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이 하반기부터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등 초고속광대역(Broadband) 인터넷을 TV에 설치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도 시청률 조사에 포함하기로 21일 밝혔다. 미국에 한정됐고,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유료방송 플랫폼이 증가하고, N스크린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시청률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시청률 조사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닐슨의 시도가 주목되는 이유다. 닐슨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시청’ 개념이 바뀐다. 시청률을 측정하는 기기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등 게임기로 확대되고,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시청률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밖에도 닐슨은 시청자가 방송을 보면서 전송하는 트위터 멘션까지 분석해 시청률을 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TV에 한정된 시청률이 N스크린 시대에 맞는 광고단가 기준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자 기사 <Nielsen Adjusts Its Ratings to Add Web-Linked TVs>에서 닐슨의 시청률 산정 방식 변화 소식을 전하면서 “현재 ‘TV 세트’는 평평한 스크린이지만 미래에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컴퓨터도 TV 세트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통계가 보여주는 대로, 다수의 가정이 단기간에 케이블TV를 끊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코드 커팅’에 대한 전망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몇몇 경우, 시청률이 TV 네트워크 앞에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주류 TV 네트워크에는 시청률에 대한 강한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손재권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연구원(매일경제 기자)은 ‘인사이드 케이블’ 25일자 기사 <시청률의 변화… 닐슨과 빌보드의 결단>에서 “한국으로 치자면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이나 판도라의 에브리온(EveryOn), 지상파 방송사의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의 시청률이 닐슨의 산정 방식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TV라는 단어보다는 오랫동안 미디어업계에서 써왔던 ‘스크린(Screen)’이란 개념이 더 어울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 | | ▲ 미국의 대표적인 OTT서비스 사업자 훌루. 훌루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
손재권 연구원은 “기존 플랫폼(케이블, IPTV, 위성 등)은 N스크린이나 TV에브리웨어 서비스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콘텐츠 제작사(PP)도 스크린을 넓히고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터넷이 사람은 물론 사물까지 연결시키는 커넥티드 흐름은 미디어 업계의 중심으로 파고들어서 미디어 기업의 생존 여부를 갈라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기기와 N스크린 확대로 사라져버린 시청률은 콘텐츠생산자와 플랫폼사업자에게는 골칫덩어리다. 현재 패널가구 TV에 수상기를 설치하는 피플미터(Peoplemeeter) 방식으로는 N스크린 시청률을 집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떨어지는 TV 시청률 성적을 광고주에게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 이 같은 시청률 방식 개선 논의를 시작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셋톱박스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시청자의 시청여부와 시청채널의 변화를 전송하는 ‘리턴 패스(Return Path)’ 방식은 이 같은 필요성 때문에 등장했다. 리턴 패스 방식은 구글에서 시작됐다. 구글은 리턴 패스로 수집된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시도해 왔다. 김관규 동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Google TV Ads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시청자의 광고시청 이력을 초단위로 광고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광고비는 실제 광고 노출(impression) 빈도에 따라 발생한다. 김관규 교수는 “구글은 온라인 광고시장에서의 ‘광고주-검색엔진-소비자’ 구도를 ‘광고주-방송사-Google TV Ads-시청자’라는 시장으로 옮겨왔다”고 분석했다. [관련자료 링크: 2012년 5월 4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방송시청률 조사 현황 및 개선방안> 세미나 자료] 한국에서도 케이블사업자나 IPTV 사업자들은 실시간 시청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2012년 4월 기준 CJ헬로비전과 C&M강남방송, C&M, 스카이라이프 등은 Alticast altiMetrics라고 불리는 리턴패스 데이터 수집방식을 활용해 각 2000~9000명의 패널의 시청정보를 수집한다. IPTV 사업자 KT와 SK의 패널은 각각 1만 500명, 1만 명 수준이다. TNmS와 닐슨코리아 등 시청률조사기관들도 지난 2008년부터 DMB와 IPTV 시청률을 리턴 패스 방식으로 조사해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N스크린 시대에 맞게 시청률 개념을 확대해야 합리적인 광고비를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 N스크린 사업자의 설명이다. ‘티빙’을 운영하고 있는 CJ헬로비전 홍보팀 황재현 차장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해서 방송을 보는 시청 패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시청률 집계방식과 실제 시청행태에 차이가 있고, 이 때문에 광고주들도 신뢰도 높은 시청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TV와 N스크린의 시청행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드라마 <학교 2013>의 ‘티빙’ 점유율은 31.1%, 이튿날 <마의>는 23.7%. 반면 TV 시청률은 각각 <학교> 14.0%, <마의> 20.0%로 집계됐다. 시청자수는 둘째 치고 N스크린과 안방TV의 시청행태에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티빙을 이용하는 젊은 층은 <학교>에 쏠렸고, 안방시청자자들은 <마의>를 더 많이 시청한 것. <무한도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8일 방영분은 티빙에서 53.0%의 시청 점유율을 보였지만 TV에서는 15.8%였다. 황재현 차장은 “광고주의 타깃이 젊은 층이라면 N스크린에 광고를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티빙 가입자는 2013년 1월 말 현재 420만 명이다. 유료회원은 10% 수준이고, 나머지는 무료회원이다. | | | ▲ CJ헬로비전 Tving. 누리집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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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코리아 황성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기기와 N스크린 추세를 따라잡는 시청률 집계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패널을 모집해 TV PC 모바일에서 미디어 이용을 집계하는 방식도 있고, 미국 닐슨이 추진하는 플랫폼·디바이스 확대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예산 문제는 물론 ‘빅 데이터’ 논란과 각국의 개인정보 관련 법률 차이에 따라 연구방식도 다르다는 것이 황 연구원의 설명이다. 황성연 연구원은 “이제 케이블TV를 켰다 끈 것만으로 콘텐츠를 평가하기 힘들고, 시청자의 반응과 콘텐츠의 파급을 단계별로 복합적으로 파악할 필요성에서 이 논의가 출발했다”면서 “시청률은 광고주와 매체 사이에서 교환가치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제 환경이 달라진 만큼 다양한 실험과 논의가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소셜TV 개념 등 닐슨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닐슨코리아도 새로운 시청률 산정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통합패널 방식이다. 380명의 패널이 TV와 PC 모바일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집계하는 것. 이밖에도 닐슨코리아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있는 시청자들의 리액션을 검색·분석해(crawling) 시청률에 반영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황성연 연구원은 “각 데이터를 어떻게 조합해야 합리적인 시청률을 산출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고 3~4월께 학계, 업계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등 인프라 측면에서 미국보다 앞서지만 통합시청률 방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빅 데이터’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씨앤앰 유시화 홍보부장은 “양방향 광고 때문에 (광고주) 수요가 있지만 패널이나 모수가 디지털 가입자에 한정돼 있고, 개인정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된 자료로 활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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