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창의적으로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 아이들의 창의성
우리나라 아이들은 북미나 유럽 아이들보다 더 창의적일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해 대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엄격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유로운 사고훈련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에, 지식은 많이 습득할 수 있겠지만 창의성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통계를 보면, 우리가 고정관념에 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PISA는 2012년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부문을 신설했는데, 우리는 이 부문에서 조사국 중 무려 2위를 차지했다. 우리 청소년들의 창의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1~7위를 창의성과 먼 주입식 교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싹쓸이했다. 창의성의 나라인 미국은 10위 밖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창의성이 높다면, 대학 이 상의 고등기관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창의적 성취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점수와 국가 경제력에 비하면 기대 이하이다. 노벨상을 타거나 세계를 주도하는 신이론을 만든 경우도 매우 드물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라는 평가를 받 는 것도 아니다.
평균 창의성은 높지만, 세계 최고 수준이 없다
그러면 왜 우리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창의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작 세계 최고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평가에서 우리 아이들이 거둔 성취도를 좀 더 면밀히 뜯어보면, 그 중 1가지 이유는 찾을 수 있다.
권재원 박사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 아이들은 평균만 높을 뿐이다. 최상위권인 5등급 이상 학생들의 비율로 순위를 다시 매기면,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 순위는 20위로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전체 평균은 우리보다 한참 낮지만, 최상위 학생의 비율은 5%나 많다. 물론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태어난 나라의 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세계를 주름 잡는 인재들은 최상위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인물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창의성 평균은 높은 이유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들이 창의성 평균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을 앞섰을까? 우리는 보통 '주입식 교육'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호주의 교육학자인 존 헤이티(John Hattie)는 교육방식의 효과성에 대한 논문 800개를 분석하여 교육의 효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교사의 3가지 요인을 찾았다. 그것은 지속적인 피드백, 교육으로 전달하는 내용의 질, 그리고 반복 주입식 교육법이었다.
우리는 보통 '지식'이라는 말을 창의성이나 지혜와는 좀 동떨어진 개념, 때로는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성은 기존 지식이 없으면 거의 꽃피지 못한다. 뉴턴이 자신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탔기'에 그런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말이다. 스티븐 핑커는 "천재는 공부벌레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많이 있을 때야 비로소 천재적인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공부를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그는 철저히 반복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서 100개가 넘는 라틴어 수사법을 반복적으로 암기했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렉스 깁슨은 이런 말을 했다.
"셰익스피어는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작품 어딘가에 활용했다. 그의 극적인 상상력은 오늘날의 우리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암기와 반복적인 훈련에서 연료를 얻은 것이다."
결국 많은 지식을 알게 해주는 동아시아의 주입식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 평균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창의성을 제대로 꽃피울 수 없다. 만약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창의성의 속성에 귀를 기울여보자.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당신이 전투기를 몰다가 적진 깊숙한 곳에서 격추되어 고립되었다. 어떻게든 아군 진영으로 복귀해야 한다. 자, 어떻게 탈출하겠는가?"
미 공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자들에게 조종사들의 위기상황 대처 능력을 측정하는 심리 테스트의 개발을 의뢰했다. 위의 질문은 그 심리 테스트의 질문 중 하나이다. 이 심리 테스트는 조종사가 수렴적 사고의 소유자인지, 확산적 사고의 소유자인지를 측정하고자 했다.
수렴적 사고는 하나의 사고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확고한 기존 매뉴얼이 있다면, 수렴적 사고가 뛰어난 사람들은 매뉴얼을 제대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확산적 사고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펼치는 능력이다. 확산적 사고가 뛰어난 조종사들은 변칙적인 사고와 상상력을 동원해 적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생각해냈다.
수렴적 사고는 위기가 없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는 세계에서는 유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쳐오고 변칙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새로운 생각, 곧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내는 것들은 모두 창의적 사고의 부산물을 통해서이다. 실제로 심리학자 길퍼드는 창의성은 수렴적 사고보다는 확산적 사고를 반영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누가 확산적 사고를 잘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어렸을 때부터 글자와 산수를 빨리 습득하고, 각종 시험을 잘 치르는 아이들이 머리가 좋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도 잘 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테스트하는 능력은 확산적 사고가 아니라 수렴적 사고이다. 아이큐가 높으면 수렴적 사고를 잘하는 경향이 있다.
흥미롭게도 1985년, 1996년, 2002년에 여러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큐와 확산적 사고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아이가 국영수를 빨리 배우고, 시험성적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창의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남들보다 학교에서 배우는 속도는 느리고 성적이 나쁘더라도, 충분히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인류 최고의 수학자인 푸앵카레는 지능 검사에서 저능아 판정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은 학생 때 교사에게 "너는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칠은 어렸을 때부터 말하기 장애가 있었고, 반에서 꼴찌였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는 산수를 할 줄 몰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나이가 들어서도 철자법을 계속 틀렸다. 에디슨은 더 심했다. 그는 암기도 잘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문법, 산수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반에서 꼴찌를 밥 먹듯이 했다. 윌리엄 예이츠는 난독증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철자법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 하지만 예이츠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말을 더듬고, 책을 못 읽으며, 계산을 할 줄 모르고, 철자는 계속 틀리며, 암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지능 검사에서 100도 나오지 못한 아이에게도 무한한 가능성과 빛나는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순응자
창의적으로 클 수 있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능 검사 등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서 비순응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창의성은 기존의 체제를 의심하고, 그것에 도전하여 자신만의 룰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생이 이러한 창의적인 자세를 취하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교사의 눈 밖에 날 확률이 높아진다.
에릭 웨스트바이와 도손은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마음에 드는 학생과 마음에 안 드는 학생들의 목록을 만들게 한 다음에 그것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교사들이 가장 꺼리는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규정을 만 들고,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결국 교사들은 창의적인 아이들을 체제에 순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썽꾸러기라고 치부하며, 마음속으로부터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의 힘은 막강하다. 아이들은 당연히 교사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고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 결국 많은 아이들에게 내재된 창의성의 씨앗이 이런 과정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성공한 기업가들은 청소년기에 불법적인 행위를 하거나 규칙을 위반했던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3배 높았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부모와 교사에게 반항하고, 학교 수업을 빼먹고, 도박을 하고, 술을 마시고, 작은 물건을 훔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음주운전, 약물, 마약, 귀중품 절도 등 인생을 망칠 정도의 심각한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영악하게도 이들의 일탈은 계산적이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되, 인생을 망칠 일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독창성 연구의 대가인 애덤 그랜트는 독창적인 사람들은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그 생각이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경향이 강했다. '호기심' 편에서 어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지 기억하는가? 바로 부모와 안정 애착을 가진 아이였다.
결국 종합해보면 부모는 아이와 안정적 애착을 형성함과 동시에, 아이의 일탈을 무조건 다그쳐서도 안 된다. 부모에게 반항하고 학교를 빼 먹는 행위를 칭찬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처럼 선을 넘는 행위도 때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사소한 일탈 행위 하나하나마다 강압적으로 잔소리를 하고 위협하면, 아이는 체제의 순응자로 길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체제 순응자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비순응자, 창의성과 부모의 태도
엘렌 위너의 연구에 의하면, 어렸을 때 신동이라고 불렸던 아이들 중에 그에 걸맞은 창의적인 혁신가가 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했다. 이들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기가 막히게 연주하지만, 창의적인 곡을 작곡하지는 못한다. 이미 존재하는 과학 지식은 어느 누구보다 잘 흡수하지만,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애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에 맞는 규정을 만들 생각을 하기보다는, 기존 게임의 정해진 규정을 따르기만 한다. 신동들은 평생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고,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애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교사들은 비순응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부모도 아이가 자신이 만든 규칙에 순응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창의성은 '순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괴'에서 나온다. 나는 부모들이 아이와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비순응적인 자세도 적절히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은 매우 창의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아직 고정관념이 형성되지 않아서 생각이 유연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가 쓴 시를 보자.
엄마, 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하지만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 가고, TV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고정관념에 노출되어 그것들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특히 성에 대해서는 때로 어른보다 더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고정관념이 형성되는 시기에 부모들은 아이에게 "과연 그럴까?",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라고 질문하며, 또 다른 견해와 생각들도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는 기존체제를 의심하고, 고정관념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7세 딸에게 분홍색과 치마는 여자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을 때,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과 함께 치마를 입는 스코틀랜드 남자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남동생에게 분홍색 옷을 입혀서 영아 모임에 참석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확고한 사실이나 흔히 꼭 지켜야 할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부모가 건설적이고 비판적인 의심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도 모든 이들이 확고하게 믿는 것이라 할지라도 의심해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이가 기존의 생각과 규칙이 틀릴 수 있으며, 자신의 견해를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탈적인 생각과 행위를 할 수도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탈적인 생각과 행위를 하더라도, 언제나 나를 신뢰하고 내 편이 되어줄 부모의 존재를 마음속에 새길 때, 아이의 창의성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설음
미국의 심리학자인 찰란 네메스(Charlan Nemeth)는 창조성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 한 색상씩으로 된 슬라이드들을 보여준 후 자기가 본색을 말하게 하고, 그 색을 기반으 로 자유연상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단 20%만이 창의적인 자유연상을 했다. 이를테면 파란색으로 자유연상을 하게 하면, 100명 중 40명은 '하늘' 같은 뻔한 답을 하고, 다른 40명은 빨간색, 녹색 등 '색'이라는 단어 자체를 말한다. 20명 정도가 '청바지', '호수', '외롭다' 같은 창의적 인 자유연상을 하는 식이다.
네메스는 다른 실험에서는 조금 변형을 주어 배우들을 몰래 들여보냈다. 이들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를테면 파란색 슬라이드를 보고는 노랑색이나 빨간색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배우들의 답을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의아해하며 깜짝 놀랐다.
그런데 잠시 후 자기가 본 색을 기반으로 자유연상을 하라고 하자, '블루스' 같은 창의적인 연상이 쏟아져 나왔다. 엉뚱한 답을 한 배우를 본 실험참가자들이 순간 창의적으로 변한 것이다. 네메스는 중역 회의실, 학술 세미나 등 다른 환경에서도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어니 젤린스키는 "창의성은 낯선 것에 대한 즐거움이다"라고 말했 다. 배우들의 엉뚱한 답을 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는 익숙지 않은 낯선 것들과 마주칠 때, 우리 안에 잠자던 창의성을 깨워 발휘하게 된다.
낯선 경험과 낯선 생각과의 만남
도널드 맥키넌(Donald MacKinnon)의 연구에 의하면, 창의성이 뛰어난 성인들은 평균보다 이사를 훨씬 자주 다녔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좀 더 낯선 문화와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레데릭 고다르(Frederic Godart) 교수팀은 패션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보낸 시간과 창의성의 관계를 연구했는데, 근무한 외국의 문화가 자신의 문화와 이질적일수록 창의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낯선 경험과 생각들로 가득 찬 사람들이 매우 창의적이고, 자기분야에서 매우 창의적 결과물들을 내는 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를 열정적으로 사랑했어요. 특히 러시아 시인들의 시구를 좋아했지요. 시어의 운율에 깊이 사로잡혔기 때문에 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2세부터는 내가 장차 시인이 될 거라고 확신했지요." 어릴 적에 시를 너무나 사랑했으며, 시에 빠져 살았던 소피아 코발 레프스키야는 후에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과 교수가 되었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수학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녀는 뛰어난 창의성과 천재성으로 편미분방정식에서 독보적 업적을 남겼다.
"내가 선택한 공부(경제학)는 제쳐놓고 (중략) 다른 분야에 강하게 끌리곤 했습니다.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로마법, 형법, 러시아법과 농민법의 역사, 인종학,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요. 근본적인 의문을 파고드는 법을 알려주거든요."
젊을 때 역사와 인문, 사회과학에 매혹되었던 그는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가 되었다. 그는 바실리 칸딘스키이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아르망 트루소의 말이다. 나는 트루소의 말을 접하고 지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자연과학쪽 교수님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매우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취미로 경제학을 깊이 파고, 소설과 철학책들을 읽고, 미술에 조예가 무척 깊었고, 음악을 사랑했어요. 취미로 스케치도 좀 하는 모양이었고요. 저는 사화과학을 전공했고, 지인들도 온통 인문, 사회과학 전공자라서 자연과학자들은 왠지 실험과 연구만 할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궁금하던 차에, 최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책을 다시 읽고 있다는 말을 듣고 물었지요. 다양한 관심사가 생소하다고. 그러자 그는 기본적 로 보고 싶어 보는 것이지만, 자신의 연구에도 '영감'을 준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국 한 사람의 정신 안에 낯선 경험과 낯선 생각들이 들끓는 사람일수록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아이의 낯선 경험을 위하여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의 창의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하다. 아이가 낯설음을 자주 느끼게 해주면 된다. 나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한다.
1. 여행 : 여행을 자주 가는 것이다. 대부분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환경에 노출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독특한 지방 음식을 함께 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서부 터 문화적 고정관념이 확고해지기 시작한다. 만일 해외여행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충분히 낯설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 독서 :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책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와 만날 수 있는 통로이다. 나와 다른 생각, 내가 모르는 정보를 집약적으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아이가 독 서를 사랑하고 나아가 다양한 독서를 하게 된다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많은 낯설음이 춤을 추게 될 것이다.
3. 만남 :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함께 무언가를 할 때 낯설음을 느낄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혁신적인 기업가일수록 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 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은 아이에게 창의성의 씨앗을 제공해줄 것이다.
도전과 실패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는 매우 수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딘 사이먼톤(Dean Simonton)의 연구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볼 때 창의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이디어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창의적인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아이디어를 훨씬 많이 낸다. 좀 우습게 말하면, 하나 얻어 걸리는 심정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의 명곡을 몇 개, 혹은 10여 개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죽기 전까지 600여곡을 작곡 했고, 베토벤은 650곡을 작곡했으며, 바흐는 1,000곡 이상을 작곡했다. 우리는 천재 작곡가들이 명곡 하나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그것에만 매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그저 곡을 많이 썼을 뿐이다.
애런 코즈벨트가 고전음악 1만 5,000곡을 분석한 결과, 5년 기준으로 작곡한 작품 수가 많은 작곡가일수록 걸작을 작곡할 확률이 높았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37편과 소네트 154편을 썼으며, 피카소는 유 화 1,800점, 조각 1,200점, 도자기 2,800점, 드로잉 1만 2,000점을 만들었고, 아인슈타인은 무려 248편의 논문을 썼다. 이들이 만든 작품 중 90%이상은 별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잊혀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와 작품을 만들었는데, 소수의 것만이 창의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걸작이 되었다면, 결국 나머지 것들은 실패했다는 말이다. 결국 창의적인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험적 혁신가
그러면 어떤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성장형 사고방식'(사고방식편 참고)을 가진 아이는 결과에 큰 손상을 입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무언가를 해보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실제로 부딪쳐보고 해보고 경험할 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움을 터득해나가는 것이다.
데이비드 갤런슨(David Galenson)의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인 인물 은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로 나뉜다. 개념적 혁신가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개념을 실행하지만, 실험적 혁신가는 시행착오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개념적 혁신가는 타고나는 경향이 있지만, 실험적 혁신가는 일종의 태도의 문제로, 누구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즉 도전에 주저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면 된다.
그렇다면 실험적 혁신가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무엇이겠는가?
"실패해도 괜찮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니겠어?"와 같은 말이다. 부모가 대화 속에서 이런 말을 자주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그대로 배울 것이다. 내딸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고, 한글을 읽는 것도 아직 또래들보다 잘하지 못하지만, 나에게 이 말만큼은 자주 한다.
"아빠, 해보지 않으면 몰라. 실패하면 뭐 어때?"
그 무엇보다 나를 웃음짓게 하는 말이다.
본 내용은 그녀생각(고영성 작가)의 신작 <부모공부> 2장 8편에 있는 '창의성 :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고 싶다면'입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justalive/22078633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