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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가 다가오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건배사다. 건배사는 너와 나를 우리로 묶어주고, 탄탄하게 조여주고, 한마음으로 엮어주는 촉매제다. 의미와 재미가 딱딱 들어맞아 솔깃하고 쫄깃하게 먹히는 건배사는 리더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리더 여러분은 ‘건배사는 리더십이다’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당신은 어떤 필살기를 갖고 있는가. 건배사 ‘꽝’이 아닌 ‘짱’의 리더들이 가진 내공의 법칙은 4C로 요약된다. 4C란 캐릭터(character), 콘셉트(concept), 컴패션(compassion), 구성(Composition)을 뜻한다. 

먼저 캐릭터다. 남들이 하는 건배사를 듣고 좋아보여 따라했는데 영 썰렁했던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일까. 본인의 캐릭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주목을 받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평소 캐릭터와 어우러진 건배사다. 모 중소기업 K사장은 “000만세, 000만만세” 하며 만세삼창하는 건배사를 한다. 만세하면 그분을 떠올릴 정도로 그의 전매특허 건배사다. 상대의 만세를 콕 찍어 기원해 준다는 점에서 어떤 자리에서나 무난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데다 본인의 브랜딩 효과까지 있어 일거양득이다. 

다음으로 콘셉트다. 아무리 술자리라고 하지만 모임의 목적, 구성원의 특성, 조직문화 등 전체적 맥락과 닿아야 한다. 모두 처져 있는데 개념 없는 뜬구름 이야기거나, 모두 밝은 분위기인데 비장한 분위기의 엇박자 건배사는 ‘꽝 리더’가 되게 한다. 내년은 을미년 청양띠, 푸른 양의 띠다. 청양과 관련된 이야기로 건배사를 풀어나가도 감각 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셋째로 컴패션이 통해야 한다. 건배사는 단지 구호를 넘어, 술도 푸고 마음의 빗장도 풀고 싶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남이 아니구나, 하나구나” 하는 공감과 의욕을 북돋우게 해 마음의 거문고 줄을 울리는 건배사가 ‘짱의 건배사’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 P부장은 인턴을 포함한 신세대 사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요즘 유행인 만화 ‘미생’의 명대사를 활용해 뭘 좀 아는 리더란 평을 들었다. 

끝으로 컴포지션(구성)을 갖춰야 한다. 먼저 기(起), 전체적 맥락에 대한 설명을 한다: ‘제가 최근에 이런 이야기(책, 기사, 사람)를 만났습니다. (주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라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어서 승(承)을 펼친다:‘여러분은 어떻게 생각(공감)하시나요? 우리에게 이런 점에서 … 와닿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轉)이 뒤따른다:‘제 말에 공감하신다면 옆사람과 손을 잡아 주십시오. 따뜻한 행복이 느껴지시나요?’ 마지막 마무리로 결(結)이 온다:“제가 00라고 외치면 모두가 00라고 화답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건배사를 넘어 건배화라고도 한다.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점에서다. 화(話)를 파자해 보면 말씀 ‘言’과 일천 ‘千’, 입 ‘口’자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연습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인의 입에 착 붙어야 구성원들의 귀에도 솔깃, 쫑긋한 건배사로 들린다. 성공한 리더들은 멋진 30초의 승부를 위해 품을 들인다. 품을 들여야 폼이 나는 건배사가 나올 수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494077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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