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고부가가치 좌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90% 이상 수입 의존


◆ 한국 SW강국으로 가자 / ③ 제조업 발목잡는 한국S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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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조선 강국으로 불리지만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기본설계는 대부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경남 거제도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직원들이 선박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46억달러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해양플랜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 개념도에 해당하는 기본설계와 실제 생산작업을 할 때 필요한 생산설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체들은 기본설계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 선진국 업체가 만든 소프트웨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한국 기업은 이 기본설계에 따라 철강재인 후판을 용접하고 각종 시추장비를 장착하는 생산설계만을 맡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조선 1위라는 말은 단순히 외관을 만드는 데 1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첨단 선박의 기본설계에 대해선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5위 현대차는 2012년 차량용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오트론을 설립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 전장용 반도체는 독일 인피니온, 미국 프리스케일, 일본 르네사스에 거의 100% 의존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무인차의 핵심이 소프트웨어인데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의 평균 소프트웨어 국산화율은 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밑바닥 수준의 소프트웨어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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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2011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5위지만 제조업의 고부가가치를 좌우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경우 평균 90% 이상 해외에 의존한다. 국방 부문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이 1%로 가장 낮고 휴대폰이 15%로 상대적으로 높다. 중공업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설계·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껍질은 잘 만들고 있지만 정작 이를 작동시키는 '뇌'에 해당하는 핵심 장비는 수입해서 사용한다는 말이다. 

굳건하리라고 믿었던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의 융합이 뒤처지면서 최근 하락하는 추세다. 세계적 컨설팅기업 딜로이트와 미국 경쟁력위원회가 공동 조사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으며 2018년엔 6위로 한 단계 더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 제조업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0년 3.3%에서 2012년 4.0%로 0.7%포인트 상승하였으나 최근 4년간 4%대 전후에서 정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융합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오피스 대표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제조업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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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뒤늦게 소프트웨어와 제조업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근 국내 공장 1만개를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고, 이 같은 제조업 혁신을 통해 2017년까지 150억달러의 새로운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해외 전통 제조업체들은 발 빠르게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간파하고 이를 위한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미 제품 개발 원가 중 소프트웨어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전제품이 53.7%, 통신장비가 52.7%, 자동차가 52.3%, 의료장비가 45.5%에 달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루퍼트 슈타틀러 아우디 회장은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아시아 기조연설에서 "자동차가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전 사적인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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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도요타, 테슬라, GM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정보기술(IT)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에 앞다퉈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현지 인재를 대거 채용해 첨단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서다. 

BMW 실리콘밸리 기술연구소의 우베 하겐 대표는 "BMW가 1998년 자동차업계 최초로 실리콘밸리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소프트웨어가 자율주행, 안전장치,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능을 결정짓기 때문"이라며 "BMW의 첫 전기차 i3와 i8이 탄생된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밝혔다. 

아예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한 기업도 속속 등장한다. 1836년 창업한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1990년대 후반 중전사업에서 과감하게 손을 떼고 에너지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굴뚝산업 특성상 갈수록 수익성은 낮아지는데 환경 규제까지 겹치자 생존을 위한 변신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매출 규모는 2000년 97억유로에서 2014년 249억유로로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 <용어 설명>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 자동차, 선박, 항공기, 각종 IT 기기에 탑재된 내장형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사람이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만 작동되던 기계와는 달리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다 

[기획취재팀 = 김대영 차장(팀장) / 미국 = 윤원섭 기자 / 중국 = 정승환 기자 / 원호섭 기자 / 영국·핀란드 = 이경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77402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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