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활용해 지갑·가방 만들고 낡은 배관은 근사한 조명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자` 철학…좀 더 가치있는 소비로 이어져
■ 업사이클 경제학
쓰임을 다한 트럭 덮개가 패션 명품이 돼 거리를 활보한다. 소방 호스나 자동차 에어백이 가방으로 재탄생한다. 코팅된 사탕 포장지로 만든 핸드백이 드라마 여주인공의 손에 들려 시선을 이끈다. 폐지로 지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쓰레기는 저 멀리 인도에서 공수해 온다. 폐타이어로는 구두를 만들고, 낡은 배관 파이프로는 근사한 조명을 만든다.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라 백화점 쇼윈도로 향하게 된 운명의 대반전, 심지어는 폐품으로 만들었으면서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진다. `버려지는 것들의 반란`이라고 할 만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업사이클(up-cycle) 패션이다. 단순한 재활용(recycle)이 아니라 가치를 상승(up)시키는 재활용이라는 의미의 업사이클은 패션업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업사이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탁(Freitag)은 버려진 낡은 트럭 덮개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덮개에 프린팅돼 있던 고유의 컬러는 물론 거친 세월의 흔적까지 그대로 살린 채 재단하고 조합한다. 낡은 정도가 다 달라 하나의 덮개에서도 각기 다른 제품들이 탄생한다.
홀스티(Holstee)는 폐지와 비닐 등으로 작은 지갑을 만든다. 재료가 되는 쓰레기는 인도에서 수입해 오는데, 쓰레기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인도 빈민들에게서 더 높은 가격에 쓰레기를 구입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보장해 준다. 기업 활동이 그 자체로 환경운동인 동시에 공정무역 운동인 셈이다. 업사이클을 제품 하나가 아닌 매장 전체의 범위로 녹여 낸 사례도 있다.
제일모직은 하티스트(Heartist)라는 매장을 열고 다양한 친환경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든 업사이클 패션 제품을 선보이고, 매장 건물 자체도 1940년대의 낡은 창고 건물을 최소한으로 리노베이션해 꾸몄다. 내부는 절반 이상을 재고 집기로 구성하고, 매장 안팎의 화단은 냉방기에서 나오는 물과 빗물을 모아서 가꿨다.
쇼핑백은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이 쇼핑백은 소비자가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도구로도 쓰여 누구나 쓰지 않게 된 물건을 쇼핑백에 담아 와 다른 사람들과 나눠 쓸 수 있게 했다. 업사이클은 물론 재활용, 재사용까지 자원 순환에 관한 일련의 활동들을 한 공간에서 경험케 하는, 보다 진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버려질 법한 것들의 새로운 변신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지도 못한 소재가 주는 놀라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뛰어난 디자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제품 안에 담긴 `철학`일 것이다.
각 제품이나 브랜드마다 표현은 다를 수 있겠으나 큰 줄기에서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 `환경을 위해 폐기물을 줄이자` `버려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
폐품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사람들은 이러한 생산자의 철학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철학을 가치 있게 여기는 만큼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일도 감수한다.
버려지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가전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방송 시대를 맞으면서 버려지는 구형 아날로그 TV가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이 중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브라운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버려지는 브라운관을 친환경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TV Road` 캠페인을 진행했다. 먼저 TV를 구입하면서 기존 TV를 버리게 된 소비자를 찾아가 총 1만여 대의 오래된 브라운관 TV를 수거했다. 앞유리 부분을 분리 가공하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폐브라운관을 알록달록한 보도블록과 벽돌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만들어진 보도블록과 벽돌로 친환경 공원을 꾸몄다. 천덕꾸러기였던 폐브라운관이 공원 속 걷고 싶은 길(Road)이 된 것이다.
TV를 처리하는 방법을 TV를 만드는 제조사 스스로가 고민했다는 점에서 TV Road 캠페인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제품의 생산자가 어디까지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제품의 성능이 잘 유지되도록 돕는 것을 기업의 책임으로 여겨 왔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제품이 버려질 때까지 생각하는 `생산자 책임`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지구와 환경을 위한 움직임도 시대에 따라 진화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재활용 운동이나 필요없어진 것들을 바꿔 쓰자는 재사용 운동 등 과거 움직임이 주로 개인의 실천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가 앞장서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덕분에 투철한 환경운동가가 되지 않고서도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점점 생기고 있으니까. 리사이클, 자원 순환으로만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더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업사이클(up-cycle) 패션이다. 단순한 재활용(recycle)이 아니라 가치를 상승(up)시키는 재활용이라는 의미의 업사이클은 패션업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업사이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탁(Freitag)은 버려진 낡은 트럭 덮개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덮개에 프린팅돼 있던 고유의 컬러는 물론 거친 세월의 흔적까지 그대로 살린 채 재단하고 조합한다. 낡은 정도가 다 달라 하나의 덮개에서도 각기 다른 제품들이 탄생한다.
홀스티(Holstee)는 폐지와 비닐 등으로 작은 지갑을 만든다. 재료가 되는 쓰레기는 인도에서 수입해 오는데, 쓰레기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인도 빈민들에게서 더 높은 가격에 쓰레기를 구입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보장해 준다. 기업 활동이 그 자체로 환경운동인 동시에 공정무역 운동인 셈이다. 업사이클을 제품 하나가 아닌 매장 전체의 범위로 녹여 낸 사례도 있다.
제일모직은 하티스트(Heartist)라는 매장을 열고 다양한 친환경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든 업사이클 패션 제품을 선보이고, 매장 건물 자체도 1940년대의 낡은 창고 건물을 최소한으로 리노베이션해 꾸몄다. 내부는 절반 이상을 재고 집기로 구성하고, 매장 안팎의 화단은 냉방기에서 나오는 물과 빗물을 모아서 가꿨다.
쇼핑백은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이 쇼핑백은 소비자가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도구로도 쓰여 누구나 쓰지 않게 된 물건을 쇼핑백에 담아 와 다른 사람들과 나눠 쓸 수 있게 했다. 업사이클은 물론 재활용, 재사용까지 자원 순환에 관한 일련의 활동들을 한 공간에서 경험케 하는, 보다 진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버려질 법한 것들의 새로운 변신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지도 못한 소재가 주는 놀라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뛰어난 디자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제품 안에 담긴 `철학`일 것이다.
각 제품이나 브랜드마다 표현은 다를 수 있겠으나 큰 줄기에서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 `환경을 위해 폐기물을 줄이자` `버려지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
폐품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사람들은 이러한 생산자의 철학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철학을 가치 있게 여기는 만큼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일도 감수한다.
버려지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가전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방송 시대를 맞으면서 버려지는 구형 아날로그 TV가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이 중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브라운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버려지는 브라운관을 친환경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TV Road` 캠페인을 진행했다. 먼저 TV를 구입하면서 기존 TV를 버리게 된 소비자를 찾아가 총 1만여 대의 오래된 브라운관 TV를 수거했다. 앞유리 부분을 분리 가공하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폐브라운관을 알록달록한 보도블록과 벽돌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만들어진 보도블록과 벽돌로 친환경 공원을 꾸몄다. 천덕꾸러기였던 폐브라운관이 공원 속 걷고 싶은 길(Road)이 된 것이다.
TV를 처리하는 방법을 TV를 만드는 제조사 스스로가 고민했다는 점에서 TV Road 캠페인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제품의 생산자가 어디까지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제품의 성능이 잘 유지되도록 돕는 것을 기업의 책임으로 여겨 왔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제품이 버려질 때까지 생각하는 `생산자 책임`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지구와 환경을 위한 움직임도 시대에 따라 진화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재활용 운동이나 필요없어진 것들을 바꿔 쓰자는 재사용 운동 등 과거 움직임이 주로 개인의 실천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가 앞장서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덕분에 투철한 환경운동가가 되지 않고서도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점점 생기고 있으니까. 리사이클, 자원 순환으로만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더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동은 제일기획 마스터]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3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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