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불합리, 노동소득 세율은 계속 낮춰야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 논쟁을 촉발시킨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PSE) 교수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매일경제 초청 토론회에 앞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자신의 주장과 관련해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는 뉘앙스다.
그는 16일 매일경제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지난 20년간 상위 1%와 10% 계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등 소득불평등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그 정도는 미국보다는 나쁘지 않고, 일본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피케티 교수는 이어 "정책 처방과 관련해서도 높은 세금을 매겨 자본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나의 솔루션이 아니다"며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과거 150여 년간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기 때문에 소득불평등도가 심화됐다는 점을 방대한 역사 자료 분석을 통해 보여줬다. 이 같은 실증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글로벌 부유세` 등을 신설해 자본수익률을 낮춰 불평등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대해 내놓은 해법은 미국과 유럽에 대해 주장했던 `증세론`과는 다소 달랐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주의 경제 내에서도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며 "특히 고급 지식과 교육의 확산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과 교육 개발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고 한 국가 내에서도 하위 계층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교육 서비스가 모든 계층에 포괄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마 피케티 교수는 조세 체계를 보다 누진적으로 만들어 자본 수익률을 낮추는 정책도 한국에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소수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조세제도를 누진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조세제도의 개편은 그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조세제도 개편을 통해 자본 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지식 개발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한국에서의 소득불평등도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피케티 교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글로벌 부유세`가 조만간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통일된 부유세 제도를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금융제도를 투명화하고 조세피난처를 줄이기 위한 국제 공조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국가 내에서도 현재보다 더 공평한 조세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격한 증세론자`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우선 근로자들의 노동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케티 교수는 "근로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노동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자기가 살 집을 모기지론 등을 통해 구입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세금을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케티 교수는 "내가 주장하는 부유세는 재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부과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순자산이 매우 많은 사람에 대해서만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부유세의 원리"라고 밝혔다. 피케티 교수는 부유층과 저소득층 간 계층 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경제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피케티의 이론은 계층 간 이동을 도외시한 이론`이라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그는 "사회적인 계층 이동이 현재보다 역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상속 재산이 거의 없고 자신의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최근 도입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들이 배당이나 임금 지급을 하지 않고 이익을 과도하게 회사 내에 쌓아둘 경우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피케티 교수는 "특정 기업이나 특정한 경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모든 소득과 이윤에 대해 일괄적인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 등 보편적 증세를 통해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겨냥한 세금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제도를 악용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케티 교수는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소득과 부가 형성되는 역사를 연구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점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는 영원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가장 좋은 대책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과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피케티 교수는 오는 19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매일경제가 주관하는 세계지식포럼 사전행사로 열리는 `1%대99% 대토론회 1부 : 피케티와의 대화`에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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