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이태원·가로수길 등 리모델링 활발

새로 집짓는것보다 비용·시간 절약돼 인기
동네 땅값 덩달아 껑충…서교동 1년새 8%↑


◆ 단독주택의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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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퇴사해 온라인 쇼핑몰을 연 최 모씨(32) 직장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이다. 2층짜리 집 전용면적 115.5㎡인 2층 전체를 통째로 빌렸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는 270만원. 웹 디자인 회사를 꾸린 친구와 공간을 함께 쓰기로 해 임차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주택 1층에는 무역 중개업체와 홍보기획사가 각각 세를 들어 모두 4개 회사가 들어찬 미니 사옥인 셈이다. 

아파트에 밀려 '구식 집'으로나 여겨지던 단독주택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집에서 집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꽃가게와 카페부터 소규모 회사까지 변신의 폭이 넓다. 

숫자는 줄어들지만 시장은 넓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단독주택 가구 수는 지난해 35만7547가구였던 것이 올해는 35만1624가구로 줄었다. 단독주택이 있던 곳에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나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통해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독주택 리모델링 시장은 오히려 활기가 돈다. 

범홍대상권 연남동, 이태원 상권 경리단길 일대, 가로수길 등 요즘 뜨고 있는 지역들을 배후로 둔 단독주택지는 집을 사들여 개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몸값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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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4.3% 올랐다(전국 평균 3.96%). 특히 리모델링이 활발한 마포구가 25개 자치구 중 1위로 상승률 6.4%를 기록했다. 상권이 활성화한 지역의 단독주택은 3.3㎡당 가격이 아파트(1815만2000원)보다 비싸다. 강남은 2000만원을 넘어섰고 마포는 연남동 일대마저 3.3㎡당 땅값이 1800만~2000만원 선이다. 

주변 땅값도 뛰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마포구 서교동 지학사 인근은 1㎡당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 403만원에서 올해 436만원으로 8.1% 올랐다.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남서측 일대도 같은 기간 414만원에서 435만원으로 5.07% 올랐고 서대문구 연희동 사러가쇼핑 인근과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일대도 각각 4.89%, 4.8% 상승했다. 

기존에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서 주거용으로 수리하는 사례가 90%였다면 최근 2~3년 사이엔 사정이 다르다. TV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시 농부' 등이 인기를 끌면서 차마 도심을 벗어나지 못한 '귀농(歸農) 워너비(wannabe)'들이 나서 옥상에 정원과 텃밭을 만들거나 게스트하우스처럼 꾸미기도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리모델링은 유명 상권 인근 단독주택을 사들여 카페나 꽃집 등 작은 가게로 쓰는 식이다. 연희동 사러가쇼핑 일대는 '조용한 카페거리'로 통한다. 임대료가 비싼 홍대와 신촌 상권을 피해 온 작은 카페와 일식집, 파스타 식당들이 단독주택을 개조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용산구 원효로에 있는 '아티크'는 작은 한옥을 사들인 후 용도 변경을 거쳐 개조한 꽃집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마포 상암동·용산 한남동 등 주변 상권이 확장돼 임대 수요 전망이 좋은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촌 대신 단독주택 동네를 선호해 기존에 추진하던 재개발·재건축 방향을 트는 사례도 있다"며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도시 주거환경 면에서 도시 생태계를 다양하고 유연하게 만들어간다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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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뒤편 단독주택 개조거리. [김호영 기자]

최근 들어선 미니 사옥도 눈길을 끈다. 마포구 서교동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소규모 출판, 온라인쇼핑몰, 웹 디자인 등 1명 혹은 동료들이 모여 공동으로 창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유명 상권 인근 주거지역에 사무실 둥지를 트는 창업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은 사무실용으로 쓸 수 있도록 층마다 방 두 개 이상에 화장실은 남녀용으로 구분해 두 개로 구성한다. 주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1인 기업들이 한 층을 빌려 나눠 쓰기도 하고 사원이 5명 이상 되는 소규모 회사가 두 개 층을 통째로 빌려 회의실, 사무실 등으로 꾸며 사용하는 식이다. 업종은 건축·설계·디자인 ·출판·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하다. 

사회 공동체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은평구청은 증산동 단독주택 2층을 여섯 명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해 입주 청년들에게 시세 대비 70~80% 저렴하게 임대를 놓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출자해 만든 과천 두근두근방과후협동조합은 빌린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후 '방과 후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한 리모델링업체 대표는 "직접 땅을 사서 새로 집을 짓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대부분 노후 주택을 사들여 뜯어고치는 식"이라며 "리모델링 문의·의뢰 중 70%는 주거 목적이지만 30%는 상업 혹은 업무용으로 개조해 임대를 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3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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