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2014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들은 ‘행복’이라면 ‘화목한 가정’(43.6%)을 떠 올렸다.① 한 사람의 생애를 꾸준히 기록하여 그 삶이 마감될 때까지 인간의 발자취를 관찰 연구한 하버드대 의대연구팀이 지난 75년간 진행한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의 결론은, ‘좋은 관계’가 행복과 건강을 지켜준다는 사실이다. 나아가서 가족·친구·지역사회와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② 

‘좋은 관계’가 행복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화목한 가정’ 이라면 우리가 재혼과 관련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좋은 관계’로 거듭나도록 심사숙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재혼 전 사전에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그래서 ‘좋은 관계’로 발전 시켜야할 ‘관계’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이를 점검 한다는 것은 재혼생활에서 ‘관계’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따른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③ 대부분 어린자녀를 둔 ‘돌싱’들이 다시 재혼에 나서는 현실에서, 주변과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좋은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지 여부가 화목한가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다. 또 이러한 가정환경은 자녀들의 성장과 재혼부부 당사자의 재혼성공여부와도 밀접한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① 미래의 '예비가족' 간의 관계 

자녀들이 부모와 처음부터 핏줄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초혼으로 이루어진 가정은 그 가정 안에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성숙해 간다. 

하지만 초혼의 가정에서는 눈빛으로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재혼에서는 설명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알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재혼에 필요한 설명과 행동'을 재혼 전에 미리 시도 하라는 것이다. 

재혼 전 미래의 예비가족이 될 사람들과 상호 충분한 접촉시간을 가졌는가? 

일단 재혼생활의 성공여부는 일차적으로 가족 간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문제는 한 가족으로 결합된 상태에서 벌어질 많은 갈등의 문제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지금까지 재혼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가정해서 환기 시켜보자. 이런 일들이 우리 가족에는 안 일어난다고 장담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새 배우자가 당신의 자녀에게 엄격하게 대한다. 아이는 어느새 주눅이 들어 침울해 한다. 
당신의 자녀들이 눈치 보기 시작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당신의 새 배우자에게 버릇없는 행동만 골라가며 한다. 
당신의 자녀가 늘 재혼에 불만을 털어놓고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하고 있다. 
타인들 앞에선 새엄마 혹은 새 아빠를 가족과 연관시키는 것을 꺼려한다.
 

자녀들 중에는 자신의 부모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문제를 재혼 후에 한꺼번에 해결하려 든다면 재혼생활 자체가 무척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혼 전에 충분한 스킨십의 시간을 가져서 사전에 친밀감을 통해 관계의 완화를 시도해야한다. 

우리가 댐을 만드는 것은 갑자기 불어난 물을 가두어 홍수에 대비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재혼 전 가족 간에 상호 방문과 접촉은 재혼 후 일어날 급격한 비상상태를 막을 수 있는 댐을 쌓는 것과 같다 

② 새자녀(의붓자녀)들과의 관계 

새 자녀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 누구도 하루아침에 새 자녀들의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 그들의 진정한 아빠, 엄마의 위치로 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부분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재혼을 하자말자 동시에 그들의 새 자녀(의붓자녀)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자녀를 가진 어른이 재혼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가정이 빠르게 수습되고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비현실적 기대가 바로 그 답이다. 

"학교에서 좋은 친구 사귀는 데도 오래 걸리는 데요" 라는 열여섯 살짜리 아이의 말이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다. 인간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지지 않는다.④ 

지금까지 이방인으로 지내왔던 낯선 아이들이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들에게 "아빠!" "엄마" 하면서 안겨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본래부터 자신의 친부모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지금도 계속적으로 친부모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자녀들일 경우에는, 새 부모를 수용하는 일이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새 부모는 이러한 자녀들의 마음을 우선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면서 이들을 자신들의 자녀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첫째, 우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투자'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까지는 부모들이 이 기간 중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시간을 집중 시킬 필요가 있다 

배우 K씨가 방송에 출연해 재혼 후 가족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재혼 이후 얻게 된 두 딸 중 막내딸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아직은 엄마라는 호칭은 부르지 않는다. 바깥에서는 나를 엄마라고 지칭하지만 내게 직접적으로 엄마라고 부르진 않더라"고 가족에 대해 고백했습니다.⑤
 

둘째, 실제로 '관계를 세워' 가는 것이다. 

당신이 가정에서 새롭게 얻게 된 자리는 부모라는 권위의 자리다. 그런데 부모의 권위가 그냥 얻어지거나 주어진다는 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부모답게 행동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그래서 재혼한 부모는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해야 하는 책임과, 자녀들이 자신을 존경 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는 책임이다. 

세째, 새 자녀들로 하여금 자신이 당신의 친 자녀들만큼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애들 문제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뒤 서약서를 썼다. '애들을 우리 어른들과 똑같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이를 어길 때는 반성문을 쓰자' 는 내용이었다. 

金씨는 "솔직히 내가 낳지 않은 애들에게 친딸과 똑같은 감정이 생기겠는가. 하지만 처음에 서약한 내용을 항상 가슴에 담으면서 몇 년 간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애들을 똑같이 대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됐다" 고 말했다. 재혼 직후 서로 어색해하던 애들도 새아빠 새엄마가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큰 애들이 학교를 다녀오면 부모가 직장에서 퇴근하기 전까지 유치원에 다니는 새로 생긴 어린 여동생도 잘 돌봐주고 있다.⑥
 

아이들은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지를 금방 느낀다. 

넷째,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 을 가지고 그들을 양육하면 된다. 

당신은 새 자녀들의 친부모를 대신해서 그들의 부모 노릇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 당신이 그들의 부모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친부모와 똑 같이 행동하거나, 그가 했던 방식으로 양육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당신모습 그대로,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을-급격한 변화가 아닌- 가지고 서서히 그들을 양육하면 된다. 

처음에는 새 자녀들이 계속해서 당신과 이전 그들의 친부모를 비교할 수 있다. 아이들이 비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라. 하지만 그들의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대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그들을 인정해주고 끊임없이 사랑하고, 그들의 진정한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그들은 더 이상 당신을 자신들의 친부모와 견주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③ 떨어져 살고 있는 자신의 다른 한쪽 친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오는 자녀의 '생활방식'과의 관계 

최근의 판례는 이혼의 전제조건으로 아이들에 대해 공동 양육권을 요구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이혼 후에도 서로 양육의 책임을 지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혼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두 집을 오가는 상황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할 사항들이 많다. 재혼가족 상담실에도 이에 따른 후유증에 대한 상담이 많이 올라오는 실정이다 

가령 자녀들이 주말이나 휴가 중에 자신의 다른 한쪽 친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경우 또는 일정시간을 친부모와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경우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들과 함께 살지 않는 부모는 자녀들이 주말에 찾아 올 때 '일상을 탈출 하는 날', '일상에서 해방 되는 날'로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말 부모에게는 주말도 주중의 하루처럼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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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만약 주말에 만나는 헤어져 있는 부모가 아직 재혼하지 않는 상태라면, 자녀들에게 있어서 주말은 흥미위주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주말 부모가 자녀들을 야단 칠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갖은 애를 쓸 것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자유롭고 흥미롭게 주말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자녀들은 십중팔구는 일상에 바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주중생활과 주말생활이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오가며 살기 때문이다. 

어쩌다 만난 친엄마가 예쁜 옷에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놀이동산에 동행하면서 자기 말을 다 들어 준다면 아이는 순간에 콩쥐 엄마와 팥지 엄마로 나누게 된다. 일상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새엄마를 미워할 것이 뻔하다. 

또 자주 만나지 못하는 헤어진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너무 클 것이다. 

아이의 나이가 어리면 혼란은 더하다. 친부모를 만날 아이의 권리는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친부모를 만나고 안 만나고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부모와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다. 즉 새 부모와 쌓이는 따뜻한 감정이 늘어야 아이가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다. 

특히 아이 나이가 어리다면 친부모를 자주만나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보다는 아이 마음속에 새 부모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진정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새 부모는 아이가 친부모를 그리워 한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와의 사이를 가깝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⑦
 

그렇기 때문에 이혼한 부모들은 이혼 후에도 자녀들의 삶을 위해 가능하다면 함께 연락하고 노력해야 한다. 주중과 주말의 삶에 큰 차이가 없도록, 자녀들의 일상을 깨지 않는 주말이 되도록, 자녀들의 성장을 위해 두 가지의 생활방식이 서로 보완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의해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혼한 부부가 자녀들의 생활방식을 위해 함께 의논을 한다거나 상의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자녀들에게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 

주말에 그 집에 갔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부모에게 무엇을 요구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등 자녀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하고 처신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자녀들이 한 번에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혹은 면전에서 이러한 훈계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계속해서 설명해 주고, 가르쳐 주면 차츰 받아들인다. 

이처럼 재혼에서는 초혼과는 달리 생활방식의 다양한 면이 돌출 변수로 나온다.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재혼하고 나서 쏟아져 나오는 낯선 상황들을 보고 한숨짓는다면 재혼자체가 또 다른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철저한 대비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재혼에서 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어떻게 전개 되는지에 대해 미리 관심을 갖거나 예비지식으로라도 알아둬야 한다. 

④ '전배우자'와의 관계 

전 배우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혼한 두 사람은 이 세상의 모든 일들에 대해 불일치를 보인다. 서로의 감정을 찌르고 상하게 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억누르는 것이 다반사이며, 아직도 자신들의 이혼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 하면서 서로 짓밟지 못해 안달인 경우가 대부분일수도 있다. 

이혼만 하게 되면 전배우자와의 모든 관계가 다 지워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상당수의 이혼자들이 이혼 후에도 아이방문이나 양육비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 배우자와 연결되어 있거나, 위자료 및 전 배우자가 남긴 부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한다.⑧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어느 쪽에서든 먼저 재혼을 하게 되면 새 배우자에게 관심을 돌려야하기 때문에 전배우자에게 쏟아내던 원망이나 분노 증오, 팽팽하게 맞서던 자존심, 살벌했던 감정들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를 위해 조금은 더 건전하고 긍정적인 관계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다. 

우리보다 재혼이 일반적 결혼 형태로 자리 잡은 서구에서는 자녀들이 거의 매주 따로 사는 부모 쪽을 만날 수 있고,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오는 가운데 이혼한 부부가 서로 얼굴을 마주친다. 게다가 아이들이 아프다거나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상의한다. 

아이들 문제만이 아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때도 전화 통화로, 혹은 직접 만나서 상의하고 위로 받는다. 또 양쪽 부부의 생일이나 기타 다른 기념일이 있으면, 꽃을 보내거나 선물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연인이 생기거나 다시 결혼하게 되었을 때, 서로 상의하고 축하도 해준다. 그것도 모자라 양쪽 배우자를 포함한 커플이 서로 만나 식사도 하고, 친구처럼 지낸다는 사실이다.⑨ 우리와는 너무 다른 생경한 풍경이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사회도 이혼한 뒤에도 친구 사이로 남는 ‘선진국 형 이혼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는 조짐이 보인다. 전국의 20~30대 이혼 남녀 102명(남자 57명·여자 45명)을 대상으로 이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쿨 한 이혼’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前) 배우자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17.6%), ‘경우에 따라 친구가 될 수도 있다’(20.6%) 등 긍정적인 대답이 38.2%에 이르렀다.⑩ 

'이혼하면 웬쑤(원수)'라는 인식에 분명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전 배우자와의 연락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도 ‘전혀 하지 않는다’가 53.9%로 가장 많지만, ‘필요한 경우에만 한다’(24.5%), ‘한 달에 1회 정도’(17.7%), ‘일주일에 1회 이상’(3.9%)등 절반정도는 과거와는 달리 전배우자와 연락을 하고 있다. 

연락을 하는 이유로는 ‘육아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등 본질적인 사유가 주로 꼽혔지만, ‘고민상담 등 인생 친구로서 조언을 부탁하기 위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7.8%였다. 

영어강사 이안나(가명․41)씨는 가끔 헤어진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한다. 이혼한 지 12년. 대학 과 선배와 한 결혼은 7년을 채 넘지 못했다. "전화할 때 형이라고 불러요. 전 남편은 오래 전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지만 연락을 끊고 살 수만은 없었어요." 그들 사이엔 아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⑪ 

마침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 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연출 되었다. 

48회(7월31일) 방송에서 안미정은 딸 윤우리(곽지혜 분)가 부친 윤인철의 재혼을 모르는 상태로 자유롭게 윤인철을 만나지 못해 몰래 전화통화하며 속앓이 해온 사실을 알았고, 마침 그 전화 통화를 목격한 이상태(안재욱 분)는 그 일을 계기로 비동거 부모인 윤인철과 만날 약속을 잡는다. 

딸 윤우리(곽지혜 분)를 기준으로 본다면 ‘비동거부모’(새엄마-친아빠)와 ‘동거부모’(친엄마-새아빠)가 한자리에 모여 아이들 양육비 등과 함께 아이를 만나는 문제 등에 대해 논의 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라 하지만 다소 생경한 풍경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내용처럼 아이들을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극중 윤우리(곽지혜 분)가 말한 대사 내용처럼 재혼했다 하더라도 생물학적 친부모인 아빠는 영원한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히 자녀가 있다면, 전 배우자와 편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자신을 위해서,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전 배우자를 과거처럼 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이를 같이 양육해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 십육 년 동안은 서로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문제로 인해 아들 바우가 가져야 할 사랑과 헌신을 그늘지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로를 미워하는 부모 밑에서 사는 삶이 어떤지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⑫ 

반면 전배우자에 대한 필요이상의 증오심을 갖는 것도 '미운정도 정'이라고 보는 한국적 정서에서 볼 때, 전배우자에 대한 감정정리가 덜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재혼과정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새 반려자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전배우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리 해 두어야 쓸데없는 오해로 재혼생활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⑬ 이항목 역시 재혼상담실에 고민거리로 많이 올라오는 부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혼의 차선책으로 "가장 멋진 이혼은 친구로 남는 이혼이다" 라는 말도 한번 되새겨보자 

⑤ '친지친구'들과의 관계 

친지들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세워가야 하는가? 

이혼이 당신으로 하여금 여러 사람을 잃게 했다면, 재혼은 당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한다. 

이혼 전,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 중에는 이혼이라는 당신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관계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당신을 이해하며 힘이 되어준 가족과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재혼을 했다 하면, 당신의 새로운 친지와 친구들이 된 사람들 중에는 당신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혼도 그랬지만, 재혼을 통해서 분명 몇몇을 얻고 몇몇은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지혜롭게 풀어가는 비결은 꾸준한 노력뿐이다. 

당신은 친지들과의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이제 당신 삶의 일부가 된 사람들이다. 당신을 싫어한다고 무시 할 수도, 당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증오하며 살수도 없는 것이다. 친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혼여성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전 배우자의 여동생이라고 했다. 그녀는 재혼한 지금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이혼이나 재혼 때문에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관계를 청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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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녀들이 이혼 전에 전 배우자의 부모, 즉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말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면 , 당신이 이혼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관계를 하루아침에 단절해 버릴 수 있겠는가, 자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모, 이모, 삼촌, 큰어머니 등의 관계를 당신의 이혼과 함께 끊어 버릴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KBS2 ‘아이가 다섯'(극본 정현정 정하나, 연출 김정규 /47회 방송)에서는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안미정(소유진)이 이상태(안재욱)의 전 처가(조부모)에 ‘공동양육 협정서’ 체결을 제안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사사건건 아이들 문제에 참견하는 이상태의 전 처가(조부모) 문제로 고민하던 새엄마 안미정은 ‘공동양육 협정서’를 작성 제시했다. 협정서에는 ‘아이들과- 새엄마’ 간에 하루빨리 친밀감이 형성되도록 안미정을 이수(조현도)와 이빈(권수정)의 엄마로 대우해달라는 협조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이와 관련해 자녀의 면접교섭권을 조부모, 친인척, 형제자매까지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맞벌이 혹은 생활고로 인해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자녀양육을 위탁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부부가 이혼할 경우 조부모나 친인척의 면접교섭권에는 제약이 있었다”며 “이혼 가정 자녀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양육을 담당했던 조부모와 친인척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부득이 떨어져 살고 있는 형제자매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을 확대해야 한다”⑭는 취지가 담겨있다. 

이전 배우자의 부모가 자녀와 교류할 수 있게 하십시오. 영국에 사는 어머니인 수전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남편이 사망한 지 1년 반 만에 재혼했어요. 이전 시부모님은 내가 재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죠. 그래서 우리는 두 분께 신경을 더 많이 써 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도록 시켰고, 그분들이 도움을 주실 때면 감사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죠. 그랬더니 상황이 훨씬 나아졌답니다.”⑮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관계의 단절을 요구하면 오히려 먼저 설득해 보라. 그래서 관계를 계속 잘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당신의 친구들과 친지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당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은 누구인지,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당신의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친구와 친지라는 존재는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세워 가는데 있어서는, 없으면 안 될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혼이나 재혼으로 인해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재혼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고립된 생활을 초래할 뿐이다. 부모나 가족은 가장 좋은 지원자이다. 어려울 때 도움도 청하고 자주 왕래하라.⑯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사랑하고 그들과 가까이 지낸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세계를 더 넓게 해준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⑰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출처: http://uberin.mk.co.kr/read.php?sc=51400001&year=2016&no=563814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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