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 사고가 유연해진다. 사람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이 된다. 다른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옳고 최고로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진다. 전방위로 살피고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지는 한편 분절화됐기 때문에 전체를 읽어내는 눈이 없다면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세계관이 하나인 사람은 세상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이해한다.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극단적 우익이나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우물 속에 갇혀 있으면 우물 속에서 외롭게 죽을 수도 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숲과 같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연해진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바로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도통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가쁜 호흡이 심장을 자극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삶의 호흡이 얕은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힘들어 하기 마련이다. 호흡이 얕은 공부는 토익 점수 올리기,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 등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끝난다. 이런 공부는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가시적 성과는 낼 수 있지만 생각의 힘을 키워주고 세상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자기계발에 취약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와는 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 호흡이 긴 공부는 문학, 철학, 사학, 물리학, 음악, 미술 등 순수학문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분야를 공부할 때 많은 시간을 투입하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인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인 마음과 머리를 자극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다. 이 갈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어른이 된 이후의 공부는 틀이 없다.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공부법도 없다. 누가 공부를 많이 하는지 그렇지 않는지 구분하는 방법도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일단 지식을 많이 축적한 사람을 뒤늦게 따라잡는 것은 힘들다. 내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미 때가 늦었다.
공부는 운동과 같다. 몰아서 한꺼번에 확 해치우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쓸모 없는 공부란 없다. 공부한 결과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공부한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공부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두뇌에 각인돼 필요할 때 전혀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준다. 이런 깨달음이 평생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공부는 운동과 같다. 몰아서 한꺼번에 확 해치우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찾아 공부하는 것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일상이 돼야 한다. 완전히 몸에 배야 한다.
인생을 이끌어 줄 책을 찾아라
이를 위해서는 내 인생을 이끌어 줄 책을 찾아야 한다. 일본 기업의 아버지로 존경받고 있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평생 <논어>를 끼고 살았다. <논어>를 실제 생활에서 구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는 에도 막부 말기인 1840년 태어나 1931년 죽을 때까지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를 살면서 일본 자본주의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일찍 서양에 가서 그들의 국가와 산업제도를 직접 눈으로 살피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조세, 은행, 금융제도를 개혁했다. 제일국립은행, 도쿄증권거래소, 태평양시멘트, 기린맥주 등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경영그루 피터 드러커가 “기업의 목적이 부의 창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여라는 것을 일본의 시부사와 에치이에게 배웠다”고 격찬했다. 그는 항상 <논어>를 옆에 두고 인생의 답을 찾았다. 당시 상공업은 매우 천한 것이었으며 <논어> 같은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은 상공업에 관심이 없었다. 상인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했다. 그는 한 손에는 주판을, 다른 손에는 <논어>를 들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논어와 주판>이란 책을 써서 공자의 사상을 지침으로 인재를 발탁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그가 존경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논어>를 실생활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읽고 이를 실천한다면 위기의 순간, 유혹의 순간에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논어>라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면 시부사와 에이치도 다른 기업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다섯 명의 선생에게 <논어>를 배웠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당신에겐 어떤 책이 있는가?
공부의 귀재는 공자다. 그는 늘 “나처럼 배우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자에게는 세 가지 공부 원칙이 있었다. 첫째,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배고프지 않은 사람에게 밥을 먹여줄 수는 없다.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는다.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답답해 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 깨닫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공자는 질문한 사람에 따라 다른 답을 줬다. 인(仁)에 대한 답이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남보다 먼저 어려운 일을 하고, 얻는 것은 남보다 나중에 하는 것이 인이라고 말했고, 어떤 이에게는 평소 행동을 공손히 하고, 맡은 일을 정성껏 하며, 사람과 사귈 때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인이라고 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인이라고도 했다. 셋째,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른바 불치하문이다. 아랫사람에게조차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자로의 질문에 공자는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죽음에 대해 알 수 있겠냐”고 답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공부법도 참고할 만하다. 소크라테스는 누군가를 가르친 적이 없다. 생각하는 법만을 가르쳤다.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도록 지휘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신은 단지 명령에 따른 것뿐이라고 억울해 했다. 그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이 어떤 의미인지, 무고한 유대인을 단지 명령이란 이유로 무조건 죽이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지 않은 죄를 범했다. 우리들은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상대의 주장을 확인하고, 논리적 틈새를 파고드는 질문을 던진다. 계속 질문하다 보면 결론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에 도달한다. 해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해답을 찾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여러 방법으로 생각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길러진다.
공부의 핵심은 역시 독서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책을 통하지 않고 공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빌 게이츠는 매일 한 시간, 주말에는 서너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는 영국에 망명한 후 30여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찾았고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자신의 지정석 G-8에 앉아 연구하고 책을 썼다. <자본론>은 여기서 탄생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독서가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책과 자신과의 연결점이 없기 때문이다. 못 찾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관계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보라. 나와 관계 있는 부분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부터 찾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인용노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은 후 가장 좋았던 부분,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해 노트에 쓰고 나의 경험이나 생각과 연결해 글을 쓰는 것도 효과적인 독서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대변해주는 책을 만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을 읽고 공부가 생활이 되길 권한다. 촌음을 아껴 책을 읽고 이를 실천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기를 권한다. 무언가를 위한 공부가 아닌 공부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생활을 기대한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