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런데… 스타트업이 벤처 붐이랑 다른 게 뭘까요?”
제가 글로벌 K-스타트업의 일정을 따라다니면서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90년대 말 IT 붐을 이끈 ‘벤처기업’, 그리고 그 이후 강조되기 시작한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이 결국 말바꾸기일 뿐인 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질문인지라 약간의 짬이 난 사이에 액셀러레이터 멘토링을 위해 일정을 함께 한 아주대 변광준 교수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모두 같은 것이긴 하지만 환경 자체가 달라요. 벤처 붐 때는 너도 나도 큰 돈을 끌어 큰 비즈니스를 했고, 돈이 있으니 누가 뭘 돕고 그런 것보다 알아서 다 하는 환경이었습니다. 지금같은 지원 과정이 없었어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는 회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게 줄었어요. Y컴비네이터 같은 액셀러레이터 과정도 서비스를 만드는 데 1만8천달러를 투자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벤처때는 억대 자본금 없이는 회사 세우기 쉽지 않았지요. 지금은 작은 돈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으로, 예전과는 토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좋은 스타트업이 크려면 이들을 알아보고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안목을 가진 선배들이 필요한 법입니다. 변광준 교수는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끄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멘토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청년들이 창업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안 하는 걸까요, 못하는 걸까요? 창업을 계획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게 스타트업의 강점일텐데 그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궁금한 것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본인들이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다가 다른 것으로 생각을 바꾸는 피봇(pivot)이 자주 일어납니다. 인터넷에서 한창 인기 있는 유머 사이트인 나인개그닷컴(9GAG.com)이 그런 사례지요.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피봇을 합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팀 구성입니다.”
아무리 돈 많은 투자자라고 해도 아이디어만으로 선뜻 투자하는 건 요즘처럼 불경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작은 돈으로 먼저 가능성을 만들고 그 뒤에 사업을 키우는 액셀러레이터 같은 도움을 받아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벤처와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물론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새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의 성공 공식 중 하나가 투자를 받고 회사를 키워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목표가 비즈니스의 성공이 아니라 투자받는 것 자체인 것처럼 보이는 스타트업들도 적잖이 눈에 띕니다.
“투자는 그 스타트업이 현재까지 이끌어낸 성과를 보고 앞으로 일어날 성장에 함께하겠다는 지원책 중 하나입니다. 성공의 척도는 아닙니다. 그 투자금을 바탕으로 매출과 이익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아니면 이용자를 얼마나 늘리는지 등이 진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글로벌 K-스타트업의 프로그램 중 기브유(GivU)라는 미국의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로제리오 피멘텔 CEO도 “섣불리 투자 받지 말라”고 언급했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에는 여러 투자자들이 달라붙어 자꾸 큰 돈을 안겨주는데 결국 이들은 회사를 빼앗아간다는 겁니다.
“스냅챗이 페이스북의 30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부한 게 좋은 예입니다. 작게 시작한 서비스가 액셀러레이션 없이 적절한 투자를 받아서 성장한 사례입니다. 액셀러레이션 혹은 투자가 필수 조건이거나 공식은 아니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스타트업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투자를 바라지 않고 꼭 필요한 수준의 비용만 받는 사례도 꽤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꼭 회사를 큰 돈 받고 팔아야 성공했다고 보지는 말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타트업을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시작하기 어렵다면 도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변광준 교수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더 많이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팀을 만들고, 실패나 성공을 겪어보는 것만큼 큰 경험은 없습니다. 실패해도 잃을 게 별로 없습니다. 인턴이나 자격증같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회사를 만들어보면 얻는 게 훨씬 더 많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팀을 꾸리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이건 이후에 다른 비즈니스를 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창업은 젊을 때만 해야 할까요? 안그래도 요즘 정부의 창업 지원이나 사회의 분위기가 젊은이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불편하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직장인도 일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스타트업 하고 싶은 분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팀원은 어떻게 모으지’ 같은 고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팀원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스타트업 위크엔드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2박3일동안 자기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재능을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비전을 이야기하다가 즉석에서 팀이 만들어지고 스타트업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변광준 교수는 함께 시작할 수 있는 공동설립자를 만날 수 있는 행사들, 그리고 다양한 콘테스트나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생계가 걱정이라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에 따로 짬을 내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공이든 실패든 겪어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169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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