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당당히 황혼 즐기는 어르신들
시니어패션쇼 학교 `뉴시니어라이프` 가보니
스스로 하고싶은 취미를 가지니…자식들에게 섭섭한 느낌받을 틈 없어
평균 나이 65세의 어르신들이 모델 교육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뉴시니어라이프'는 늘 활기가 넘친다. 6일 연습을 위해 모인 시니어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7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서울 패션쇼 진행차 처음 한국을 찾은 '세계 패션계 대부'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83)가 백발을 당당히 휘날리며 동대문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곧 런웨이"라며 라거펠트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다. 국내 첫 시니어 모델(노인 전문 모델) 패션 학교인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에 다니는 어르신들이다.어버이날을 앞둔 6일 매일경제가 누구보다 당당하게 황혼을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델 일을 하게 된 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 수 있게 됐다"며 "청춘은 이제부터"라고 환하게 웃었다.
2007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범한 뉴시니어라이프는 5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모델 교육을 하고 있다. 그동안 1400명이 교육을 받았고, 국내외에서 총 99회 패션쇼를 진행했다. 이곳 어르신들 평균 나이는 65세다.
시니어 모델 교육기관 등장은 우리 사회 고령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외부활동을 하려는 노년층이 늘고, 시니어 의류 등 관련 산업이 팽창한 데 따른 것. 실제 인구 고령화 현상이 가장 심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123만7000명)가 처음으로 유소년 인구를 앞질렀다.
서울 대치동 뉴시니어라이프 연습장. 불이 꺼진 런웨이를 배경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음악이 흘러 나온다.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서 혹독한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과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모델들이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A팀 큐, B팀 큐, C팀 큐"를 외치는 연출자 지시가 떨어졌다. 조명이 켜지고 최고령 박양자 할머니(89)와 이옥재(87)·김금옥(81) 할머니, 이동열 할아버지(85)를 비롯해 등을 꼿꼿이 세운 시니어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연습 후 만난 이들은 모델이 된 후 예전보다 훨씬 젊게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옥재 할머니는 "뒤에서 내가 걷는 걸 보면 다들 60대로 본다"고 미소 지었다.
박양자 할머니는 "누가 허리가 반으로 접혀 걷고 있어 도와주러 갔더니 겨우 70살이어서 놀랐다"며 "전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바른 자세로 걷는 습관을 익혀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몇 안 되는 남자 모델인 이동열 할아버지는 "일상이 워킹 연습이 됐다"며 "재작년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하얀색 바지를 입으면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아 항상 바지에 흙이 묻었는데, 지금은 다들 내 걸음걸이가 멋지다고 치켜세운다"고 웃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진지함은 젊은 모델 이상이다. 김금옥 할머니는 "우리는 여기에 할머니가 아닌 모델로 들어온 것"이라며 "여기서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 아줌마, 언니 등 호칭 대신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델로 활동하며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됐다는 어르신도 많다. 박양자 할머니는 "모델은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이라며 "스스로 하고 싶은 취미를 가지니 자식들에게 섭섭하다는 느낌을 받을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금옥 할머니도 "맨날 아파 누워 있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돌아다니니 자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해 2012년 독일에서 패션쇼를 했을 때를 최고의 기억으로 손꼽았다. 김금옥 할머니는 "당시 모델 40명이 독일에서 열흘 동안 머물며 무대에 섰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한국이 어려웠을 때 그곳에 갔던 광부, 간호사들과 그 가족이 우리를 보고 즐거워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모델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박양자 할머니는 "인생의 종착역으로 모델을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보다 오래 활동할 수 있었다"며 "이걸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선뜻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박창영 기자]
2007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범한 뉴시니어라이프는 5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모델 교육을 하고 있다. 그동안 1400명이 교육을 받았고, 국내외에서 총 99회 패션쇼를 진행했다. 이곳 어르신들 평균 나이는 65세다.
시니어 모델 교육기관 등장은 우리 사회 고령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외부활동을 하려는 노년층이 늘고, 시니어 의류 등 관련 산업이 팽창한 데 따른 것. 실제 인구 고령화 현상이 가장 심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123만7000명)가 처음으로 유소년 인구를 앞질렀다.
서울 대치동 뉴시니어라이프 연습장. 불이 꺼진 런웨이를 배경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음악이 흘러 나온다. 모델로 거듭나기 위해서 혹독한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과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모델들이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A팀 큐, B팀 큐, C팀 큐"를 외치는 연출자 지시가 떨어졌다. 조명이 켜지고 최고령 박양자 할머니(89)와 이옥재(87)·김금옥(81) 할머니, 이동열 할아버지(85)를 비롯해 등을 꼿꼿이 세운 시니어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연습 후 만난 이들은 모델이 된 후 예전보다 훨씬 젊게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옥재 할머니는 "뒤에서 내가 걷는 걸 보면 다들 60대로 본다"고 미소 지었다.
박양자 할머니는 "누가 허리가 반으로 접혀 걷고 있어 도와주러 갔더니 겨우 70살이어서 놀랐다"며 "전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바른 자세로 걷는 습관을 익혀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몇 안 되는 남자 모델인 이동열 할아버지는 "일상이 워킹 연습이 됐다"며 "재작년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하얀색 바지를 입으면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아 항상 바지에 흙이 묻었는데, 지금은 다들 내 걸음걸이가 멋지다고 치켜세운다"고 웃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진지함은 젊은 모델 이상이다. 김금옥 할머니는 "우리는 여기에 할머니가 아닌 모델로 들어온 것"이라며 "여기서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 아줌마, 언니 등 호칭 대신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델로 활동하며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됐다는 어르신도 많다. 박양자 할머니는 "모델은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이라며 "스스로 하고 싶은 취미를 가지니 자식들에게 섭섭하다는 느낌을 받을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금옥 할머니도 "맨날 아파 누워 있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돌아다니니 자식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해 2012년 독일에서 패션쇼를 했을 때를 최고의 기억으로 손꼽았다. 김금옥 할머니는 "당시 모델 40명이 독일에서 열흘 동안 머물며 무대에 섰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한국이 어려웠을 때 그곳에 갔던 광부, 간호사들과 그 가족이 우리를 보고 즐거워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모델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박양자 할머니는 "인생의 종착역으로 모델을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보다 오래 활동할 수 있었다"며 "이걸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선뜻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박창영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43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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