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수명 30대부터 준비를

노후 20년 빈곤·질병 시달려…가족들마저 불행의 늪으로
고령화 가속화 큰 충격 예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무역회사 부장이었던 이 모씨(55)는 6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당시 3억원을 무리하게 대출받았다가 퇴직하면서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했다. 새로운 노후를 위해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리려고 했으나 종잣돈인 퇴직금이 3000만원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후 중간정산을 받은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독립을 하려면 10년은 족히 남은 자녀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얼마 전부터 우울증 증세로 남몰래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전체 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씨처럼 50~70대 등 베이비부머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우울증 환자 수가 전체 우울증 환자 가운데 20.2% 비중으로 연령대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60대가 17.9%, 70대가 17.6% 순으로 우울증 환자의 56%가 50~70대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평균수명은 81.9세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66세, 경제수명은 69세로 평균수명 대비 10년이나 차이가 발생한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활동하지 못한 시간을 뺀 기간이다. 경제수명은 은퇴 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보유한 자산으로 생활을 영위했을 때 준비된 은퇴자산이 소진되는 기간을 뜻한다. 

이에 따라 건강 또는 경제수명이 아닌 '행복수명'의 패러다임이 중요해지고 있다. 행복수명은 나와 가족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기간으로, 생물학적 수명에 궁극적인 삶의 목적인 행복을 더한 개념이다. 가족과 건강, 경제적 여유 등을 통틀어 현재의 삶에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요즘 경제수명과 평균수명 간 10년 이상 격차가 나면서 질병이나 빈곤에 따른 노후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 올해 13.1%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불과 10년 후인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수창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장은 "준비 없는 고령화는 한국 경제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3040세대 때부터 행복수명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년 연령을 늦추려고 노력하나 50대에 접어들면 언제 회사를 떠야 할지 모르는 환경이다. 반면 평균수명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나마 모은 돈도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이 나지 않고, 유난히 높은 교육열로 자녀에게 많은 돈이 소요된다. 비재무적 요인도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하기 전에는 바쁘다면서 여행은커녕 제대로 놀아 보거나 봉사해 본 적이 없다. 평소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지 않은 사람이 막상 은퇴하고 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대책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은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씀씀이도 큰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은퇴는 먼 미래이자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며 "은퇴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준비운동 없이 급히 오르면 탈이 나므로 은퇴를 안일하게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제 평균수명 증가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차며 행복하게 사는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문이다. 

[김덕식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33471

Posted by insight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