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뮤지션·학생…집단융합으로 창조제품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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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개발자들이 개라지 연구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자신의 관심사로 개라지(garage)에서 경쟁력 키워라."(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내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 자리한 혁신 공간 개라지에 들어서자 나델라 CEO 영상이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개라지는 100여 개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MS 본사 캠퍼스 중 27번째 건물로 평범한 외관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는 달랐다. 개라지는 MS 직원들의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가득한 꿈의 무대였다. 

MS 직원들은 여유 시간을 이용해 주 업무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의 관심사에 기반한 '사이드(Side)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할당된 시간도, 해야 할 의무도 없지만 스스로 참여한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대로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해 시장 반응을 바로 살핀다. '최소기능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을 바로 출시해 피드백을 받는다. 만들어내는 앱과 서비스에도 한계란 없다. MS 자체 윈도 플랫폼뿐 아니라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속에서 작동하도록 개발한다. 최근 반응이 좋았던 건 모임 장소와 일정을 관리해주는 '토스업'과 전화번호 기반이 아닌 이메일 계정을 기반으로 한 단문 전송 서비스 '센드'였다. 

2009년에 설립된 개라지는 MS 제품만을 개발하던 연구소였다. 하지만 나델라가 새 CEO로 부임하면서 지금은 안드로이드와 iOS를 포함한 모든 플랫폼상의 실험이 가능한 '창조 창고'로 탈바꿈했다. MS는 이를 '개라지 프로젝트'라 부르며 임직원 참여를 독려한다. MS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라지 프로젝트에 직원 3000명이 참여했고 1만건 이상의 서비스가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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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개라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앞서 언급한 운영체제를 넘나드는 오픈 플랫폼 제작을 비롯해 '작은 규모의 혁신 지원' '실행하며 배우기' 등이다. 

이곳에서는 해커, 제조업자, 기획자, 심지어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 혁신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대학생 인턴과 MS 직원이 함께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도 적지 않다. 

나델라호 MS는 취임 이래 '운영체제'라는 말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윈도를 모든 것을 시험해볼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작용한 덕분이다. 

MS가 달라졌다는 업계 시선은 기존 폐쇄적 생태계를 버리고 진정한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이처럼 열려 있는 태도를 취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나델라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리눅스는 암"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윈도 이외 운영체제에 매우 보수적이었던 스티브 발머 전 CEO와 배치되는 정반대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외신은 MS 윈도를 빗대 "이제야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상과 연결되는 창(Window)이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날 둘러본 MS 개라지에도 나델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이 "어떤 플랫폼의 사용자라도 MS와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했다. 개라지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앱이 30여 개에 달한다. 

MS 개라지 담당자는 "좁은 의미의 사업과 단기 이익에만 집중하다 보면 고난 앞에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개개인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선 힘든 일도 헤쳐갈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MS 개라지는 본사를 비롯해 16개 국가 주요 도시에 들어설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필요하면 북유럽에 있는 MS 직원이 미국 본사의 개라지 일원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최근 MS가 내놓아 화제가 된 폰이나 PC에 연결할 필요 없는 무선 홀로그래픽 컴퓨터(홀로렌즈)도 개라지 프로젝트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사용자 주변에 3차원 홀로그램을 입혀 목소리나 손동작으로 가상현실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엔터테인먼트나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라지에서 만난 또 다른 개발자는 "개라지를 통해 진정한 세상, 시장, 소비자(Real World·Market·Consumer)를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애틀 = 이경진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4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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