무에 대한)권한을 위임하는 구조가 형성되게 만드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사내 결단력이 높아지고 많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명심할 점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이 관리자들을 해고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구조가 형성되면 사내 관리자 구조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관리자급 사람들 권력이 축소되는 것은 사실이다. 

조직 내 민주주의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휴렛패커드(HP)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가 혁신인데,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혁신성을 이끄는 데 긍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배웠다. 

경영 전문가들은 토니 셰이 자포스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관리자직을 없앤 결정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셰이 CEO는 기존 조직체계에서 관리자층을 없애고 이를 '홀라크라시(holacracy·관리자없는 조직체계)'로 대체했다. '홀라크라시' 시스템에서 직원들은 직접 팀을 구성하고 해당 팀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위해 일을 한다. 다시 말해 직원들에겐 직책 대신 임무가 주어지고 각자가 업무를 하는 데 큰 자율성이 부여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홀라크라시에서 생기는 문제 중 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제는 텐션(tension·긴장)이라 불리는데, 이는 각기 다른 팀 팀원들이 모여 합의를 해 해결된다. 

대다수 독자들에겐 홀라크라시 같은 조직 내 민주주의는 매우 유토피아적인 환경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가끔씩 보스가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가? 또 회사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업무환경이 조성되면 회사가 더 잘 돌아가겠다는 믿음을 갖고 본인이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원이 이직하는 사유 중 하나가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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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모닝스타는 직원·상사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직원들에게 충분히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매우 안정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자포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셰이 CEO가 홀라크라시 시스템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직원들에게 지난 4월까지 퇴사를 하는 조건으로 3개월치 퇴사 장려금을 제안했더니, 전체 직원 중 14%가 퇴사를 했다. 이 수치는 자포스처럼 안정적인 조직 문화에서 절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왜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결정했는지 아직까지도 완전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사내 직급 시스템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겐 분명히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스 체계가 없는 조직이 편한 시스템은 아니다. 이는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보스나 관리자급이 없는 환경에서는 각 직원에게 돌아가는 의무와 책임이 더 많아진다. 그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또한 급한 업무 때문에 연장 근무를 하는 상황도 늘 수 있다. 동시에 본인 일을 위한 더 많은 노력과 헌신이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모든 직원들이 본인 업무를 위해 더 많은 헌신을 할 마음을 갖고 있진 않다. 정리를 하면, 완벽한 조직 체계는 없다. 그때 그때 상황의 목적과 목표에 가장 적합한 체계만이 있을 뿐이다.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제도다. 여태까지 시도된 다른 정치 시스템을 제외하고 말이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민주주의 제도가 경영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정리 = 윤선영 연구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7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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