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가 ‘열정페이’ 논란으로 시끄럽다. 최근 한 유명 디자이너 디자인실 견습생은 10만원, 인턴은 30만원씩 월급을 준다는 이야기가 알려졌다. 열정페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줬다는 이유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실태를 풍자한 말이다. 

설상가상 패션 업계가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피팅 모델을 겸할 수 있도록 신체 조건이 맞는 지원자만 선별해 뽑는다는 ‘신체 차별’ 문제까지 불거졌다. 

패션계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신체 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년간 취업 준비 끝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가도 샘플 의상을 입어볼 신체 사이즈가 안되면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렵사리 취업해도 견습 명목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박봉에 잦은 야근과 밤샘 작업,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게 된다. 그들을 고용한 오너 디자이너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은 터라 그대로 나쁜 관행을 답습해온 것이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고급 패션 인력은 혹독한 도제식 작업과 박봉을 견디지 못해 자리를 못 잡고 겉돌거나 아예 업계를 떠나는 사례도 많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조사한 ‘국내 패션디자이너 브랜드 실태조사’ 최신 자료에 의하면 국내 패션디자이너 업체들은 직원 10인 이하 영세 규모가 86%에 달한다. 디자이너가 경영까지 도맡거나 부부나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심한 패션 시장 불황에 수입 브랜드와 저가의 제조·유통 일괄 브랜드(SPA)가 넘쳐나면서 생사가 불투명한 브랜드가 넘쳐난다. 패션계 전체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취약한 사업 기반을 제고하고 구조적 개선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나마 열정페이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패션 업계의 도제식 작업장 관리감독에 나선다고 밝혔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도 “패션디자이너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현실적 대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패션계가 주체적으로 열정페이와 같은 낡은 관행을 척결해 청년들이 맘껏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유통경제부 = 김지미 기자 jimee@mk.co.kr]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9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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