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꽃게 최대집산지 부안 격포항 가보니
![기사의 0번째 이미지](http://file.mk.co.kr/meet/neds/2015/08/image_readtop_2015_810360_14403186192087519.jpg)
두 달 동안 금어기를 마치고 처음으로 꽃게가 출하된 21일 새벽 3시 30분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어민들이 배에서 꽃게를 옮기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최근 몇 년 새 가을 수꽃게 때문에 이렇게 불안하기는 처음입니다. 예년 대비 어획량이 70%나 급감해 걱정이 태산이에요."
두 달(6월 21일~8월 20일)간 금어기(禁漁期)를 마치고 가을 꽃게 조업이 재개된 21일 오전 3시 30분. 서해안 꽃게 최대 집산지인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 수꽃게를 실은 배가 도착했다. 어획이 허가된 자정(밤 12시)부터 잡힌 올해 첫 가을 꽃게가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꽃게를 가득 담은 가구(어장에서 잡아올린 꽃게를 35~40㎏ 정도로 나눠 담은 플라스틱 박스)들이 크레인을 통해 해수와 냉각기 장치가 돼 있는 활어차로 옮겨졌다. 이들은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인근 선별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오랜 기간 진도항과 격포항 등지에서 중매인(중간매입자) 역할을 해온 박성용 해돋이영어조합법인 대표는 "꽃게잡이 선장들이 기름값, 인건비 등 원가도 건지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설명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속이 꽉 찬 꽃게가 그물마다 가득했던 격포항에 한숨 소리가 깊어진 건 기후변화와 정부지원 중단 때문이다. 박 대표는 "꽃게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여름에 비가 잘 와야 한다. 우리는 여름철 비를 육수(陸水·민물)라고 부르는데, 꽃게는 육수가 좀 있어야 잘 자란다"며 "하지만 올여름엔 가물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몇 년 전부터 정부·대기업에서 꽃게 개체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받아 진행됐던 꽃게 치어 방사도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선별 작업장에서는 대천 진도 군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꽃게 분류 전문가'들이 꽃게를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선별 작업팀은 상품화가 가능한 살아 있는 꽃게를 포장작업대로 보내고, 다리가 잘렸거나 운반 과정에서 죽은 꽃게들은 2차 선별대로 옮긴다. 포장 작업조는 소나무 톱밥과 꽃게 12~15마리를 3.5㎏짜리 박스에 담았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자 약 70명이 달려들어 작업을 한다. 선별·포장 작업에 드는 하루 인건비만 1000만원을 웃돈다.
'첫 꽃게'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들은 애가 탔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팀 MD는 "금어기 이후 첫 가을 꽃게를 바로 주말에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데, 전국 각 지점에 배송할 만큼 물량을 다 끌어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격포항에서 잡히는 꽃게들은 헤엄쳐 다니는 활꽃게를 그물로 잡는 방식인 '유자망'이라 좀 상황이 낫다. 바닥에 기어다니는 꽃게를 잡는 방식인 '통발'은 어황이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통발 방식으로 잡고 있는 다른 항구들은 예년 대비 20%밖에 물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보통 가을 꽃게는 살이 통통히 오른 수게가 올라와야 하는데, 통발로 꽃게를 잡아보니 오히려 쓸모없는 암게들만 많이 잡혔다더라"고 귀띔했다.
꽃게 제철은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다 . 알을 낳기 위해 연안가로 올라온 '암꽃게'가 잘 잡히는 시기가 4월이고, 이후 여름 동안 어린 개체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금어기를 가진 후 시작하는 가을 꽃게철엔 수게가 주로 잡히는 게 정상이다. 가을에 암게가 그물에 걸린다는 것은 기후 등 다양한 요인으로 봄에 산란을 하지 못한 소위 '무거리(1년 묵은 게)'들이 잡힌다는 뜻이다. 이 게들은 알과 살이 거의 빠진 상태라 상품 가치가 없다.
실제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을 통해 금어기가 풀린 첫날인 지난 21일 꽃게 위판량을 확인해 본 결과, 이날 위판량은 2만7557㎏으로 전년(8만6181㎏)에 비해 7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유통업체 KB글로벌 김형추 대표는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겠나 싶다"며 "일본 방사능 영향 등으로 우려가 많았던 2013년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안 = 이새봄 기자]
두 달(6월 21일~8월 20일)간 금어기(禁漁期)를 마치고 가을 꽃게 조업이 재개된 21일 오전 3시 30분. 서해안 꽃게 최대 집산지인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 수꽃게를 실은 배가 도착했다. 어획이 허가된 자정(밤 12시)부터 잡힌 올해 첫 가을 꽃게가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꽃게를 가득 담은 가구(어장에서 잡아올린 꽃게를 35~40㎏ 정도로 나눠 담은 플라스틱 박스)들이 크레인을 통해 해수와 냉각기 장치가 돼 있는 활어차로 옮겨졌다. 이들은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인근 선별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오랜 기간 진도항과 격포항 등지에서 중매인(중간매입자) 역할을 해온 박성용 해돋이영어조합법인 대표는 "꽃게잡이 선장들이 기름값, 인건비 등 원가도 건지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설명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속이 꽉 찬 꽃게가 그물마다 가득했던 격포항에 한숨 소리가 깊어진 건 기후변화와 정부지원 중단 때문이다. 박 대표는 "꽃게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여름에 비가 잘 와야 한다. 우리는 여름철 비를 육수(陸水·민물)라고 부르는데, 꽃게는 육수가 좀 있어야 잘 자란다"며 "하지만 올여름엔 가물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몇 년 전부터 정부·대기업에서 꽃게 개체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받아 진행됐던 꽃게 치어 방사도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선별 작업장에서는 대천 진도 군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꽃게 분류 전문가'들이 꽃게를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선별 작업팀은 상품화가 가능한 살아 있는 꽃게를 포장작업대로 보내고, 다리가 잘렸거나 운반 과정에서 죽은 꽃게들은 2차 선별대로 옮긴다. 포장 작업조는 소나무 톱밥과 꽃게 12~15마리를 3.5㎏짜리 박스에 담았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자 약 70명이 달려들어 작업을 한다. 선별·포장 작업에 드는 하루 인건비만 1000만원을 웃돈다.
'첫 꽃게'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들은 애가 탔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팀 MD는 "금어기 이후 첫 가을 꽃게를 바로 주말에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데, 전국 각 지점에 배송할 만큼 물량을 다 끌어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격포항에서 잡히는 꽃게들은 헤엄쳐 다니는 활꽃게를 그물로 잡는 방식인 '유자망'이라 좀 상황이 낫다. 바닥에 기어다니는 꽃게를 잡는 방식인 '통발'은 어황이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통발 방식으로 잡고 있는 다른 항구들은 예년 대비 20%밖에 물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보통 가을 꽃게는 살이 통통히 오른 수게가 올라와야 하는데, 통발로 꽃게를 잡아보니 오히려 쓸모없는 암게들만 많이 잡혔다더라"고 귀띔했다.
꽃게 제철은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다 . 알을 낳기 위해 연안가로 올라온 '암꽃게'가 잘 잡히는 시기가 4월이고, 이후 여름 동안 어린 개체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금어기를 가진 후 시작하는 가을 꽃게철엔 수게가 주로 잡히는 게 정상이다. 가을에 암게가 그물에 걸린다는 것은 기후 등 다양한 요인으로 봄에 산란을 하지 못한 소위 '무거리(1년 묵은 게)'들이 잡힌다는 뜻이다. 이 게들은 알과 살이 거의 빠진 상태라 상품 가치가 없다.
실제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을 통해 금어기가 풀린 첫날인 지난 21일 꽃게 위판량을 확인해 본 결과, 이날 위판량은 2만7557㎏으로 전년(8만6181㎏)에 비해 7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유통업체 KB글로벌 김형추 대표는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겠나 싶다"며 "일본 방사능 영향 등으로 우려가 많았던 2013년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안 = 이새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1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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