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광어 가격 폭락…마리당 2천원 손해
파프리카 농가 전업에 토마토값까지 영향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한 광어 양식장. 어둑하게 차양막을 쳐놓은 수조 안에 납작한 광어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양식장 직원은 몸길이가 50㎝ 이상 되는 초대형 광어를 뜰채로 퍼올렸다. 펄떡대는 광어를 가리키며 그는 "1년6개월을 키운 거라 2.5㎏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이런 `슈퍼` 광어는 호텔이나 고급 일식당을 제외하면 수요가 없어 그전에 모두 팔아치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꾸 광어 몸집만 커진다. 2㎏ 이상 되는 초대형 광어는 2년 전 출하량 중 5.3% 선이었지만 올해 8월 13.4%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엔저 현상에 일본으로 광어를 수출하는 제주 광어 양식 어가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한때 제주 광어 30%가 일본으로 건너갈 정도로 광어 수출이 호황이었으나,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이 급전직하했다. 100엔당 1300원 후반이던 2010년만 해도 광어는 일본으로 연간 4000t 이상 수출됐다. 하지만 엔화가 100엔당 960원 선으로 떨어진 올해는 8월까지 수출량이 1637t(관세청 기준)에 그쳤다.
김남철 제주어류양식수협 경제상무는 "엔저로 수출가격이 높아진 데다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젊은 층에서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 광어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다른 수산물은 저장성이 있어 출하 조절이 가능하지만, 광어는 활어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수협에서는 올해 7월까지 광어 양식장 내 보유량이 1만9961t으로, 지난해보다 29.7%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계속 전기로 바닷물을 끌어다 돌리고, 사료를 주다 보니 어가 부담만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광어 치어를 1㎏짜리로 키우는 데 10개월간 생산 원가만 1만원이 드는데, 광어 출하 가격은 1㎏당 8000원까지 떨어졌다. 1㎏짜리 한 마리마다 2000원씩 손해를 본다.
소규모 어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김남철 경제상무는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양식업체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일본이 아닌 중국이나 대만, 북미권역으로 수출하기도 쉽지 않다. 수출 시 물류비와 관세 등이 부과돼 가격이 37%가량 올라가고, 중국에서는 현지 생산 가격이 워낙 낮아 제주 광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어가에서는 올가을 나기를 걱정하고 있다. 광어는 8~11월에 가장 빨리 자라 이 시기에 성어가 크게 는다. 가을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세우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양식장과 계약해 어가에 도움이 되는 1㎏ 이상 광어 위주로 판매하는 등 광어 판매 촉진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가격을 지지하기에는 물량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부산ㆍ김해 지역 등에서 일본으로 장미와 파프리카 등을 수출하는 농가들도 일본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화훼수출액은 2010년 1억3000만달러에서 2011년 9060만달러, 지난해 6118만달러로 매년 줄어든다. 파프리카는 올해 6월까지 1만3441t을 수출해 지난해보다 910t을 더 팔았는데도 수출금액은 4983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97만달러가량 감소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해 환차손을 보는 농가가 적지 않다.
수익성이 나빠지자 일부 농가가 작목을 바꾸면서 애꿎은 다른 작물 가격까지 출렁이기도 한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갖춘 파프리카ㆍ화훼 농가들이 수출보다 내수가 많은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시작해 일반 토마토 재배면적이 크게 늘면서 토마토 가격이 하락했다. 강원도 등에서 다른 농가가 작목을 바꾸고, 남부지방까지 가세하기 시작해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특품 토마토 5㎏이 도매시장에서 평균 1만1292원에 팔려 작년 같은 기간 1만8677원에 비해 가격이 39.5% 떨어졌다.
[제주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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