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otle는 제 2의 Starbucks ? : 멕시칸 푸드가 아니라 문화를 판매

Steve Ells 는 제 2의 잡스 ? : Apple의 Jobs가 보여준 완벽에 대한 집착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멕시칸 푸드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내 거주하는 라티노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이 제일 많이 먹는 것은 햄버거이지만 백인들에게도 멕시칸 푸드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멕시칸 푸드를 파는 체인 레스토랑이 여럿 있지만 최근들어 인기가 치솟는 곳이 Chipotle. 한국어로 표기한다면 치레.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 지난 호에 ‘치폴레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소제목은 Chipotle , the fast - food ethicist  (패스트 푸드 윤리주의자 )



 치폴레는 2006년 이후 점포수로는 두 배, 매출은 세 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경제위기 와중에 이뤄진 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 23억 달러.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에 있는  1,250 개의 점포에서 날마다 800,000 명의 고객들이 치폴레에서 식사를 한다.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6 %,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증시에서도 환영받는 기업이다. 주식시장 상장이후 지난 6년간 주가가 무려 800 % 나 상승했다. 패스트 푸드를 팔아 거둔 실적으로는 괴력에 가깝다.


 

 성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성공의 비법은 한마디로 , 패스트 푸드를 팔지만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와 달리 고급 레스토랑에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no more frozen patties, no more microwaves, no more factory farms 이 치폴레의 motto이다.  좁은 사육장에서 값싸게   사육된 뒤  가공해 얼린 고기패티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빠른 시간안에 내놓는 것이  패스트 푸드의 고전적 정의일텐데, 

치폴레는 정반대 전략을 쓰고 있다. 패스트 푸드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는 셈이다. 치폴레는 high -end restaurant 처럼 최고의 식자재만을 고집한다.



  공급받는 육류는 좁은 공간에서 비인간적으로 사육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방목되고 호르몬이나 항생제가 투여되지 않는 beef, pork, chicken 이다. 맛있는 음식을 신선하게 제공한다는 치폴레의 지향점은 식재료를 윤리적으로 공급받는 문제 -인간적인 환경속에서 사육된 동물만을 식재료로 사용 - 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 설립자 겸 CEO Steve Ells 의  경영철학이다. 

  

  콩의 경우 단순히 유기농일 뿐 아니라 인위적 경작을 

하지 않은 - 토질보존을 위해 - 콩만을 쓴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편집증에 가까운 엄격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치폴레가 강조하는 것이 food with integrity , Fresh is not enough anymore 이다. 치폴레가 파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에토스 ethos 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치폴레에서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었다.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파는 곳이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웃과 자연에 대한 관심,연대감을 중시한다. 


 

 아울러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와 달리 치폴리의 모든 직원들은 간단한 조리를 할 줄 알아야한다고 한다. 양파와 상추도 칼로 잘 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고 모든 재료가 수시로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뒤 배달되기 때문에 연중 시기별로 약간 차이가 나는 재료의 특성과 이에 따른 다른 조리법을 직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치폴레는 육류와 채소 모두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locally grown 이 치폴레를 설명하는 중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된다.

 


  치폴레의 차별성은 메뉴 구성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체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출시한다. 수많은 신제품을 고객들에게 내놓으면 기업이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있고 고객들의 싫증을 덜어줄 수도 있으며 , 그 가운데 어느 하나가 대박이라도 난다면 금상첨화. 일석삼조가 되는 것이다. 패스트 푸드 체인의 경우 Mcdonald's 의 맥너겟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치폴레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되 새롭게 추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레스토랑이 싸구려 이미지를 갖게된다고 CEO 인 Steve Ells 는 생각한다. 간간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시식회에서 정말 맛있다라고 외치지만 새로운 메뉴로 올리지 않는다. 그게 정신나간 짓이라는 점을 Ells 도 인정한다. 타임지 기사에는 그런 언급이 없지만 내가 볼 때, 이런 점에서 보면  Steve Ells 의 이미지위에 지난해 작고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이미지가 어른거린다. 잡스같은 괴팍한 천재, 병적인 수준의 집착에서 나오는 제품의 완벽함이 최근 미국기업의 키워드가 된 느낌이다.  


 

  집근처에 치폴레가 있어 가끔 다녀온다. 그런데 이 식당의 분위기는 여타 패스트 푸드와 아주 다르다. 늘 손님들로 꽉 차 있는데다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는 고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음식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얼굴표정에서 대번에 알 수 있다. 비교적 싼 값에 - 대략 식사와 음료수를 합쳐 10 달러 정도 - 고급 식사를 하고 있다는 즐거움이 식당 전체를 지배한다.









  길게 줄을 서 있지만 불편한 기색이 아니라 잠시뒤 즐기게 될 꽤 괜찮은 식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 다. 캘리포니아에서 치폴레의 분위기와 유사한 곳이 한 곳 더 있다. 햄버거를 파는 In & Out 이다. 이 곳은 한국사람들에게도 아주 많이 알려진 곳인데, 일종의 명품 햄버거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아주 맛있고 신선하다.



 치폴레를 찾는 손님들이 누리는 즐거움은 음식 뿐만 아니다. 종업원들로부터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종업원들은 늘 생글생글 웃으며 고객을 맞이하고 조용조용한 말투로 고객의 주문에 귀를 기울인다. 1달러짜리 미끼 상품도 없고 쿠폰도 없으며, 고객이 주문할 때 추가주문을 요구받는 따위의 불쾌한 경험도 없다. 치폴레의 직원이 되려면 13가지의 인성을 보유해야하는데 그 가운데 4가지는 행복과 관련이 있어야한다고 한다. 참 특이한 곳이다. 



  여전히 세계 경제강국,문화강국,기술대국, 세계의 가치관을 생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내게 개인적으로 많은 혜택이자 기회이다.  한국기업들도 이제는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가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새로운 문화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큰 꿈을 품기를 기원해본다.

Posted by insight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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