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스펙으로도 줄줄이 고배…결국 公試로 진로 바꿔

창업도 산넘어 산…푸드트럭 도전 기득권에 막혀 `무릎`


◆ 청년들에게 희망을 / ① 분노하는 청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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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 모씨(27)는 3년 만에 잡은 최종 면접 기회를 앞두고 '안면마비' 증상으로 인해 실의에 빠졌다.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면접 당일 아침 왼쪽 얼굴에 감각이 없어진 것. 면접장에 도착해서도 감각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고 면접관들 질문에 부정확한 발음과 일그러진 표정으로 곤욕을 치렀다. 결국 입사 기회를 날린 이씨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신경성'이라는 진단과 함께 매일 8만원 비용이 드는 신경치료를 받고 있다. 

"저보다 제 주변 사람들이 취업을 못하는 저의 현실을 의아해 합니다."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한 박 모씨(26·여)는 수석으로 학과를 졸업하고 980점의 토익 점수에 수준급 스페인어까지 구사하는 이른바 '능력자' 취준생이다. 누가 봐도 우수한 스펙이지만 그는 지난해 한 공기업과 유명 항공사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뒤 아직까지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해에도 취업에 실패하면 공무원시험으로 진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분노와 좌절의 아우성이 넘쳐났다. 'N포세대' '달관세대' 등 각종 절망의 신조어로 표현되는 한국의 극심한 취업난은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 캠퍼스와 각종 취업설명회 자리에서 처절하게 목격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만난 취준생 중에는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과감히 창업에 도전했다가 현장의 '숨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은 극심한 취업난이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자신들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노와 아픔을 토로한다. 

이미 대학가에는 천근만근 같은 취업 부담에 일찌감치 추석 귀향 계획마저 포기한 취준생들이 넘쳐났다.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인 취업준비생 K씨(27)는 대학 입학 때까지만 해도 '인생 성공'을 예감했다. 최소한 취업 문턱에서 성공과 도전의 기회가 좌절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군대를 전역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좋은 학벌은 결코 '보증수표'가 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무역보험공사 등 K씨가 원했던 목표는 천문학적 경쟁으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일반 시중은행이나 여타 대기업조차 매번 불합격 통지를 받아야 했다. 

K씨는 "청년 세대 현실을 모르고 '왜 취업이 안 되느냐'는 주위분들 얘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작년 명절처럼 올해 추석 역시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노땅' 취급을 받는 취준생 이 모씨(30)는 취업 스트레스가 장기화하면서 건강에도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다. 유전적 원인도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지난 3년 새 탈모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그는 "신입사원치고 나이가 많은 편이라 어리게 보여야 하는데 탈모가 진행돼 걱정"이라며 "이런 걱정을 하다 보면 머리가 더 빠지는 느낌이 들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은 가뭄에 콩 나듯 열리는 취업설명회조차 '소문만 무성한' 잔치로 끝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한다. 16일 부산 벡스코 취업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한 취준생은 "대기업 계열사 등 60곳이 넘게 참여했지만 현장에서 채용을 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다"고 성토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 기업인 롯데그룹,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LG그룹 등의 65개 계열사와 협력사가 참여했다. 이와 함께 동남권 강소기업 등 51개사가 참여해 현장에 채용부스를 설치하고 상담을 벌였다. 취준생들의 성토처럼 대기업은 이날 채용계획을 행사 주관기관 등에 전혀 밝히지 않은 반면 강소기업들은 400명의 현장 채용 계획을 공개했다.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라도 현장 인재채용 계획을 내세운 강소기업 부스에 대기업 부스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몰리면서 대조를 이뤘다. 한 취준생은 "강소기업들은 다만 몇 명이라도 채용하겠다고 계획을 공개해 대기업 부스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며 "대기업은 대부분 공채를 통해서 채용하는데 정부에서 하는 행사라 이날 억지로 참여한 듯한 인상을 줬다"고 전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전선을 포기하고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 청춘들의 현실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학생 김 모씨(29·서울)는 다른 전공에 비해 취업률이 높아 취준생 사이에서 이른바 '취업깡패'라고 불리는 공대 전기 관련학과 출신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백방으로 취업의 문을 두드렸음에도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결국 '푸드트럭' 창업에 도전키로 결심하고 최근 캠퍼스 푸드트럭을 열었지만 학내 기존 입주 업체의 견제 등으로 운영 시간이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로 제한된 상태다. 


김씨는 "외부에서는 청와대 지시로 푸드트럭 관련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정부와 대기업도 청춘 푸드트럭 창업자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규제와 기득권 다툼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김시균 기자 / 이윤식 기자 / 오찬종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96015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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