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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내로라하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국내에서 손꼽히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분을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회의 여러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던지라 자연스레 결혼과 관련된 최근 흐름에 대해서 여쭤보았더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첫 번째 이슈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한 결혼의 이혼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분의 1 이하로 낮다는 것입니다(물론 이 수치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고, 이를 얼마나 낮추는지는 각각의 노하우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짝을 찾기 전 각자의 객관적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혼한 사람들이 전통적 방법을 사용한 경우보다 더 오래 같이 산다는 이야기로, 데이터 기반의 매칭 시스템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정보업이라는 업태가 이제 자리를 잡아 그 역사 속 운영 성과를 계측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결혼유지율도 결혼정보회사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습니다. 이것은 서로의 기호나 배경이 유사한 짝을 찾아줌으로써 미래의 갈등을 피해나간다는 사뭇 긍정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섞이고 함께 살아가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겨납니다. 곁다리로는 처음부터 낭만보다 조건을 좀 더 우선시하는 현실적인 만남으로 결혼을 인식하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감정적 갈등에 따른 파국이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두 번째 이슈인 재혼의 증가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결혼이 평생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황혼이혼이 지난 10년간 통틀어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지요. 흥미로운 것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맺어진 신혼부부가 자신의 부모를 다시 그 결혼정보회사에 부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홀로 되신 부모를 걱정하는 것이고, 조금 이기적으로 바라보면 부모를 돌보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짝을 찾아드리려 한다는 이야기죠. 다만 그 결과가 '법률적 혼인'의 형태로 귀결되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합니다. 

보통 결혼정보회사의 성과 측정은 결혼에 성공한 쌍의 수를 확인한 '성혼 건수'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있는 분들은 상속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법률적인 결혼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지금의 기준으로는 어렵게 됩니다. 

이렇다면 업태의 명칭이 '결혼정보회사'가 아니라 '반려정보회사'가 더 적합할 듯하네요. 

세 번째 이슈는 나날이 결혼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에 결혼은 좋은 것이라는 캠페인을 벌여야 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粗)혼인율이 6건으로 전년 대비 0.4건 줄어들어 1970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결혼은 꼭 할 필요가 없다는 젊은이들이 40%를 넘었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경우도 27%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단계로 당연시되던 결혼에 대해서 선택이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것도 있겠지만, 삼포 세대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주거 등 각종 결혼 준비 비용이 줄지 않는 상태에서 소득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생긴 슬픈 현상입니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커지게 마련이지만 그만큼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에서 결혼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비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결혼이 꼭 필요한 것'이며, '결혼해 행복하게 살자'라는 캠페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현실의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결혼이 과연 동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지속될(happily ever after)' 것인지는 물음표로 남겠지만요. 

우리가 자라온 환경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 합니다. 그런데 결혼이 귀해지며 이제는 혼자 있는 단독 가구주의 증가뿐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가상의 가족 형태로 프래밀리(framily)란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통적 가족보다는 덜 끈끈하고, 혼자 사는 것보다는 덜 외로운 삶이 해결책 중 하나로 나오게 된 것이죠. 

이렇듯 '전통적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 가정의 2세들이 사회를 이어나가던 시스템이 이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만약 이 변화를 우리가 수용하지 못하고 기존의 가치만을 올바르다고 고집한다면 우리 사회의 재생산은 지속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욕망이 타협점을 찾게 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도 '결혼'이라는 단어가 유효하게 실재할지, 만약 실재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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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상상하지 말라' 저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438249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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